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스페셜 포스 - 벼랑 끝까지 도망칠 수 있을까

효준선생 2012. 6. 15. 01:43

 

 

 

 

파키스탄과 아프카니스탄이 주는 이미지들, 소위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라 불리는 알 카에다와 그들에 대해 지지입장을 밝히고 있는 정치집단인 탈레반들의 소굴, 그리하여 서방국가들에게 내정간섭이나 국토유린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정도. 그 이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 드물다. 이런 곳일수록 기자들에겐 목숨을 걸고 취재를 가볼만한 매력적인 땅이라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간간히 들려오는 기자들의 피랍소식, 그 후 구출과 죽음이라는 양단의 길에서의 결말. 단락없이 지속되는 이유에 대해 기자정신으로만 이야기 하기엔 출혈이 너무 강하다.


영화 스페셜 포스엔 바로 이곳, 유혈이 낭자할 것만 같은 포비든 랜드에서 포로로 잡힌 프랑스 여기자 구출작전과 그 후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물론 실화는 아니지만 얼핏 들어온 그동안의 여러 기자들의 피랍소식과 맞물려 상당히 그럴 듯한 개연성을 보여주는데, 무엇보다 구출작전에서의 긴박감보다 살 수 있을까? 살 수 있다면 몇 명이? 그리고 누가? 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볼 수 있는 영화다.


서바이벌 게임에 비견될 이런 류의 영화에선 각각의 캐릭터들이 큰 몫을 차지한다. 모두 다 살 것은 아니기에 순차적으로 죽어나갈 사람들을 챙겨보고, 그 사이 사이 이들이 겪을 고초와 수난의 극복기도 또한 볼거리에 속한다. 만약 영화 더 그레이처럼 늑대나, 혹한과 맞서는 것이 아니라면 분명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인데, 이 영화에서도 마치 홍길동처럼 마구 출몰하는 탈레반 무리들을 그들로 삼았다.


탈레반의 수장은 마치 무식이 철철 넘치는 건장한 씨름꾼으로 간주하기 쉬운데 사실 그렇지 않다. 영화 속 탈레반의 젊은 보스도 영국 캠브리지 대학 출신이며 명망가의 아들이었다. 흡사 오사마 빈 라덴을 연상시키는 외모다. 그는 결코 나서서 총을 쏘거나 무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오로지 카리스마다. 신성불가침의. 그리하여 죽어나가는 건, 결국 민초들이지만 이들에겐 죽음은 곧 성전인 셈이니 누구하나 나서서 반전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런 마인드를 가진 자들과의 추격전이니 결과는 뻔했다. 영화 중반 마을을 배경을 한 백병전에서 그 가감없는 장면들이 연출되는 데, 스나이퍼를 앞세운 프랑스 군인과 탈레반과의 총격전은 그래서 압권이자 핵심이었다. 문제는 장장 열흘이나 걸어서 파키스탄을 벗어나는 여정동안, 도망에 가까운 탈출장면 말고는 삶에 대한 어떤 회한이나 반성, 혹은 생존본능의 장면이 유효하지 않았다. 지쳐 쓰러질 것 같아 보였는데도 적이 나타났다는 말에 마치 방금 전 뷔페식당에서 배를 채운 운동선수처럼 날아다니면 총을 쏘아대고, 먹을 것도 변변치 않아보이는 데도 걸음걸이가 상쾌해보였으니, 도술이라도 부리는 듯 싶었다.


이런 저런 극적허용을 감안하더라도, 과연 탈레반은 모두 악독한 사람들인가? 그리고 프랑스 군인들은 다 정의를 위하는 사람들인가 묻고 싶었다. 그곳이 파키스탄이 아니라 프랑스 본령이었다면, 그래서 총질 가운데 죄없는 민간인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나간다고 해도 여기자 하나만을 위한다는 목표로 대기만 하고 있을 수 있는 가?


이 영화에서 죽어나간 사람도 부지기수다. 어찌보면 그들도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아비다. 목숨이 두 세개 되면 모르지만 그도 아닌데, 우리 편(?)의 죽음엔 애통해야 하고 우리 편을 따라붙는 자들의 죽음엔 쾌감을 느껴야 함에 불편해졌다. 영화 결말이 뜻밖인 지라 다소 위안을 삼을 만한 요소도 없지 않다. 그러나 전쟁은 아무도 원하는 사람이 없다. 그저 그 안에서 橫行하는 악마의 목소리에 휘둘려 서로 죽고 죽이는 蠻行만 있을 뿐이다. 

 

 

 

 

 

 

 

 


스페셜 포스 (2012)

Special Forces 
8.5
감독
스테판 리보자드
출연
다이앤 크루거, 디몬 하운수, 브누아 마지멜, 데니스 메노체트, 라파엘 페르소나즈
정보
액션 | 프랑스 | 109 분 | 2012-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