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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 그녀는 내 삶의 마지막 오아시스

효준선생 2012. 7. 22. 04:13

 

 

 

 

 

90이 되어도 아니 백수를 눈앞에 두어도 늙고 싶지 않은 것은 모든 사람의 어쩔 수 없는 욕망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마음처럼 따라주지 못하는 몸은 나이와 정비례할 뿐이다. 그래서 남은 것은 생각뿐이다. 나는 아직 젊다는.


영화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은 오늘 내일 하는 한 노인의 회고록과도 같은 이야기다. 제목이 주는 선정성과는 관계없이 한 남자의 일생이 소년기, 40대, 그리고 90살로 각각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다. 플래시백으로 보이는 그의 일생은 어쩌면 탐닉과도 같은 모습이다. 신문사 저널리스트로 여전히 현역으로 일하는 동안 그는 무수한 여인과 만나 정을 쌓았다. 하지만 영화속에서 그가 관심을 보인 여인은 몇 되지 않는다. 그리고 아흔을 목전에 둔 그는 야심찬 계획을 쏟아낸다. 아리따운 처녀와의 하룻밤을 이내 잘 살아온 자신에게 선물을 하고 싶다는 말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매우 혐오스런 말이지만 치기마저 느껴지는 그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들어주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 싶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은 많지 않다. 노인, 포주, 그리고 아흔 살 노인에게 뮤즈가 되어줄 “처녀” 델가디나다. 노인이 마흔 즈음이 되던 해, 그는 유곽을 돌아다니며 하룻밤 상대를 골라들였다. 아직은 청춘이고, 만인의 추앙을 받던 글쟁이로서 그는 인기남이었다. 그리고 수십년이 흘러 다시 그 포주에게 어색한 부탁을 하면서도 결코 기죽지 않은 모습에서 남성으로서 역할은 끝이 났지만 아직 죽지 않았음을 알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하룻밤 자기에서 선물하겠다고 선택한 델가디나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건 육욕을 해소할 여체를 지닌 여자로서가 아닌, 평생 결혼하지 않았던 그가 느끼지 못했던 살풋한 느낌이었다. 대체 무엇 때문이었을까? 영화 중반부 사건이 발생하고 사비오가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포주에 의해 다시 노인에게 나타났을때 델가디나는 마치 밤 거리 여자처럼 진한 화장에 악세사리를 치렁치렁 달고 있는 모습을 보자 노인은 마치 헐크라도 된 모양 화를 내며 세간을 부수었다. 어떤 느낌이었을까? 젊은 시절엔 결코 거부했을 리 없었던 여자를 목전에 두고 여전히 아름다운 처녀의 몸이지만 그 위에 덧칠해 놓은 듯한 위선이 싫었던 것이다.


노인은 여자를 안고 난 뒤 그 소감을 여실히 풀어내 신문사에 넘긴다. 성애소설이 아니다. 그저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느꼈던 소회같은 것들이다. 심지어 식자를 자신이 쓴 대로 필기체로 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자신의 느낌이 손상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듯 싶다.


나이 아흔이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쇠락기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주변으로부터 마스터라는 소리를 듣는 현역, 그에게 그런 열정이 나오는 건, 바라볼 수 있는 대상, 지켜볼 수 있는 대상으로부터 지혜의 샘이라도 솟아나기 때문일 것이다. 영감을 얻는 존재로서의 처녀, 델가디나.


이 영화에선 낮에는 단추를 다는 공장에서 일하는 사비오의 입장은 상당히 축소되어 나타났다. 병든 엄마의 간호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순결한 몸을 낯선 남자, 그것도 아흔이나 먹은 노인이 상대다. 그런데도 사비오의 표정은 별로 바뀌지도 않았다. 어쩌면 그녀는 이제 세상과 맞서 싸우기 위해 워밍업을 해야 할 나이에 왔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상대가 “그”다. 그런데 자신을 묘사하는 늙은 문인의 글을 보며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가면서 오히려 한 꺼풀 벗고 성장함을 느낀다.  


엔딩 즈음에서 노인은 자신의 인생 전성기때 마음에 두었던 창녀를 다시 만난다. 그러나 노인은 옛날을 회상하기는 커녕, 오히려 지금 자신을 매료시킨 어린 창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과연, 노인에게 창녀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제목처럼 슬픈 창녀는 없다. 슬픈 추억이 될 뻔한 한 노인의 일생에 이제 새로운 희망이 보일 뿐이다. 자기 자신에게 “나는 미쳤다”라고 고함을 치지만, 그건 오히려 살아있다는 반증이다. 찰리 채플린의 딸이 포주역할로 나오고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브리엘 마르케스 원작 소설을 영상화한 작품이다.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2012)

Memories of My Melancholy Who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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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헤닝 칼슨
출연
에밀리오 에체바리아, 제랄딘 채플린, 파올라 메디나, 안젤라 몰리나, 알레한드로 바로스
정보
드라마 | 멕시코, 스페인, 덴마크 | 97 분 | 2012-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