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프로메테우스 - 봉인(封印)은 열지 말라고 만든 것이다.

효준선생 2012. 6. 6. 01:12

 

 

 

 

 

미리 짐작하는 존재라는 의미의 프로메테우스는 신중의 신이 된 제우스에게서 동물을 만들라는 명령을 받는다. 각종의 동물과 인간을 만들고 난 그가 잠시 잠이 든 사이 동생인 에피메테우스가 동물들에게 이런 저런 무기가 될 만한 것들을 선사하고 나니 인간에게는 줄 게 없었다. 생각끝에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 몰래 불을 훔쳐다 인간에게 주었으니 인간에겐 만물의 영장이 될 기회를, 자신에겐 평생 맹수들에게 간을 쪼이며 살게될 비참한 운명을 가져다 주었다.


영화 프로메테우스가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아이맥스부터 일반 상영관까지 관객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에이리언 시리즈의 창시자인 리들리 스콧의 연출력과 요즘 잘나가는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서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신화 속 주인공의 이름을 가져다 붙여가며 인류의 시작점을 탐구해보겠다는 거창한 시놉시스에 호기심을 보인 결과라고 간주된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맨 마지막에 남는 기괴한 형상의 크리쳐에 올인되어 영화 초반에 강변했던 인간과 과학, 창조와 진화등 이런 거대담론은 어느새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만큼 전반부 30분과 나머지 1시간 반은 같은 영화인가 싶을 정도로 주제의식의 고리가 빈약한 게 사실이었다.


일견 탐욕에 빠진 기업윤리 때문에 사단이 일어난 것 같아 보이지만 인간은 하지 말라는 건 더 기를 쓰고 해보려고 하는 욕구가 한편으로는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사건을, 또 한편으로는 인류의 문명을 진보로 이끈 원동력이 되어 왔음을 부인키 어렵다. 프로메테우스를 타고 몇 조 단위의 거리 밖의 별, 그 곳에서 조물주의 흔적을 찾기 위한 시도가 본격화 되면서부터 이 영화는 재미있어진다. 같은 공간 안에서 수십 년을 희생, (인간에게 수십 년이란 일생이 될 수 도 있는 시간이다.)해가면 다시 돌아갈지 미지수인 그곳을 찾아왔다는 건 엄청난 각오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물론 함께 왔으면서도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캐릭터들의 충돌 역시 인간과 외계 생물체와의 조우 이상으로 흥미롭다.


오로지 과학자로서의 책임감의 발로였던 박사 커플, 그리고 기업의 이윤과 개인적인 욕심의 한풀이 성격이 강한 몇몇,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사이보그로 추정되는 로봇. 그리고 나름 정의감을 보여준 캡틴과 몇몇의 인물 군상들. 재미있는 부분들은 인간들끼리의 알력과 조력에 있었다. 그리고 로봇이 가진 이중성과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인간 그 이상의 협잡등은 압권이었다.


상대적으로 불가측했던 외계 생명체의 등장은 예상보다 덩치 측면에서는 상당했지만 그들의 정체성은 모호했다. 그들이 과연 인류의 조물주인가 라는 질문엔 아예 대답조차 하지 못했고 인간 나부랭이들과의 한바탕 싸움으로 자신의 덩치값만 해낸 셈이었다. 주목할 만 한 것은 그들이 인간의 몸을 활용해 번식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그 사이에 인간의 편이라고 믿었던 로봇의 행위가 고스란히 끼어든 것은 충격적이다.


여주인공의 목에 걸고 있는 십자가 목걸이에 유난히 집착하는 로봇에겐 어쩌면 창조론보다 진화론이 잘 어울리는 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 조물주로 여겨지는 크리쳐를 만든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이 역시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영화 에일리언의 감독 답게 이번 영화 속 몇가지 크리쳐는 기시감이 들었다 점액질 피부에 파충류와 양서류를 섞어 놓은 모습들. 잘 죽지도 않고 자웅동체인 듯, 스스로 분화를 해가면 번식을 하는 모습이 끔찍했다.


이 영화는 지구인들이 외계생명의 비밀을 찾아가 만나지 않았으면 했을 “그들”과 만났던 과정을 마치 미래의 어느 시점을 차용해 그려내고 있다. 과연 과학자와 기업가의 그런 시도가 인류에 득이 될 수 있을까? 봉인을 하고 꺼내지 말라고 한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건데, 굳이 다시 들춰내 해를 입힐 수도 있게 만든 그들의 행위는 도대체 무슨 권한이란 말인가? 다시 프로메테우스 신화로 돌아와서, 인간에게 불을 준 댓가로 혹독한 고초를 치루는 그처럼, 주인공들이 타고 갈 프로메테우스 호는 비슷한 운명이 된다. 그리고 동생인 에피메테우스의 아내이자 많은 SF영화에 모티프를 주는 판도라가 이 영화에서 수 없이 연상된 이유가 있다. 다음 연작을 염두 해 둔 장면들이 엔딩에 등장했지만 다음 시리즈 제목은 최소한 프로메테우스는 되지 않을 듯 싶다.    

 

 

 

 

 

 

 

 

 

 


프로메테우스 (2012)

Prometheus 
7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누미 라파스, 마이클 패스벤더, 샤를리즈 테론, 가이 피어스, 이드리스 엘바
정보
SF, 스릴러 | 미국 | 123 분 | 2012-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