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더 스토닝 - 분노하라, 영화가 끝나고도 아무런 감정이 없는 당신에게

효준선생 2012. 6. 14. 00:01

 

 

 

 

누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 것인가? 모계사회가 깨지고 아버지가 군림하던 시절을 거치며 여성들에 대한 불필요한 억압과 질곡은 수 천년 동안 계속되었다. 혹자는 마녀사냥이라고, 혹자는 화냥년이라며 비하를 서슴지 않았던 그 시절이 다 지나고 半邊天(하늘 아래 반은 여성)이니, 여성 상위 시대니 하며 女權신장시절을 구가하는 줄로 알았지만 영화 더 스토닝을 보면 지구촌 어느 마을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는 것으로 보아 여전히 발목에 채워진 차꼬를 풀지 못한 채 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란의 어느 작은 마을, 외부 세상과 단절된 듯 한 그곳에 프랑스 출신의 저널 리스트가 찾아온다. 자동차 수리를 맡기고 잠시 차를 한 잔 마시는 사이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중년 부인이 그를 찾아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겠다면 영화는 시작된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바로 어제 마을에서 벌어진 끔찍한 일이다.


아랍권 국가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은 외양을 가리는 일에서 부터 시작된다. 성년이 되면 눈만 빼고는 죄다 검은 천으로 가리는 차도르와 頭部를 가리는 히잡등을 통해 여성들은 자신을 외부, 특히 외간 남자에게 보여지는 것을 극도로 꺼려한다. 마치 중국 전제주의 시절, 여성미의 극치라며 추켜세운 전족이 실제로는 여성의 활동성을 제어하여 다른 남자와의 접촉을 최소화 하려고 했다는 이야기와 얼추 비슷하다.


이 영화속 여성들도 색깔만 좀 다르다뿐 외출시에는 꼭 히잡을 착용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얼굴만 동그랗게 내보이는 그녀들앞에 놓여진 것은 비단 服飾뿐 만이 아니었다. 남편으로부터의 이혼 강권, 거부시엔 폭력이 날아오고, 여자가 간음을 했을 땐 끔찍한 사형이 기다리지만 남자에겐 그저 선택의 자유일 뿐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인 소라야의 남편 알리도 그런 부류의 인간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싶게 이중적이고 변태적인 모습을 유지하는데 그의 농간으로 한 여자의 일생이 망가지는 것을 보니 심히 착잡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남편의 가정 폭력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가 한 개인에게 몰아붙이는 공적인 폭력이 어떤 결말을 보이는가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라야는 분명 이웃에서 다정다감한 여인이었다. 개중엔 그녀에서 질시를 하는 여자도 있었는데 그 여자까지 나서서 남자 편을 들고, 선동에 휘말린 그들은 소라야를 마치 공공의 적으로 몰아세우는 장면에 이르면 도저히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에 이른다.


알리의 의도는 매우 불순했다. 가정이 있고 자식을 네 명이나 둔 가장이 자신이 일하는 교도소의 사형수에게 거액의 뇌물을 받고 겨우 16살 된 딸을 취하는 조건으로 조강지처에게 이혼을 요구하는, 심지어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자 극단의 방법을 취하는 태도에 분노를 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온 동네 남자들도 모자라, 자신이 배아파 난 아들 마저도 제 아버지의 편에 서고 마는 현실, 심지어 친정 아버지의 손에 들려진 돌덩이를 보니 저곳이 문명사회가 맞나 싶었다. 아무리 그 문화를 인정하라는 말을 머릿속으로는 이해하려고 해도 사회가 개인을 짓이기는 처참한 장면에선 차라리 검은 화면으로 처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양성 평등이 요원하다고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 일군의 남성들은 뭔가 생각해야 하는 바가 반드시 있어야 할 것 같다. 여자는 그래야 해 라는 선입견과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의미없는 굴종을 강요하는 그들. 손에 돌을 던질 용기는 없다 하더라도 여전히 만연된 가정 폭력의 행태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게 왜이리 힘든지, 한번쯤 생각해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작은 마을에서 짧은 시간동안 벌어진 일들을 부지런히 담아냈지만 결코 지루하거나 한눈을 팔 틈을 주지 않는다. 소라야를 중심으로 마구 조여드는 무언의 압박들을 느끼다 보면 내 자신이 소라야가 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란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제작국은 미국이다. 이모로 나온 배우의 무게감 있는 연기도 훌륭했다. 이젠 사라졌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투석형, 즉 더 스토닝이 아직도 아랍과 아프리카에서 자행되고 있다니,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더 스토닝 (2012)

The Stoning of Soraya M. 
9
감독
사이러스 노라스테
출연
쇼레 아그다쉬루, 모잔 마르노, 제임스 카비젤, 나비드 네가반, 알리 포타쉬
정보
드라마 | 미국 | 114 분 | 2012-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