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I AM.(아이 엠) - 그토록 보여주고 싶었던 아이돌 생성기

효준선생 2012. 6. 21. 00:01

 

 

 

 

 

1996년 초 서태지와 아이들이 물러난 자리엔 몇몇 그룹들이 생존을 모색하고 있었지만 이른바 무주공산이었다. 그러던 그 해말 그룹 이름처럼 뜨겁게 등장한 HOT는 소위 기획으로 만들어진 보이그룹이라는 새로운 컨셉으로 한국 가요계를 좌지우지해 나갔다. 그 전에도 보이그룹이 전무했던 것은 아니지만 엔테테인먼트를 산업화 시킨 거의 최초의 케이스가 아니었나 싶다. 이들의 음악이 결코 참신하거나 엄청난 가창력을 뽐내는 실력파 가수가 아니었음에도 가요를 소비하는 계층, 그 무렵 서태지와 아이들에서 시작된 10대 팬층은 여전했으며 그들이 느끼던 갈증을 풀어주는 방법에 대해 전직 가수였던 이수만은 정확히 집어냈던 것이다.


다시 말해 그는 가수들이 무대에서 단지 3,4분 동안 노래만 열창하고 내려온다고 해서 충족되지 않을, 그가 중시했던 타켓들의 욕구에다 그들이 원하는 바를 시원스레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HOT의 성공은 이어 여자 그룹인 S.E.S로 이어졌고 SM엔터의 성공에 대해 맞불을 놓으며 등장한 여러 기획사들은 자신들만의 컬러로 가요계의 빈틈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른바 팬덤은 지금도 유효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몇몇 그룹의 명멸이 반복되었고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소위 그룹가수들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모양새다.


영화 I AM은 바로 이들, 소위 SM타운이라고 불리는 소속 가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와 공연장면이 어우러진 영상물이다. 무려 32명의 가수들이 데뷔 때부터 작년 11월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있었던 그들의 월드 투어에 참여하면서 동기유발된 이런 저런 이야기가 실려있다. 익히 알고 있던 가수들의 알지 못했던 면면들이 나오는데, 이들에 대해 익숙하지 않았던 관객들로서는 가장 눈길을 끄는 게 그들의 실명이다. 멤버들에게 닉네임은 그 자체가 아이덴티티다. 간혹 그럴 듯 하기도 하고 간혹 유치찬란해 보이기도 하지만 자꾸 불리면 정이 들듯, 이젠 본명보다 예명이 더 익숙할 만도 하건만 그들이 자신의 본명을 말할 즈음의 눈빛은 자연인과 연예인 사이에서 여전히 혼란스러워 한다는 걸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어디서 찾은 영상물인지 모르지만 아주 어린 꼬마때 오디션을 보는 장면을 보던 몇몇 멤버들은 그때가 기억이 나는지 웃으면서도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짧게는 2,3년, 길게는 7,8년 동안 연습생으로 지냈다는,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그들의 모습이 대견했던 건, 대체 어떤 마음가짐이기에 소위 틴에이저라고 불리는 10대를 고스란히 춤과 노래에 쏟아부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었다. 그래서 혹여 어느 멤버에게서는 아직도 가수라기 보다 “퍼포먼서”라는 이름이 더 어울린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들이 노력해온 의지만큼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들은 행운아들이다. 결국 살아남은 아이들이다. 간간히 들려오는 가십에서 현재는 다른 그룹의 멤버가 예전엔 SM연습생으로 있었다는 둥, 혹은 정식 데뷔를 앞둔 마당에서 탈퇴를 했다는 둥, 그런 말들을 하는 걸 보면 그들 생각에서도 결코 그 시절을 폄훼하기 보다는 어쩌면 지금까지도 활동하는 친구(?)들이 부러워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오래된 영상 속엔 지금은 SM타운 가족이 아닌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물론 모자이크 처리가 되었다. 만약 그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리고 그동안 팀이 해체되었거나 지금은 독립해서 따로 그룹을 하고 있는 수많은 팀들, 분명히 그들의 모습도 자연스레 연상이 되었다. 더불어 스타를 만들기 위해 스타 보다 더 뛰어 다니는 스탭들도 눈에 들어왔다.


땀을 한 바가지씩 쏟으며 춤과 노래를 부르는 앳된 소년, 소녀들의 모습에서 안쓰럽다, 혹은 저렇게 열심히 했으니 지금의 성과가 있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이 영화의 제작의도는 충분히 달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중간 중간 보여주는 공연 모습은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다. 이들의 음악에 대해 시큰둥하게 보는 사람들에게도 뭔가 한 가지 일을 한 10년 정도 하면, 걸 맞는 대접은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은 믿어주면 좋겠단 말을 하고 싶다. 어찌 알았는지 그들이 극장에 왔다는 소식을 들은 10대 청소년들이 입구에서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도 그들이 누릴 수 있는 그다지 길지 않은 대접이자 특권인지도 모르겠다.

 

 

 

 

 

 

 

 

 


I AM. (2012)

I AM.: SMTOWN LIVE WORLD TOUR in Madison Square Garden 
7
감독
최진성
출연
강타, 보아, 유노윤호, 최강창민, 이특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116 분 | 2012-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