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더 씽 - 오래묵은 외계생명체, 둔갑술이 예술이네

효준선생 2012. 6. 13. 00:54

 

 

 

 

영화 더 씽의 원래 제목엔 괴물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그런데 여타 영화들이 연상되면서 부정적인 효과가 더 강하게 부각될 것 같아서였는지 보편적이면서도 보다 강렬한 이미지를 주는 지금의 제목으로 바뀌었다. 이 영화는 노르웨이 북단의 빙하 밑바닥에서 발견된 모종의 괴생명체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시작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고생물학과에 다니는 才媛 케이트와 몇 명의 미국인 말고는 모두 노르웨이의 연구진과 실무자들이다. 


얼음과 눈만 가득한 그곳에서 아주 오래전 꽁꽁 얼린 상태로 존재했던 외계 생명체의 부활 이면엔 결국 사람의 힘이 작용했다. 그걸 왜 건드렸을까? 그냥 내버려 두었다면 이 지경은 되지 않았을텐데, 하면서도 그런 노력이야말로 과학의 발전을 가져온 동인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아무튼, 이 영화는 여느 공상과학영화와 다르게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스릴러물의 성격이 아주 강하다. 연한 호러물이라고 해야 할지, 귀신과 심령술사가 나오거나 살인마가 연쇄살인을 해야만 공포물이 아니다. 바로 내 옆에 있는 멀쩡한 남자가 알고 보니 보기에도 흉측한 외계인이었다는 사실과 조금만 방심하면 자신의 목숨을 노릴 것이라는 점에 두려워졌다. 대체 저 사람은 사람일까 외계생명체일까?


이 영화가 독특했던 건 바로 외계 생명체와 대면해서 싸우는 게 아니라 제한된 공간 안에 있는 살아남은 사람들끼리의 이전투구를 보는 맛에 있었다. 서로가 의심하게 만드는 상황, 케이트는 가방 끈이 긴 만큼 아주 독창적인 방법으로 인간과 외계 생명체를 구분하는데, 그 상황이 매우 긴박하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그리고 또 하나의 전제는 인간을 순식간에 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절대로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엔딩 장면에 의심의 여지가 농후한 개가 한 마리 탈출하고 그 개를 뒤쫒는 장면이 나온다.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중간 중간 사라졌다가 갑자기 등장하는 인물들의 인 앤 아웃이 그다지 매끄럽지 않고 속임수라는 희화화된 호러물의 전형을 살포시 가져다 쓰기에 그래도 익숙하지 않은 배우들인지라 아까 죽지 않았나 하는, 영화 외적인 혼란감은 옥의 티다. 나중엔 그가 외계생명체였기에 죽었는지, 아니면 인간이었는데 오해로 죽었는지 알기 어렵게 되었다. 하기사 인간이라고 해도 자신을 해치려면 먼저 무기를 쏘는 게 인지상정이기도 하겠지만.


그래서 이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믿을 놈 하나도 없고, 결국 둘 만 남았는데도 심지어 주인공마저도 의심케 하는 효과까지 만들어냈다. 외계 생명체의 크리쳐는 독특하다고 말하기는 조금 어설프다. 갑각류의 형상에 양서류를 섞어 놓은 듯 하다. 그래도 타격감이 상당해서 인간은 결코 맨손으로 대적할 수 없고 묵직한 화염방사기가 아니고서는 잘 죽지도 않는다.


영화를 보고 나니, 설사 보이는 외계생명체가 인간의 몸에 들어왔다는 가정이 아니고서도 괴물같이 사는 인간도 많다는 점에서, 이 영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서로를 물고 뜯으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든 더 씽은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여러 인물군상이 등장하니, 자신과 비슷한 캐릭터를 찾아보고 그가 인간이었는지 외계 생명체가 가증스런 연기를 하는 건지 구분해보기 바란다. 물론 간혹 절규나 비명도 필요하다.  

 

 

 

 

 

 

 

 

 


더 씽 (2012)

The Thing 
7.9
감독
매티스 반 헤이닌겐 주니어
출연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조엘 에저튼, 울리히 톰센, 에릭 크리스찬 올슨, 아데웰 아키누오예-아바제
정보
SF, 스릴러 | 미국 | 103 분 | 2012-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