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천국의 아이들 - 내 편이 되어주세요

효준선생 2012. 5. 29. 00:04

 

 

 

 

 

중학교 2학년때 무엇을 하며 지냈는지, 그 당시 나의 주요 관심사가 무엇이었나 되새겨볼라 치니 문득 담임 선생님이 떠올랐다. 생물교과목을 담당하셨고 그 분에게 잘 보이기 위해 생물 하나는 참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대략 이즈음 사춘기가 도래했던 걸로 기억한다. 프로야구가 시작했고 지상파 3사에서 쉬지 않고 해주던 야구 중계를 보는 것으로 취미생활을 대신했던 그 당시, 학교 숙제를 간신히 해가고 학교와 집 사이에 붙은 구멍가게에서 저급한 불량식품을 하나 사먹는 재미가 다였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꿈, 미래, 현실에 대한 반항, 질풍노도의 시기 이런 건 아직 오지도 않았고 교복에서 사복으로 교체되는 시점에 잠시 어리둥절 했던 기억들뿐이었다.


영화 천국의 아이들을 보면서 체구는 이미 성인들만큼이나 다 자란 중2 아이들의 고민 치고는 참으로 멋없고 현실적이란 생각을 해보았다. 어른들이나 해볼 만한 고민과 행동으로 그들은 그게 극복대상이라고 생각하는 듯 싶었고, 그래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선생이라는 보호막안에서 나름 안전하게 키워지고 있음에 안도감이 들었다. 학교라는 장치가 어느새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에 버거워하는 시절에 그 안의 아이들도 조금씩 비닐하우스 안의 화초라는 인식을 유치하거나 치워버려야 할 것 쯤으로 여긴다. 그러나 한발 짝만 나서면 그들을 위협하는 세상에 그들은 이내 거북이 목처럼 움츠러들고 만다. 그런데도 선생들은 버려야 할 것이라면 소위 문제 아이들을 내치려고 하고 이른바 쉬운 훈육을 선택했다.


가르침은 머릿속의 지식을 옮겨 심는 건 아님에도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치는데 소홀히 하거나 제대로 전해주는 방법에 서투른 경우도 없지 않다. 영화 속 방과후 수업반을 담당하게 된 정유진, 그녀는 이른바 기간제 선생이다. 말그대로 언제 짤릴지 모르는 비정규직 교원이다. 대놓고 차별적 발언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정유진 선생이 정유진씨로 불리는 순간, 그건 밥그릇을 놓아야 하는 순간이 된다. 제 아무리 아이들에게 속마음을 털어놔도 되는 “우리들의 선생님”이라고 해도 교직 초보생인 그녀의 행보는 위태롭게 보였다. 위기를 극복하고 모두가 스승으로 받들어 뫼시는 그 순간의 행복은 너무 짧아 보인다. 그건 심리적 불안감이다. 아이들의 문제만 다룬 영화라고 보기엔 이 부분이 상당히 크게 보였다.


모두 11명의 문제아로 낙인 찍인 아이들. 한때는 누군가의 좋은 친구였을 그 아이들을 코너로 몰아넣은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누군 좋아서 삥을 뜯고 누군 좋아서 일진이라는 소리를 들을까 그 아이들이 가장 원하는 건, 어쩌면 “내 편”이다. 자신의 말을 믿어주는 내 편. 곱상한 얼굴과 달리 욕도 잘하고 담배도 잘 태우는 중2 여학생 성아가 친구와 싸움에 휘말려 경찰서로 끌려왔을때 조선족 엄마 대신 온 선생님에게 가장 먼저 외친 말은 “내 편이 되어 주세요”였다.


"편"이라는 말 요즘엔 잘 쓰지 않는다. 희소해졌다. 왜그럴까 개인적인 시간보내기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요즘, 내 편이라는 말 자체도 드물어진 모양이다. 친구들과 함께 지냈던 시간들이 나중엔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연출을 맡은 박흥식 감독이 장탄식을 하며 말했듯 우리 아이들이 잘 놀았으면 좋겠다. 물론 혼자 놀지 말고 친구들과. 그것처럼 남는 장사도 없을텐데, 여전히 밤을 패가며 교과목 시험공부에만 매달리는 모습이 안쓰럽다.


요즘은 학생도 선생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새 스승과 제자 사이는 갈수록 멀어진 듯한 느낌이다. 상투적이지만 이 영화는 다시 한번 성장한다는 것에 대해 요령있게 설파하고 있다. 비단 중학교 2학년 학생뿐만이 아니다. 여전히 앙금처럼 남아있는 현재 진행형의 문제들을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이라도 잊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천국의 아이들 (2012)

9.4
감독
박흥식
출연
유다인, 박지빈, 김보라, 김범준
정보
드라마 | 한국 | 107 분 | 2012-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