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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금의위 : 14검의 비밀 - 권력암투에서 내쳐진 남자의 복수

효준선생 2012. 6. 11. 00:40

 

 

 

 

중국 영화 금의위 14검의 비밀을 보기 전 약간의 역사적 고증을 소개해야 할 듯 싶다. 영화 제목으로 쓰인 금의위(錦衣衛)는 명나라 초대 황제인 주원장때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영화 속 시대배경은 한참 후의 이야기다. 금의위가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주원장의 아들이자 북경시대를 연 영락제 때부터이며 금의위의 존재 자체가 황제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그 만큼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중국의 황제 정도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을 것 같지만 조카의 자리를 빼앗은 영락제는 늘 좌불안석이었다. 그가 명나라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 인물임에도 재위기간이 비교적 짧았던 이유도 그런 심적인 압박때문으로 보인다.


사실 명나라 역사는 수렴의 시기였다. 몽골족이 세운 원이 북방으로 밀려나가고 청을 세우는 만주족이 아직 들어오기 전, 명나라는 중반이후 우물 안 개구리였다. 외세의 침략을 걱정하기 보다 내부의 적에 의해 자신의 命이 떨어질 것을 걱정하여 친인척과 환관들을 곁에 두고 그들에게 전권을 내맡기고는 자기는 놀기에 바쁜 우둔한 황제들이 태반이었던 까닭에 명의 역사는 환관의 역사라 해도 좋을 만큼 어수선하고 음울한 시기였다.


영화 금의위 초반에 등장하는 검은 옷의 사내들, 그 중 청룡이라 불리는 남자가 환관 가정충이 어명이라고 지시를 내리자, 이를 의심해 재차 어명이냐고 묻는 장면이 있다. 그리고 나중에 모함에 빠져 청룡이 가정충 무리와 한바탕 결투를 벌이는 장소가 바로 東廠이라는 곳이었다. 동창은 명나라 특무기관으로 초창기엔 비밀 사정기관이었다가 이곳의 우두머리인 환관들이 득세하면서 황제 직속 경호부대인 금의위와 권력을 놓고 맞붙기 시작했다. 이 영화는 바로 이 부분을 극화한 것이다. 박정희 시대말기 중정과 경호실과의 알력이라고 보면 딱 어울린다.


또 하나의 키워드는 王府다. 왕부란 황제의 자리에 오르지 못한, 물론 황제가 될 자격은 있는 황제의 형제와 사촌들에게 내려진 영지였다. 명나라 보다 청나라때 왕부가 굉장히 활성화 되었는데 영화 속 경왕부가 바로 황제가 되지 못한 인사의 보복이 시작되는 곳으로 그려졌다. 그가 죽도록 원했던 것이 바로 황제의 옥새였으니, 권력을 향한 욕심은 피를 나눈 형제라고 해도 말릴 수가 없는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鏢局도 등장한다. 오늘날의 우체국과 은행의 기능을 더한 곳인데, 극의 배경이 되는 명나라 중반에는 없던 곳이다. 명나라 말엽에 들어와 나라가 어지러워 지고 도적이 들끓으며 각지를 오가던 재화의 약탈이 뒤따르자 일종의 신용거래라할 수 있는 환어음이 실물을 대체하기 시작했고 이를 거래하던 곳이 바로 표국이었다. 영화 속에서 正義鏢局이 폐업을 하고 마지막으로 청룡(견자단 분)을 어디론가 호송하는 일을 하는 모습이 등장하는데 매우 드문 케이스라고 보인다.


이런 배경으로 이 영화를 보면 상당히 흥미로운데, 조직에서 쫒겨난 무술의 달인 靑龍과 자신의 안위와 영달을 위해 의형제를 배신한 玄武, 그리고 황제를 능가하는 권력을 쥐고 있던 환관, 무능한 황제를 꺾기 위해 옥새를 탈취하려는 황제의 친척등이 발호하여 서로 물고 물리는 싸움을 펼쳐 보이는 영화, 중국이 아니라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로케이션 헌팅과 근접 결투장면에선 최고 수준의 촬영 테크닉을 선보이는 연출력, 기존의 남성 액션에서 벗어나 여자의 무력도 충분히 매력적임을 보여주는 외외성. 볼거리에만 치중해왔던 기존의 중국 무협영화와는 달리 단순하지만은 않은 스토리 라인을 가진 영화 금의위, 비록 한국에서의 스크리닝 시간이 이르지 않음이 아쉽지만 중국 영화 팬이라면 꼭 보고 넘겨야 할 작품이다.

 

 

 

 

 

 

 

 


금의위 : 14검의 비밀 (2012)

14 BLADES 
7.8
감독
이인항
출연
견자단, 조미, 오존, 서자산, 척옥무
정보
무협, 액션 | 홍콩, 중국 | 113 분 | 2012-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