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미쓰GO - 미쓰고가 대인기피와 공황장애에 걸렸다면서?

효준선생 2012. 6. 18. 00:48

 

 

 

 

 

타인을 향해 손을 내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적지 않다. 과거의 어떤 일의 후유증으로 인한 후천적 소견이다. 일반적으로 정신 신경과 치료가 수반되는데, 육체 일부의 통증이나 훼손으로 인한 아픔이 아니라 생각과 관련된 것이라 본인의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그를 보는 주변의 사람들은 겉보기에 멀쩡하다는 이유로 더욱 이해하지 못한다. “나, 외롭다”는 소리가 절로 난다.


영화 미쓰GO(미쓰고)의 여주인공 천수로는 대인기피증 환자다. 그나마 안면 트고 지내던 룸메이트가 일본에 가버리면서 그녀는 천애의 “고아”가 될 신세가 된다. 그런 그녀의 앞에 어디선가 등장한 수녀 복장의 여자. 평범하기 짝이 없는 여류 만화가에겐 엄청난 시련과 고난이 닥친다.


평생을 살면서 깡패나, 조직에게 엮이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빠져나가고 싶은데 끊임없이 자신을 쫒아 다니는 그들. 대인기피증도 힘들어 죽겠는데, 조폭들의 성화라니, 게다가 정체불명의 남자는 자신을 지켜준다더니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이 여자, 신경과가 아닌 정신병원으로 직행할 지도 모른다.


대개의 원래 코미디 영화는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도록 시작부분엔 가벼운 에피소드를 깔아두며 시작하는 반면 이 영화는 그 궤를 달리했다. 마치 느와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어둠이 깔린 부두, 그리고 조폭으로 보이는 남자들의 대화로 시작했다. 코미디 영화가 아닌 모양이다. 라는 생각을 하고 그리고도 30여분, 도통 웃음의 시점을 잡을 수가 없다. 대신 지독한 대인 기피증에 공황장애를 가진 한 여인의 등장에 나도 저런 증세가 없지 않아 있어 하며 공감을 하고 고개를 끄덕일 찰나, 사건이 개입하며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조폭과 양아치 사이에 우연히 끼어든 여자, 그리고 그들을 쫒는 형사 몇몇들이 나름 캐릭터의 미덕을 발산해 가면서 웃음을 제조해냈지만 그게 그 화면에서만 유효한 애드립인지라 오래가질 못했다. 한국영화에서 자주 보는 조연배우들이 다수 등장하며 각자의 캐릭터를 선보이고 그들의 놀 무대가 마련은 되는데, 이야기가 함축적이나 질긴 맛이 없이 느슨한 상태에서 동어반복이 계속된다. 현실을 반영한 느와르도 아니고 죽자사자 웃겨주는 코미디물도 아닌데다 급작스런 멜로라인 또한 그다지 관심을 끌기에 부족해보였다.


중해보이는 심리적 장애를 가진 여자의 벼락같은 변신에 아연했다. 특히 늑대같은 남자들 사이에서 결코 주눅들지 않고 오히려 당찬 모습의 여전사로 변해가는 그녀의 일취월장 하는 모습은 제아무리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떴고, 시대가 그런 그녀를 원한다고 해도 그건 아닌데 하는 의아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에게 닥친 비교적 단순한 사건과 사고의 해결도 비록 그 안에 배신과 음모로 점철되어 있다고 해도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는 모습이 마치 관객은 제대로 뛸 준비도 못했는데 혼자 부정출발을 하고 골인점에 들어가 버린 단거리 육상선수처럼 느껴졌다. 왜 그랬을까? 이젠 영화판에서 주인공 역할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대표적인 조연들을 대거 모아놓고 보니 서로가 지켜야할 지분을 넘어 섰거나 혹은 모자르게 채웠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한 두 명의 캐릭터들에게서는 전작의 냄새가 났고 이미 볼 만큼 본 기시감 충만한 이미지들의 반복은 지루했다.  


여러 캐릭터들이 화학적 용융상태에 이르지 못한 채 한 컷 한 컷에서의 단발성 웃음은 터지지만 다른 화면으로 넘어가면 방금 전 왜 웃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500억이란 거액을 둘러싼 실랑이가 주요한 아이템이지만 그 돈이 그렇게 중하게 여겨지지도 않고 누가 이겨도 응원해주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설사 그 거액이 모두 불타버린다 해도 그다지 아깝게 여기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 영화가 그렇게 많은 배우들이 “돈을 구하라"가 아닌, 오로지 “천수로(고현정)를 구하라"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미쓰GO (2012)

Miss Conspirator 
8.7
감독
박철관
출연
고현정, 유해진, 성동일, 이문식, 고창석
정보
코미디, 액션 | 한국 | 115 분 | 2012-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