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시작은 키스 - 사랑, 인연은 따로 있는 모양이다.

효준선생 2012. 6. 8. 00:02

 

 

 

 

 

사랑스런 여자에게 불시에 키스세례를 받았다. 같은 회사의 여자 상사다. 뜻하지 않은 선물에 그의 동공은 풀리고 늘 같은 퇴근 길인데도 마치 꽃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 여자들이 모두 자기에게 뜨거운 시선을 보내는 것 같았다. 그녀는 왜 내게 키스를 했을까? 나는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런 뜨악한 상황에 맞닥뜨린 스웨덴 출신의 巨漢이 눈을 희번득거리며 구애를 한다면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결코 미남이라고 말할 수 없는 남자에게 왜 여자는 키스를 한걸까?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사랑할 것처럼.


나탈리의 첫 번째 결혼은 너무 애틋했기에 너무 짧게 끝이 났다. 첫 사랑때도 마치 첫 눈에 불꽃이 일 듯 다짜고짜 키스부터 하고 시작했는데, 다시 찾아온 춘풍도 그렇게 바람처럼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왜 키스를 했던 게 생각조차 나지 않은걸까? 잘 생기지도 못했는데.


스웨덴 회사에서 다시 시작된 나탈리의 두 번째 사랑이야기를 담은 영화 시작은 키스는 말랑한 멜로드라마다. 첫사랑의 셀레임보다, 한번의 상처를 이겨내고 다시 커플이 될 수 있을지 의심이 없을 수 없는 여자, 그리고 자기는 그런 여자의 반려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너무나 조심스런 남자. 사랑은 분명 자기들 근처에 있는 것 같은데도, 섣불리 완성체를 만들려하지 않는다.


회사 안에서 늘 만나는 사이다 보니, 컴퍼니 커플스러운 알콩달콩한 에피소드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연극만은 싫다고 생각한 남자에게 여자가 연극을 보자고 데이트 신청을 하자 갑자기 연극 팬을 자청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니 사랑 앞에선 선의의 거짓말도 필요하겠구나 싶다.


한번 사랑을 떠난 보낸 여자의 심리는 강하게 드러내기 보단 여유롭게 그려낸 듯 싶다. 나탈리에게 고민의 시간은 바로 회사복도를 걷는 순간이다. 여러차례 등장한 시퀀스인데, 앞 만보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장면이 바로 그녀에겐 고민과 선택과 결정의 심리를 말하고 있다. 둘만의 사랑이 이루어져서 다시 한번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식이 아니라 나탈리의 할머니 댁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소녀의, 청소년기의, 그리고 얼마 전 사랑에 빠졌던 그녀의 모습을 교차해 보여주면서, 남자가 말하고 싶은, “이젠 내 차례가 되었다”는 말이 참 멋있게 보였다.


꽃미남이 각광받는 시절, 마치 한 마리 곰처럼 화려한 비주얼은 결코 없지만 우직함으로 가냘프기 짝이 없어 보이는 나탈리(오드리 토투 분)곁에서 오래 머물수 있다면, 그게 우선 아니겠는가. 영화 속 멜로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이 가진, 현실과는 거리가 먼 그런 캐릭터들보다 스크린 밖, 바로 지금 당신의 곁엔 “마르퀴스”같은 남자가 앉아있을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 그게 행복이다. 

 

 

 

 

 

 

 

 

 


시작은 키스 ! (2012)

Delicacy 
10
감독
데이비드 포앙키노스, 스테판 포엔키노스
출연
오드리 토투, 프랑소아 다미앙, 오드리 플뢰로, 피오 마르마이, 에이리앤 아스카리지
정보
코미디, 로맨스/멜로 | 프랑스 | 108 분 | 2012-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