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슈퍼스타 - 세상이 우릴 알아주지 않아도 기죽지 않아

효준선생 2012. 6. 5. 01:56

 

 

 

 

 

무슨 일을 하고 있는 듯 싶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되는 일도 없고 될 것 같은 일도 별로 없다. 벌어놓은 것도 무일푼이라 입에 풀칠하는 것도 점점 벅차다. 은행잔고는 이미 바닥을 지나 마이너스 통장만 불어갈 뿐이다. 한때는 유명감독의 조감독을 하며 언젠간 나도 내 영화를 찍고 말테다 싶지만 그게 언제적 생각인지 기억마저 가물거린다. 하루는 후배 감독이 나를 모델로 영화를 찍고 싶다며 찾아왔다. 이야기는 이제 시작된다.


영화 슈퍼스타는 영화속 영화로 시작된다. 물론 시작과 동시에 그 흔적은 사라지지만 이 영화의 재미는 관여하고 있는 감독이 셋이나 되는 셈이다. 극중 감독 준비중인 남자(송삼동 분), 그리고 그에게 나레이션을 맡기고 카메라를 들이미는 또 하나의 감독, 마지막으로 영화 슈퍼스타의 감독인 임진순이다. 사실 이 영화는 5분만 보고 있어도 연출자인 감독의 자서전 같다는 느낌이 냄새처럼 다가온다. 영화판 그 바닥(?)에 대해 잘 모르지만 풍월로 들은 바,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여러 장면들이 상당히 공감이 된다. 아니 영화계 말고 일반 회사계(?)에서도 마찬가지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부산이라는, 근래들어 영화라는 화두에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한민국 제2의 도시 안에서 찍어 건져 올린 여러 가지 흥미로운 컷들. 부산 사람이라면 잘 알아서, 부산에 가본 적도 없는 타 지역 사람들이라면 그들 나름대로의 호기심으로 들여다 볼 만한 것들이 많았다.


또 하나의 재미라면 역시 극중 감독인 진수(실제 감독 이름과 흡사하다)의 친구이자 깡패 전문배우로 낙인(?) 찍힌 김정태의 느물거림이다. 근래들어 한국영화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할 빈도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으며 안방극장에서도 멀쑥하면서도 어딘가 꼼수가 많아보이는 그의 이미지가 발견되고 있다. 그런데, 극중 친구랑 동행해서인지, 아니면 실제 자기 고향에 내려가서인지, 유난히 빛을 발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속칭 떡을 친다는 말은 남녀관계를 말하는 데, 극중 태욱(김정태의 본명이다)은 입만 벌리며 떡, 떡거린다. 그렇다고 질펀한 19금 장면이 난무하지도 않는다. 2박 3일 동안의 여정동안 말이 실천되었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밉지만은 않은 그의 입잔치는 이 영화의 윤활제이자 활력소가 된다. 2010년 가을 부산 국제 영화제 기간에 마치 스나이퍼처럼 미끄러지듯 침투해 알짜배기만 골라 찍어낸 이 영화엔 놀랄만한 카메오들이 많이 등장한다. 사전에 약속을 했겠지만, 배우 김정태와 송삼동을 보고 마치 진짜 입봉도 못한 감독 준비생과 깡패 전문 배우 정도로 여기고 리액션을 해준 그들의 연기는 묘한 웃음을 만들어 냈다.


기본적으로는 이 영화 주인공들도 “88만원 세대”다.  검은색 그랜저를 렌트해서 몰고 다니지만 다음달 셋방꺼리를 걱정해야 하고, 1억 수입의 꿈만 같은 감독과 배우를 입으로만 떠벌이고 사는 처지다. 제작자와의 술자리에서 주사를 부려 얻어맞고 받아낸 돈 팔십만원, 그걸 호기롭게 바닷가 모래사장에 던지고는 나중에 3만원이 빈다고 끙끙거리는 모습들.


후배겸, 한때 연정을 품었던 스크립터 출신의 스탭이 자기 보다 먼저 감독이 되는 모습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니, 어디 그들뿐이랴 싶기도 했다. 영화인이 영화제 안가면 누가 가냐며 큰소리쳐보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 바닥엔 대체 누가 채우는 걸까?


미래엔 다들 일류 감독이 되길, 잘나가는 배우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땀을 흘리는 수많은 청춘들에게 이 영화는 한편의 자서전이자 除毒劑처럼 보였다. 꿈만 꾸면 다될 것 같았던 그 毒같은 무희망, 짐승만은 되지 말자면서 스스로를 다독이는 모습이, 술에 취해 처음 보는 여성에게 마음에도 없는 떡이야기를 꺼내며 무너지는 모습이, 영화 준비하다 3번은 엎어져야 비로소 감독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자조하는 모습이, 어째 남의 이야기만 같아보이지 않아 서글퍼졌다.


우리가 보는 영화는 그야말로 완성본일 뿐이다. 매끈하게 뽑혀져 선을 보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투영되어 있을 것이라는 걸 잘 안다. 그래봐야 짧게는 겨우 일주일 극장에 걸리는 것 뿐인데, 영화 대사에서 입봉에 성공하더라도 두 번째 영화까지 찍는 감독이 겨우 열에 셋뿐이라는 말. 이 영화를 연출한 임진순 감독에게는 그 셋 안에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 그 독특하면서도 알 듯 모를 듯한 페이소스를 다시 한번 보게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건투를 빈다.   

 

 

 

 

 

 

 


슈퍼스타 (2012)

0
감독
임진순
출연
김정태, 송삼동, 장경아, 정찬, 박수진
정보
드라마 | 한국 | 94 분 | 2012-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