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카페 드 플로르 - 전생의 인연, 현세의 아픈 사랑

효준선생 2012. 7. 19. 00:21

 

 

 

 

 

 

파리, 1960년대, 한 여인이 다운 증후군에 걸린 아이를 낳는다. 입양시키자는 남편의 주장을 거부하고 그녀는 혼자서 양육을 책임진다. 어려운 고행의 길이다. 지능이 떨어지는 아들은 학교에서 트러블메이커고, 엄마가 없으면 일상 생활이 불가능하다. 그런 아들을 곁에 두고 엄마는 모정 그 이상을 느낀다. 마치 자신의 신체 일부인 것 처럼.


2010년 캐나다. 디제이로 활동하는 남자는 여우같은 아내와 토끼같은 두 딸이 있는 어엿한 가장이다. 그러나 아내와는 이미 이혼한 상태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 동거중이다. 먹고 사는 문제는 없지만 그에겐 요즘 고민이 생겼다. 재혼을 해야하는 지에 대해서. 한편 전처인 여자는 심각한 두통에 시달리면서 환영을 보게 된다.


40년의 세월 차 속에서 영화 카페 드 플로르는 서양권 영화로는 드물게 전생과 윤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60년대의 파리의 모습, 그리고 모자의 모습, 그리고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2010년 캐나다의 모습. 가정의 재구성을 앞둔 모습. 과연 이 투 트랙의 이야기는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 아무리 나이 계산을 해봐도 아이와 엄마가 될 수 없고, 장소의 점프도, 그리고 성인이 된 그들의 모습에서 어린 시절 다운 증후군의 후유증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런데도 영화는 줄기차게 이 두 부분을 교차편집함으로써 뭔가 인연이 닿아있음을 설파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컷 별로 이어붙이기를 하는 바람에 약간의 현기증이 일어날 정도 였지만 드라마에 치중한 모자의 이야기와 이미지에 치중한 오늘날의 이야기가 섞이면서 점점 익숙해지는 구도에 몰입이 되었다. 나레이터가 끼어들기는 하지만 절대적이지는 않았다. 60년대 엄마역을 맡았던 프랑스의 종합예술인인 바네사 파라디의 연기력이 돋보이며, 그제서야 왜 이 영화가 이렇게 시대를 뛰어넘어 두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었다.


관심은 미약하나마 병이 된다. 다운 증후군 아이들에게 보이는 동류의식인 일반인 보다 강하다. 누군가 자신과 닮은 꼴임을 발견하게 되면 그건 이해가 안되는 하나됨인 모양이다. 사랑이라기 보나 집착에 가까운, 이제 겨우 7살인 아들이 여자친구를 만나며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에겐 오히려 배신감이 들었던 것은 아닐까 남편마저 떠나고 자신의 관심을 쏟아 부을 곳은 아들밖에 없는데, 그 아들이 나를 떠나려할때의 느낌. 그 능욕적인 느낌이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을때, 영화의 포커스는 이혼과 재혼을 앞둔 오늘날의 남자에게 전이가 된다.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신이 계시라 하면 믿을 수 있을까.


이 영화의 도입부부터 결말 직전까지는 반복되는 장면도 많고 신경병리학적 장면도 적지 않아 좀 보기에 편치는 않다. 그러나, 인연의 끈이 어디서 어디로 닿았는지 말해주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그 연출 의도를 간파하는 것이 결코 어렵지 않았다. 인연은 정말 있는 모양이다. 얼마나 그 인연을 다시 회생시켜 보고 싶었으면 다시 태어남에 주저함이 없었을까? 원수같은 인연도 내세에 부부로 태어날 수 있듯, 전생에 죽고 모사는 것 같았던 엄마가 이젠 나의 “누구”로 태어났을까?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반쪽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면, 그 마음은 어떤 심정일까? 그게 밝혀지는 과정은 동양적인 듯 하지만 서양배우들에게 표출되는 장면에서 울컥하게 만드는 요소가 분명 있다. 우린 인연도 아니면서 인연인 척 사는 커플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이 영화, 연분은 정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현세를 사는 남자 앙뜨완의 직업이 디제이라 그런지, 여러 장르의 음악들이 골고루 쉬지 않고 등장한다. 특히 북유럽의 서늘한 기분이 드는 하우스 뮤직이 마음에 든다. 짧게 이미지만 보이는 부분에선 뮤직비디오를 보는 착각도 든다. 

 

 

 

 

 

 

 

 


카페 드 플로르 (2012)

7.5
감독
장 마크 발레
출연
바네사 파라디, 케빈 파랑, 헬렌 플로렌트, 에블린 브로슈, 조아니 코베일-피쳐
정보
드라마 | 캐나다, 프랑스 | 120 분 | 2012-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