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 공주, 드레스를 벗고 갑옷을 입다

효준선생 2012. 5. 28. 00:01

 

 

 

 

 

온실속 화초처럼 살아왔지만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거나 보호해줄 사람이 없음을 알게 된 후 아이들의 반응은 몇 가지다. 스스로 자포자기 하거나 스스로 강해지거나 혹은 자신의 후견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거나, 그림형제의 백설공주가 보여준 그동안의 전형이라는 건 귀가 얇아 타인의 말에 잘 속아 넘어가고 의타적이며 극단적으로 표현되는 女性性이었다. 그렇게 수많은 컨텐츠 안에서 천편일률적으로 소화되던 백설공주에게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며 시대에 걸맞는 여성상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는 백설공주가 세상에 선을 보인지 200년, 이미 영화 백설공주가 상영되었고 이제 그 뒤를 이어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이 공개되었다. 제목에서처럼 백설공주와 사냥꾼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그동안 백설공주 하면 일곱 난장이로 알고 있었지만 이 영화에선 마치 안나오나 싶을 정도로 후반부에 배치되며 활약상도 기대엔 미치지 못했다. 그 역할을 강력한 근육질의 남성으로 대체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다.


공주가 나오는 영화엔 왕자가 제법이지만 이 영화에서 왕자로 돋보일 수 있었던 소꿉친구 윌리엄 역시 조연에 그치고 만다. 결국 백설공주를 복수의 화신으로, 또 생명의 은인으로 등장하는 헌츠맨은 사실 왕자 과 캐릭터는 결코 아니다. 마녀 왕비 편에서 백설공주를 잡아 들여야 하는 임무를 갖고 시작했지만 공주의 과거를 알고 나서는 오히려 공주와 동고동락을 하는 신세가 된다. 그런데 사냥꾼은 총각도 아니고 이웃나라 왕자처럼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남도 아니다. 게다가 喪妻한 경험이 있는 유부남이다. 그러니 오히려 공주에게 프로포즈를 기대할 만한 이성이 아닌, 그녀를 돕고 보호해주는 “아저씨”같은 역할인 셈이다.


이 영화에서 보호자로서의 역할은 오롯이 공주 혼자 하루아침에 변신해서 원더우먼이 될 수 있다는 게 허황된 일임을 알고는 곳곳에 배치놓은 도우미들이다. 예를 들어 왕비에게서 도망을 칠 수 있는 힌트를 주는 까치와 나비의 화신인 흰 사슴과 두 명의 정령과 비중은 작지만 결국엔 등장하는 7명의 난장이들과 옛 친구 윌리엄과 그의 아버지, 그리고 헌츠맨등이다. 사람으로 다 메꿀 수 없는 것들은 판타지가 가미된 동물과 심지어 식물까지 동원하여, 세상은 공주를 중심으로 돌고 있음을 곳곳에서 천명하고 있으니, 여기에 대적하는 왕비는 제 아무리 마법을 부린다 해도 외로워 보였다. 외모에서 얼빵하게 생긴 동생과 마법 거울 하나에 의존해 세상을 훔치며 영생불사를 외치며 미모를 간직하려 하지만 세상일이 어디 제 맘 같기나 하겠는가. 왕비의 일생은 그야말로 엽기다. 앵무새의 간을 꺼내 먹고, 젊은 처녀의 기를 빨아 들여 피부 모이스처닝을 해대는 식이다. 그럼에도 줄기차게 남의 눈엔 보이지도 않는 마법거울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를 물어보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기만 했다. 두꺼운 화장뒤에 감춰진 주름살은 다 어쩌구.


順其自然이라 했다. 물 흐르는 데로 가만히 놔두어야 모든 게 편안 것임에도 무리를 해가면서 자신의 욕심만 차리려는 심중. 하늘은 스스로 벌을 할 수 없지만 그런 자들을 벌하려는 자를 돕기는 한다. 영화 속엔 백설공주에 등장했던 독사과가 나오며, 그걸 누가 공주의 입에서 꺼내 주며 다독거렸는지 설명해준다. 그러나 그렇게 다시 살아난 공주가 하고 싶었던 것은 천년 만년 잘살았다는 고리타분한 결말이 아닌 제 스스로가 해야할 일을 구현함에 초점을 맞추었다.


배경으로 나오는 어둠의 숲과 요정의 숲이 공주가 처한 현실을 반영하는데 각기 180도 다른 장치들이 판타지의 극한을 보여주었다. 전체적인 영화의 톤은 은회색에 가깝거나 칠흑색이 주종을 이루어 마치 먹물로 그려낸 듯 한 장면들이 많았다. 왕비를 중심으로 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요정의 숲 이후에 주로 나온 파스텔 톤의 화려함이 인상적으로 매치된다. 동화 원작이라고 해서 저연령대 아이들 보다는 인생의 功過를 인식할 수 있는 나이대의 관객에게 어울릴 만한 영화다.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2012)

Snow White and the Huntsman 
8.3
감독
루퍼트 샌더스
출연
샤를리즈 테론, 크리스틴 스튜어트, 크리스 헴스워스, 이안 맥셰인, 샘 클라플린
정보
판타지, 액션, 어드벤처 | 미국 | 127 분 | 2012-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