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파닥파닥 - 자유는 꿈이 아닌 몸부림치는 자의 몫

효준선생 2012. 7. 16. 00:02

 

 

 

 

 

한때 목숨이란 것을 달고 숨쉬었던 동물을 생식하지는 않는다. 불에 익히면 뭐가 달라지겠냐만, 한때는 나와 마찬가지로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았던 그들에 대한 최소한의 면죄부라도 얻고 싶은 마음에서다. 인간도 동물도 태어나고 죽는 건 마찬가지다. 대신 어떻게 살다 갔는지, 그게 다른 점이다. 인간은 제 아무리 날고 기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손 아직까지는 물고기처럼 망망대해속에서 헤엄칠 수 없고 새들처럼 四肢만 가지고 하늘을 날 수 없다. 해본 사람도 없거니와 그냥 상상만으로 얼마나 자유로울까를 생각해보니, 자유란 구속의 반대말임에 틀림없다.


완벽한 자유는 있을 수 없다. 죽는 날까지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뭐든지 해보고 싶은 자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유를 얻고 싶다고 말한 바 있는 그. 하지만 그는 자유를 얻지 못했다. 설사 자신의 소원을 성취했다손 결코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유의 끝은 탐욕이고 탐욕의 끝은 또다시 구속이기 때문이다. 이런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숙명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다.


영화 파닥파닥은 대결구도가 많다. 바다에서 살다 잡혀온 고등어와 양식어로 태어나 수조에서만 살아온 뭇 생선들, 인간들이 식용으로 여기는 고등어와 눈으로 보고 즐기려는 관상용인 금붕어, 그리고 오래 살고 싶어 일부러 죽은 체까지 하는 생선들과 남의 살로 자신의 살을 만들려는 인간들. 이들의 대결구도의 최후 승자는 아쉽게도 응원할 수 없게 만든 부류들이다. 약한 놈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끝까지 살아남지 못한 놈이 약한 놈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생선들은 우물 안 개구리로 삶을 마감하는 편이 속편한 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이들은 늘 수조 밖 세상을 꿈꾸거나 이야기 한다. 결코 나가기 싫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그곳 역시 자유롭지 않음을 태생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포기라기보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이란걸 받아들인 채 그저 하루를 무사히 넘긴 것에 감사하는 모양새였다.


무리가 모여 있으면 어디서나 서열이 매겨진다. 옛날 여자친구를 눈앞에서 인간들에게 빼앗긴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올드 넙치에게 어린애들은 그저 유치하게 보일뿐이다. 매일 수수께끼를 내고 꼴지를 하는 놈은 나머지 놈들에게 꼬리를 내주어야 하는 잔인한 게임을 하며 소일하는 그들. 그들의 일상에 빛은 없어 보였다. 그저 자신들을 찾아주는 인간 손님들이 없기만을 바랄 뿐.

 

한국기술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라는 자부심 말고 이 영화는 인본주의로 가득차 있다. 주인공은 비록 생선인 고등어와 다른 물고기들이지만 이들을 우리 주변의 인간들로 치환한다고 해서 어색하지가 않다. 언제 죽을지는 수조안의 생선이나 인간이나 모르기는 매 한가지다. 그럼에도 그 순간이 도래할 때까지 인간은 인간을 잡아먹기 위해 아귀처럼 달려들지 않는가. 같은 어류임에도 밥으로 던져지는 반쯤 죽은 물고기들의 신세타령은 상당히 공포스러웠다.


포유류가 포유류를 잡아먹는 것과 하등 다른 바가 없었다. 살기 위해 죽이고 죽이기 위해 협잡을 부린다. 권력에 기대해 2인자가 되려고 하고, 두목의 약점을 알게 되면서 안면을 서슴지 않고 바꾸는 행위들. 만약 인간위에 더 높은 먹이사슬의 사냥꾼이 있었다면, 인간은 지금처럼 간악하거나 생존에 능했을까?


“자연산 횟집” 수조에서 바다까지는 사람 걸음으로 열 발 짝도 안 떨어져 있다. 하지만 걸을 수 없는 물고기들에겐, 인간이 고비사막을 걸어서 주파하는 것 만큼 힘든 일일 것이다. 모든 인간이 자유를 얻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조안의 물고기들 역시 마찬가지다. 각각의 최후를 보는 순간, 매우 두려웠다. 그리고 비장했다. 바닷속으로 첨벙하고 들어가는 순간, 박수를 보내고 싶었지만 또 어떤 애로가 그의 앞에 있을지 안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국 만화영화니 만큼 더빙은 필수인데, 몰입하는데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싱크로도 좋았다. 전문 성우들이 대사뿐 아니라 노래까지 입을 맞춰 부르고 세 번에 걸쳐 모션 그래픽, 드로잉 온 페이퍼의 애니메이션이 삽입되어 뮤직애니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인다.  

 

 

 

 

 

 

 

 

 

 

 


파닥파닥 (2012)

PADAK 
9.5
감독
이대희
출연
김현지, 시영준, 안영미, 현경수, 이호산
정보
애니메이션 | 한국 | 78 분 | 2012-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