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 감추고 살기엔 너무 힘들텐데

효준선생 2012. 6. 17. 00:56

 

 

 

 

 

사람이 살다보면 타인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것들이 생긴다. 감추고 싶은, 그래서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싶은 것들이 외부로 노출되는 순간,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 것 만큼이나 감추고 싶은 게 또 있을까? 마치 혼자하는 사랑이 설사 상대방이라고 해도 말하기 곤란한 거, 그게 사랑의 전조다. 하지만 세상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반대할 법도 한 사랑, 바로 동성애다.


영화 두 번의 결혼식, 한 번의 장례식은 바로 이 동성애자들의 결혼에 대한 모종의 작전을 알콩달콩하게 그려낸 내용이다. 소위 G라고 하는 남성과 L이라고 하는 여성들 간의 서로의 사랑을 동성애라고 하면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서로에게 동성의 애인이 있음에도 각각 한 쪽 다리를 이성에게 걸친 셈이다. 물론 그건 모두 트릭이다. 재미있는 설정이긴 한데, 그들이 그토록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게임을 하는 이유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 눈에는 그게 일반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극중에서 외국에서 들어온 “석” 이라는 캐릭터를 보자. 부모와 남동생에게 마저 없는 존재로 여겨지는데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커밍아웃을 하고 무명의 뮤지션으로 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불행하거나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결여의 아픔은 분명 있어 보인다. 사귀던 남자(?)와의 결별, 그리고 새로 만남 남자와의 다툼. 이 사랑의 결별에는 분명 다들 알고 있는 그런 이유가 존재한다.


동성애자라고 해서 모두 같은 케이스는 아니다. 영화 속 대사등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커밍아웃을 한 사람, 주변사람에게 알리지 않은 사람, 동성애자이지만 그렇다고 이성을 멀리하지도 않는 사람, 또 일부러 친구를 찾으려 애를 쓰지도 않고 이성을 찾지도 않는 사람등등, 자신의 여건에 맞게 사는 군상들이 보인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들은 왜 다들 남성임에도 여성화된 이미지를 추구하는 걸까? 모두 여성의 역할을 자임하는 것도 아닐텐데.


반대로 여성간의 사랑을 대변하는 L의 커플도 나오는데, 비중은 G에 비하면 형편없이 적다. 이들의 관심사는 육아다. 위장결혼이라는 목적도 아이를 입양해서 여자 둘이 키우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영화 내용을 여기까지 보면서 두 커플의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고 싶었다. G커플이 아이를 입양하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 또 L커플이 커밍아웃을 하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 여자에게만 육아문제를 강요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나중에 그 아이가 커서 자신의 정체성과 부모의 역할에 대해 의구심을 품을 가능성은 커보이지만.


아직도 동성애 관련 내용의 영화에 대해 색안경을 쓰고 보는 시각은 존재한다. 그건 그렇게 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이상으로 존중되어야 할 가치다. 사랑하는 데 성별이 무슨 차이가 있냐고 하는 것은, 사랑하는 데 국적과, 나이가 무엇이 문제냐며 사회 구성원의 가치관을 바꿔 온, 마치 수 십년간 갈아서 마모된 숫돌과도 같다.


영화 말미에 좀 안된 장면이 나온다. 택시 기사와 관련된 해프닝. 주인공은 얼떨결에 커밍아웃을 하고 죽은 자를 위무하려고 하지만 세상의 시선은 여전히 차가워 보인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돌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세상엔 수많은 가치관들이 공고하게 똬리를 잡고 앉아 변하지 않을 것 같지만, 시나브로 바뀐 것들도 많다. 내 사랑이 뭐가 어떠냐며 타인에게 인정받아야겠다면서 생색내기보다 감추고 살아도 그게 내 사랑의 진심이라고 굳게 믿는다면 그게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싶다. 비단 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나 지금 누구 사랑해요 그러니까 관심가져 주세요”라고 떠드는 세상의 많은 중생들 앞에서 “당신의 사랑, 내일도 안전한가요?”라고 묻고 싶다.


동성애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불유쾌하지 않게 쏟아져 나오고, 제목에 언급된 총 세 번의 이벤트에 무슨 사연이 있는 건지, 감독 빼고는 모두 이성애자들이라니, 그들이 보여주는 동성애자들의 연기가 얼마나 싱크로나이즈드한 지 그 또한 지켜보자. 닭살이 좀 돋더라도 이 때만큼은 편견 같은 거 버리고.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2012)

Two Weddings And a Funeral 
8
감독
김조광수
출연
김동윤, 류현경, 송용진, 정애연, 박정표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한국 | 106 분 | 2012-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