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할머니는 일학년 - 아들이 보내준 기특한 선물

효준선생 2012. 5. 26. 01:44

 

 

 

 

 

부모가 돌아가시면 땅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 다고 했다. 생떼 같은 내 새끼는 차 사고로 죽었다고 하고 어디서 튀어 나왔는지 모를 7살짜리 여자 아이는 부록처럼 남았다. 경북 영양, 오지중의 오지라 할 수 있는 그곳에서 평생 고추농사만 짓고 혼자 살던 오남이 할머니에게 이제 더 이상 가족은 없다. “우리”라는 단어가 붙은 말은 쓸일도 없을 줄 알았건만 어느새 동이는 할머니의 “붙이”가 되었다.


영화 할머니는 일학년은 까막눈 할머니의 문맹퇴치기록 같아 보이지만 그 안에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입양과 이주여성에 대한 시각을 균형감 있게 엮어놓은 감동 드라마다. 작은 규모의 영화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재미없으면 보다 나와야지라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로 극심한 피로감 속에 보기 시작했는데, 이 영화 결코 꿈나라로 보낼 만큼 호락호락한 영화가 아니었다.


일단 동이가 할머니와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채 한 집에 살게 된 연유가 나중에서야 드러나고, 이웃집 베트남 이주 여성이 이들과 어울리면서 가족이라는 게 반드시 하나의 호적안에서 존재해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주장이 제법 설득력 있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제 가족이상으로 친하게 지내고 그 과정과 관계설정이 버석거리지 않게 조율함으로써 저렇게 3인이 3대를 이루고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들 3인이 주요 등장인물인지라 시골마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병렬식으로 나열되는데 그 중에서도 오줌을 싸서 다음날 키를 쓰고 소금을 벌러다니는 이야기와 비가 오는 날 우산을 들고 할머니를 마중나가는 장면은 웃음과 먹먹함을 동시에 선사해 주었다.


특히 아이가 자주 오줌을 싸는 장면이 나오는데 할머니는 그걸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잘 때 강을 건너는 데 어른들은 쉽게 그 강을 건너지만 너처럼 어린 아이들은 그렇게 하지 못해 곧잘 오줌을 싸는 것이라고.


할머니가 아들이 그동안 보내온 편지등속과 죽기 전까지 쓴 일기를 읽기 위해 한글을 배우는 과정들도 유쾌하게 그려지는 데, 다이어리의 내용이 모두 꺼내지면서 영화는 클라이막스로 향하게 된다.


영화 외적으로 오남이 할머니 역할의 배우는 진짜 배우인지, 아니면 그 동네에서 사는 어르신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리얼했다. 아마추어가 놓치기 쉬운 연기의 타이밍과 리액션이 대단해 보였다. 등장 배우들은 많지 않았지만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 모두 정감어린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주 여성이 처한 어려움도 큰 곡절없이 마무리 되었다.


제2의 영화 집으로라는 평도 있지만 상당히 안정된 플롯과 눈이 시원해 지는 산골 마을의 정경이 할머니와 데려온 “손녀” 동이의 앙상블과 매치되어 영화를 다보고 나면 눈가가 촉촉해 짐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할머니는 일학년 (2012)

9.6
감독
진광교
출연
김진구, 신채연, 팜끼우투, 김경애, 김일구
정보
가족, 드라마 | 한국 | 102 분 | 2012-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