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해피 해피 브레드 - 치유와 활력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약을 지어주다

효준선생 2012. 6. 20. 01:10

 

 

 

달의 포구라라는 의미를 가진 일본 홋카이도 츠키우라에 도쿄 여자가 그 지역 토박이인 남편을 따라 들어왔다. 숙박을 겸한 오픈 카페 마니에서 남편을 도와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접대한다. 집 밖을 나서면 작지 않은 규모의 텃밭이 있고 멀리 도야코 호수가 보인다. 밤이 되면 카페 데크에서 바라보는 눈썹달이 바로 코앞에 와 닿을 듯 청신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리에는 그곳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지만 아내의 마음을 잘 아는 남편 미즈시마는 내심 불안하기도 하다. 이들 부부에게 찾아올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보자. 그럼, 현대인들의 보편적인 외로움과 쓸쓸한 속내에 대해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힐링 시네마 범주에 가장 접근해 있는 영화 해피 해피 브레드는 도시에서 찾아드는 마음이 아픈 과객들을 먹음직스러운 빵과 음식으로 치유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고마운 영화다. 왜냐하면 이 영화엔 심적 갈등을 겪는 환자(?)는 등장하지만 흰 가운을 입은 의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약물 치료니, 물리치료니 하는 것도 필요없다. 그렇다고 손님들이 요양차 왔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주인장 내외가 정성을 다해 내놓는 음식을 먹고 주변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마음속에 묵직하게 자리하고 있던 앙금은 이내 사라지고 말기 때문이다. 세상에 그보다 좋은 치유가 어디에 있을까


카페 마니를 찾아온 손님은 세 팀이다. 각각 여름, 가을, 겨울에 이곳을 찾는 사연많은 사람들, 제 발로, 혹은 이웃으로 이곳을 들러 세상 고민을 혼자 다 가진 것 같은 얼굴을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들의 고민은 따지고 별거도 아니다. 이른바 감정 노동자라고 불리는 백화점 직원, 가출한 엄마 대신 아버지하고 살고 있는 어린 여자아이, 그리고 금혼식을 앞둔 노부부는 용케도 이곳에 와서 힘을 얻고 가는데 성공한다. 그런데, 중간 중간 하늘을 올려보는 아내의 얼굴은 그늘이 져 보인다. 이렇게 좋은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하고픈 일을 하면서 사는 그녀의 고민은 또 무엇일까?


빵을 만드는 파티셰로 등장하기에 수시로 구어져 나오는 여러 종류의 빵들은 식욕을 자극한다. 그것도 그 땅에서 나오는 천연재료로 만들어 진다. 토마토와 밤을 이용한 빵들. 이 빵들 이름 중에 꼼빠뇽이라는 것이 있다. 타원형의 바겟빵인데 빵을 손으로 뜯어서 옆 사람과 나눠먹는 다는 취지에서 붙여진 것이라 했다. 바로 이 이야기가 이 영화가 하고픈 가장 큰 주제가 아닐까 싶다. 카페 한쪽엔 이런 말이 쓰여져 있다. 하고 싶은 일은 하고픈 때에, 모든 이가 간절하게 바라는 말이지만 쉬운 일은 아닌 셈이다. 그러니 이들 부부는 얼마나 행복한가. 이들 부부의 행복이 배가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나지만 이곳을 찾아드는 사람들 때문에 카페 마니는 그저 한끼 식사와 하룻밤 숙박을 제공하는 장소에서 벗어나 우리들의 말벗으로 영원할 듯 싶다.


한번 보면 모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맛있는 먹거리를 보면서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 “나도 저곳에 가고 싶다.”, 아니 “나도 저곳에서 살아보고 싶다”   

 

 

 

 

 

 

 

 


해피 해피 브레드 (2012)

8.5
감독
미시마 유키코
출연
하라다 토모요, 오오이즈미 요, 모리 칸나, 히라오카 유타, 미츠이시 켄
정보
드라마 | 일본 | 114 분 | 2012-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