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5백만불의 사나이 - 고생한 만큼의 보람도 있었으면 좋겠다

효준선생 2012. 7. 20. 00:12

 

 

 

65억 정도의 돈을 싸짊어지고 다니려면 얼마나 큰 가방이 필요할까? 평생 모아도 자기 돈으로 가져보기는커녕 구경도 못할 정도의 큰 돈인데 이걸 싸들고 이곳 저곳을 뛰어 다니는 모습이 가련하다. 나름 잘 나가던 직장인이었는데 말이다. 돈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무리들은 어느 곳에나 있다. 그렇다고 돈이 남아돌아서가 아니다. 돈을 쓴 그 이상으로 댓가를 얻어낼 수 있기에 돈은 누구에겐 귀한 생활비가 되고 누구에겐 까짓것 몇 십억이 되기도 한다. 소위 비자금은 노출된 자금이 아니라 숨겨둔 돈 즉, 에이(A)가 아니 비(B)라는 말에서 유래했지만 지금은 그냥 秘자금처럼 쓰이고 있다.


영화 5백만불의 사나이는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단어다. 예전 유명한 미국 드라마 6백만불의 사나이에서 극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그의 상대역으로 7백만불의 사나이도 등장시켰는데 어린 아이들은 그게 한국 돈으로 얼마나 하는 지, 환산을 했다고 해도 경제관념이 부족해서인지 그냥 웃고 넘겼다. 그 당시 6백만불이면 죽은 사람도 초능력자처럼 되살릴 엄청 큰 돈인데 이 영화 속 5백만불은 빚을 갚거나 정치자금으로 쓰일 돈이라고 하니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직장인이다. 직급은 있지만 그들의 부하직원은 없는 말 그대로 쫄다구 신세다. 뇌물 배달을 주로 담당하는, 둘이 하다 하나가 변사체로 발견되고 살아남은 한 명이 박진영이다. 이 영화가 개봉하면서 사람들이 우려하는 건, 현직 가수 박진영이 얼마큼의 연기력을 보여줄까 하는 점이었다. 내면 연기 이런 것 까지 기대하기는 어렵고 표정도 늘 찌푸린 듯 하지만 그보다는 캐릭터의 정체성에 좀 문제가 있어보였다. 별 것 아닌 업무를 수행하던 직장인이 동료가 죽고 상사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펼치는 다음 행동이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다. 돈은 자신의 수중에 있는데, 뭐하러 과거인물들과 얽히기를 자초하는가.


재미를 위해 집어넣은 여배우 민효린과 감초연기들의 대가들이 십시일반 조금씩 거들며 이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달달 볶는 것엔 성공한 듯 싶지만 깊이는 별로 없어 보였다. 더불어 적지 않은 장르를 오가면서 재벌, 정치인, 언론인, 깡패등 소위 “한국병”의 실체를 다양하게 보여주려고 하지만 수없이 봐왔던 캐릭터들인지라 긴장감이 떨어졌다. 게다가 왜 목적지를 굳이 부산으로 했고 특정 팀의 야구경기를 양념을 넣은 것인지, 영화 흐름 속에서 이 로케가 최선인지 묻고 싶었다.


도망치는 사람과 쫒는 사람이 나오는 영화는 늘 일정수준의 긴박감을 유지한다. 그것이 영화의 재미다. 하지만 웃음이 나올 만한 장면에서 기대한 만큼의 코믹요소만 보여준다면 그것은 웃기는 게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한 지점 직전에서 웃음의 포인트를 발견했을 때 쾌감을 얻는다.


아이돌 가수를 키워내는 기획자 출신이 영화배우로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의 연기력이 힘에 부친다 싶으면 악역들이 나와 텀블링을 해주시고, 善人들만 나와 지루하다면 성격파 배우들의 등장을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5백만불은 정말 큰 돈이다. 물론 제 돈은 아니지만 최고급 호텔에서 잠도 자보고 할리 데이비슨도 사서 타보고 근사하게 라이딩 옷으로 구색을 갖추는 모습이 단 한푼도 쓰지 않고 고스란히 돌려주었다는 설정보다 더 이채롭게 보였다. 적지 않은 지점에서 터지는 웃음만큼이나 고생의 흔적도 많아 보이는 영화 5백만불의 사나이는 오늘 개봉했다.

 

 

 

 

 

 

 

 


5백만불의 사나이 (2012)

A Millionaire on the Run 
5.1
감독
김익로
출연
박진영, 조성하, 민효린, 조희봉, 오정세
정보
코미디 | 한국 | 107 분 | 2012-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