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페이스 블라인드 - 그댈 알아보지 못하는 나에게

효준선생 2012. 6. 24. 00:44

 

 

 

 

얼마 전 영화 시사회에 갔는데 누군가 나를 부른다. 웬만해서는 나에게 아는 척 하는 사람이 없는데, 누군가 나에게 아는 척을 한다. 가벼운 목례와 흔한 인사치레를 하면서도 저 사람 누구지? 라고 내 자신에게 물었다. 그런데 인사를 끝내고도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뉘신지? 라고 묻지도 못했다. 그런 막연한 기분이 별로였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름은 고사하고 얼굴마저도 내가 아는 사람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을 안면인식장애라고 하는 데 일반인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경우를 겪지 않았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간의 뇌기억은 상상한 그 이상으로 큰 용량을 자랑하지만 그렇다고 무한정 세상의 모든 정보를 담아둘 수는 없다. 쓰임이 없는 것, 저장된 지 오래된 것들은 기억에서 사라진다.


영화 페이스 블라인드는 강도 살인범에게 난자를 당하고 강물위로 떨어진 여자가 뇌 충격으로 인한 안면기억상실증에 걸려 주변인들을 인지하지 못하고 사고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물이다. 영화 시작과 동시에 이야기 전개는 매우 서스펜스한 요소들이 많았다. 자신이 피해자임에도 사람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니 가정은 파탄나고 진짜 범인은 그녀 주변을 맴돌며 그녀의 인내심을 테스트하고 있었다.


이 영화는 사람의 얼굴을 기억해내지 못하는 인지 부조화에 더 가까운 심리적 공황상태의 여성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실상은 관객들에게 더 큰 혼란을 주는 면에서 이채롭니다. 배역에 따라서 여러 배우를 써가며 여자의 눈을 대신함을 보여주고 있고, 잠시만 한 눈을 팔아도 도대체 누가 진짜인지 가려내기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 현장에서 범인의 얼굴을 밝히지 않았기에 실제 범인이 누군지 추측하는 게 불가능했고, 모든 등장인물이 용의선상에 올랐다. 심지어 남자 친구까지도.


중국의 變臉처럼 수시로 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대방의 원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증세, 심리적 요소라고 하지만 그녀가 끝내 이런 핸디캡을 극복해 낼 수 있었는지 여부는 영화 말미에 보여주고 있다. 끝까지 범인찾기에 몰두하던 영화가 사랑이라는 또 다른 변수 때문에 한번 출렁거리는 게 다소 뜨악하지만, 범인이 밝혀지고 그 과정에서 보여준 “저럴 수도 있겠구나”하는 마음에 한숨을 돌리게 한다.


자주 보는 아이템이 아닌지라 매우 호기롭게 들여다보았고 여주인공인 밀라 요보비치의 신경쇠약에 걸린 듯한 연기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공포스러웠다. 특히 자신의 얼굴조차 하나로 인식하지 못한 채 거울을 들여다보며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 일정시간 동안 주변사람 얼굴이 모두 비슷하게 보이는 게 이 영화의 실감효과이자 부정적인 영향이다. 

 

 

 

 

 

 

 

 

 


페이스 블라인드 (2012)

Faces in the Crowd 
6.7
감독
줄리앙 마그넷
출연
밀라 요보비치, 마이클 쉥크스, 줄리언 맥마흔, 사라 웨인 칼리즈, 마리안 페이스풀
정보
범죄, 스릴러 | 미국, 프랑스, 캐나다 | 102 분 | 2012-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