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우쿨렐레 사랑모임 - 완정한 선율, 이 얼마나 아름다우냐

효준선생 2012. 7. 12. 00:28

 

 

 

 

대학입학 후 신입생 환영식 때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자 나보다 3년이나 먼저 졸업한 선배가 동기로 들어왔음을 알고는 식겁했다. 삼수를 했다면서 동기니까 말 놓아라라고 하지만 어디 그런가. 며칠이 지나고도 고교선배와의 어색한 어울림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바야흐로 엠티의 계절, 먹을 것 놀 것 바리바리 싸들고 경춘선 기차에 올라탔으니 나오는 건 누군가의 통 기타 소리, 반주만으로 좌중을 압도하던 그 연주자는 바로 그 선배였다. 동기뿐 아니라 함께 길을 떠난 뭇 여학생들의 관심대상으로 부각되었다. 부러웠다. 그리고 한 학기 뒤엔 선배는 군에 입대했고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악기 하나, 운동 하나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다는 건 나중에 다 살면서 큰 재산 못지 않은 무기가 될 거라는 말이 그 선배로부터 들었던 마지막 말이었다. 겨우 한 학기를 다니면서도 야구부에 들어가 바로 부주장을 맡을 정도로 실력도 뛰어났고, 아이들을 아울러 자기 편으로 만드는데 가공할 만한 재주를 가진 듯 싶었다. 당시 다룰 줄 아는 악기 하나 없이 남 몰래 하모니카 하나 사서 몇 번 불다가 라면박스 깊숙이 넣어 놓고는 난 음악 소질이 없나보다며 이중으로 좌절만 맛 본 기억이 있다.


영화 우쿨렐레 사랑 모임은 2006년 창단한 베누스토 우쿨렐레 앙상블의 정기 연주회까지의 이런 저런 활동을 담아 놓은 뮤직다큐다. 멤버들의 이야기가 이들이 연주하는 우쿠렐레 라는 다소 생소한 악기의 선율을 타고 연신 흘러나오는데 악기 하나 다룰 줄 모르는 음악 문외한이 듣기에도 고개를 까닥일 만큼 흥겹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이들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보니 모두 善해보였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다들 웃는 얼굴이다. 행복해보였다.


이들은 연습실에만 머물지 않았다. 학교에도 가고 요양원에도 가고 기업체 동아리모임에도 나가 우쿨렐레를 연주하고픈 사람과, 그들의 연주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솜씨를 뽐내거나 가르치거나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희망을 전달한다는 건 행복이다. 그래서 이들의 얼굴에서 행복을 읽을 수가 있었던 모양이다.


멤버들의 모습이 순서대로 등장하고 반복되자, 정말 마음에 드는 연주자도 보였다. 특히 젊은 남성 연주자가 마치 속주기타를 치듯 튕겨대던 모습에선 열대 남국의 느림이 미학일 것 같은 우쿨렐레의 새로운 경지를 보는 것 같아 신선했다. 이들은 독주도 하지만 대개는 협주와 화음으로 하나됨을 노래한다. 그게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대개는 “나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기타 보다 작은, 그래서 내 품 사이즈를 벗어나지 않는, 그래서 더욱 내 몸과 하나가 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악기 우쿨렐레의 선율은 달콤했다. 이 영화는 많은 것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었다. 그 안에 음악이 있고 사람이 보였다. 작년보다 더 멤버가 늘었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그게 당연해 보였다. 한번만이라도 이 작은 악기를 만져 본 사람이라면 그런 느낌이 안 들 수 없을 것이다.


러닝타임(60분)이 짧아서 영상이 끝나고 몇 곡 정도의 우쿨렐레 공연을 덧붙인다면, 이런 방식의 상영+공연이 새로운 형식의 문화 메소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마치 요즘 트렌드가 되어 자리를 잡은 시네마 톡처럼. 그 또한 생각만으로도 역시 즐겁다. 

 

 

 

 

 

<영화속 정기연주회 장면>

 

 

<오늘 인디스페이스에서 영화가 끝나고 공연을 보여준 우쿨렐레 팀>

 

 


우쿨렐레 사랑모임 (2012)

Ukulele Love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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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노효두
출연
김기인, 오경호, 이국표, 조미화, 곽신영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60 분 | 2012-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