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캐빈 인 더 우즈 - 호러물에 대한 편견을 큐브처럼 비틀다

효준선생 2012. 6. 9. 01:01

 

 

 

 

한 눈에 보기에도 딱 철없어 보이는 하이틴들, 설사 대학생이라도 예외없다. 남자는 껄렁거리며 여자애들이나 꼬시려들고 여자들은 그런 남자들 중에서 쓸만한 녀석 없나 두리번거린다. 친척에게서 별장이나 오두막을 빌려 여름맞이 여흥을 즐기러 떠나고 길에선 음흉한 눈빛의 남자를 만난다. 그리고 도착한 외양이 허름하거나 집구조가 독특한 곳. 그곳에서 이상한 낌새를 차리지만 ‘에라 모르겠다. 기왕 온거니 신나게 놀아보자’며, 대략 볼만한 몸매를 자랑하며 물장구를 친다. 그리고 서서히 스며들 듯 다가서는 알 수 없는 공포.


이른바 여름 시즌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헐리웃 버전의 공포영화들 중에서 위의 케이스를 크게 어긋나지 않은 호러무비들이 얼마나 될까? 특히 깐죽거리거나 유난히 볼륨감 있는 몸매를 자랑하는 쭉빵언니들은 희생양 1번 타자다. 그런데, 우린 이런 틀에 박힌 공포영화를 보면서도 늘상 비슷한 반응을 보이거나, 아니면 ‘엄마’를 찾거나 그것도 모자라 눈을 질끈 감고 옆 사람 손을 꽉 잡곤 했다. 세상에 귀신없고 살인마 만나기 쉽지 않다는거 다 아는데 이번에는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컨셉이 등장하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물경 공포영화임에도 보게 만들었건만.


괴물이 나와서 친구를 죽여도, 나만 안 죽으면 된다며 도망치다 죽고, 아까 죽은 것 같은데 어느새 자기 옆에서 구해주는 척하다 도로 살인마로 변신하고, 살인마의 양태도 얼추 비슷하다. 좀비에, 가면을 둘러쓰거나, 피칠갑을 하거나, 혹은 소복인지 드레스인지를 대충 입고 등을 두드리는 여자 귀신에, 총을 쏴도 잘 죽지도 않는다.


영화 캐빈 인 더 우즈는 올해 최고의 공포영화라며 결코 호들갑을 떨지 않았고. 포스터 어디를 봐도 공포라는 두 글자는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다들 공포영화라는 것을 마음에 담아두고 관람을 시작하는 것처럼 보였다. 본능일까 아니면 광고에서 나온 것처럼 공포영화의 전형을 담고 있어서일까 그만큼 우리 마음속에 공포 영화란 이럴 것이라는 일종의 스테레오 타입이 자리잡고 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기존의 공포영화의 거의 모든 조각들, 캐릭터, 상황연출, 클리셰한 결말등을 담아 두고는 이 영화가 무서운 게 아니라 그동안의 공포영화의 요소를 다 담아두었으니 이제는 함부로 놀라거나 하지 마시라는, 마치 마술의 비법을 가르쳐준 것처럼 보였다.


남녀 대학생 다 섯명이 친척의 오두막에 놀러가면서 시작된 불행의 시작은 공포영화와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들을 지켜보는 또 다른 눈들이 있었다. 영화는 그들이 구체적으로 누구이면 무슨 목적으로 그러고 있는지 해설해주지 않았다. 이런 저런 말을 주고 받는 것을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어도 다섯 명의 대학생과 연구소로 추정되는 그곳 사람들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때부터 관객들의 머릿속 셈법은 복잡해지지 시작했다. 누군가 돈을 노리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이겠거니, 혹은 아이들이 죽음을 당해도 쌀 정도로 나쁜 짓을 벌였거니, 심지어 저렇게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였으니 보면서도 기존 상상의 틀은 쉽게 탈변되지 않았다. 바로 이 점이 이 영화가 아이디어 상품이라는 반증이다.


영화 후반부, 어쩌면 공포영화에 한번씩은 등장했을 법한 악마의 이미지들은 모두 등장했다. 물론 그들의 해악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없다. 그냥 화면에 등장했다가 쓰나미처럼 헤집고는 사라졌다. 주인공들의 애처로운 반항도 남의 집 일처럼 보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영화에 과연 왜 등장했을까 싶은 중견 여배우가 나오면서 이 영화는 가까스로 상상력을 발휘해가던 관객들에게 피니시 블로를 날린다.


무서운 것이 점점 사라지는 나이가 되다보니, 어설픈 캐릭터에 놀라기 보다, 그 상황 뒤에 나타나는 것에 대한 막연한 상상력이 맞아 떨어지는 것에 더 놀라곤 한다. 예전엔 주인공 뒤에 도끼들고 설치는 살인마나 허연 얼굴을 한 소복귀신에도 놀라곤 했지만 그들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는 이젠 왠만해서는 놀라지 않는 나 자신을 보곤 더 놀라게 된다.


영화 캐빈 인 더 우즈는 호러의 종합선물 세트, 상상, 그 이상의 기발함과 발칙함으로 무서움을 상쇄시켜줄 것이다. 아니, 생각보다 더 많이 웃고 나올 법한 영화다.

 

 

 

 

 

 

 

 

 

 

 


캐빈 인 더 우즈 (2012)

The Cabin in the Woods 
8.8
감독
드류 고다드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크리스틴 코넬리, 안나 허치슨, 프랜 크란츠, 제시 윌리암스
정보
액션, 공포, SF, 스릴러 | 미국 | 95 분 | 2012-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