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나의 교실 - 자,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야

효준선생 2012. 7. 13. 02:55

 

 

 

말똥구리가 말똥을 굴리며 가는 모습만 봐도 까르르 웃고, 낙엽 떨어지는 모습만 봐도 가을을 탄다하던 소녀들의 시대는 간 모양이다. 어느새 여고 졸업반이 되고 보니 졸업후 진로에 목을 매게 되고 같은 반 친구들이 이런 저런 과정을 거쳐 취업을 했단 소식에 한편으로는 부럽고 한편으로는 시샘도 난다. 나도 빨리 거취가 결정되어야 할 텐데. 모든 졸업생들이 원하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유토피아가 없으니 이런 현상은 아마 지구가 멸망하는 그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영화 나의 교실은 서울 양천구의 어느 여학교 졸업반의 모습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감독이자 이름 값 하는 한예종 졸업작품을 준비하던 한자영은 자신의 모교로 달려가 후배들을 붙잡고 위에서 언급한 취지대로 카메라를 돌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어쩌면 자신들의 마지막 학창시절이 될 지도 모를 시절의 이야기를 카메라 앞에서 펼쳐놓았고 감독은 자신의 의도대로 알맞게 편집해냈다. 그리고 1년 반 뒤, 영상은 본격적으로 관객들 앞에서 선을 보였다. 그 안에서 말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시간이 흐를 수록 사회 초년병이 된다는 설레임, 그리고 두려움이 교차하는 듯 싶었다. 더 이상 그들을 온실속 화초로 여기지 않는 매정한 사회에 몰아내는 건 단지 시간뿐은 아닌 듯 싶었다.


아이들은 몇 군데 회사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일을 반복했고 그들 말로 소환이라고 했다. 아직 취업이 결정되는 못한 아이들에겐 보류라는 딱지가 붙었고 그들 사이의 들어나지 않는 미묘한 감정의 기류는 분명 느껴졌다. 상업계 학교인지라 대학진학보다 취업이 선결과제인 관계로 선생님들의 분발도 눈에 띄였다. 가르침이 아닌 추천이 우선이었고 아이들은 일희일비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들이 가는 회사들이 어느 정도 인지도도 있고, 열심히 하기만 하면 보람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영화 속에서 다 말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의 사회진출은 그야말로 불충분한 걸음마라는 생각이다. 정식 공채도 아니고 계약직으로 일단 인턴으로 들어가 원했던 만큼의 급여도 받지 못한다는 말을 하는 걸 보니, 현실은 이상과 괴리감을 느껴야 진실임을 다시 알게 되었다.


영화는 다큐이지만 많이 웃게 했다. 그만큼 아이들의 진솔한 모습들이 많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큐 시트에 따라 억지로 대사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픈 말을 뽑아내는 장면들이라 그런 것 같다. 추천의뢰가 들어오면 아이들은 성적, 출결, 그리고 용모순으로 해서 들어간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조건이 오늘 대한민국 기업체가 원하는 인재상이 맞는 걸까? 고졸출신이라는 푯말을 들고 그 정도면 되는 것일까? 아이들이 일단 회사에 들어가 겉모습만 보면 커리어 우먼처럼 변신한 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말한다. 나중에라도 대학에 간 뒤 다시 공채로 이 회사에 들어오고 싶다고. 그 또한 차별이라는 생각이다.


고졸우선 채용이라는 말이 화두에 올랐던 작년, 고등학교만 나와도 취업이 잘되도록하겠다는 말을 한 바 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이다. 그들의 실력을 의심해서가 아니다. 여전히 가방끈 길이로 개인의 모든 것을 재단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위화감은 무엇으로 소화시킬 수 있단 말인가. 모두 대졸 공채직원 사이에 나만 아이 어린 고졸인데.


12년 동안 교실 안에선 등수 말고는 별로 차별적인 것은 없었다. 좀 이쁜 아이와 덜 이쁜 아이, 좀 주먹이 센 아이와 덜 센 아이가 있을지언정, 그래도 친구들이었다. 하지만 학교문을 나서면, 그건 졸업이 아닌 새로운 정글안에서의 경쟁일뿐이었다. 이 영화 짧은 다큐지만 참 좋았다. 그리고 여유가 된다면 <나의 일터>라는 주제로 2탄도 기대해보고 싶었다. 영화 속에 나왔던 모든 아이들의 분투를 기원해본다.

 

 

 

 

 


나의 교실

Dear My Frine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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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한자영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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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65 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