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안녕, 하세요 - 보이지 않아도 하고픈 것은 많아요, 안녕하세요

효준선생 2012. 5. 27. 00:47

 

 

 

 

 

초등학교 4학년 학생 둘이 벤치에 앉아 카메라를 향해 이런 말을 한다. "눈이 안보인 뒤로 눈이 많아진 것 같아요. 귀에도, 손에도, 발에도..." 이들 소녀는 앞을 보지 못한다. 처음엔 세상을 볼 수 있었는데 어느새 조금씩 세상이 어두워지더니 이젠 빛도 볼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영화 안녕, 하세요는 인천 혜광학교 학생들을 피사체로 삼아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카메라에 옮겨 심은 다큐멘타리다. 초등 1학년 꼬마숙녀부터 고등 3학년 졸업반 학생에 이르기 까지 같은 공간에서 함께 호흡하는 그들은 하나의 프레임을 독차지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 놓았다.


보이지 않는다는 핸디캡이 아니라도 자신을 추스르기 힘들어 하는 1학년 아이에겐 카메라의 간섭이 많아 보였다. 이야기는커녕 아이의 뒤를 따라 다니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보였다. 어느새 고학년을 올라가며 학교의 커리큘럼등이 눈에 들어오면서 보이지 않는다는 장애는 어쩌면 비장애인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것들을 소화해내고 있었다. 일반 과목을 공부하는 것 말고도 건반, 바이올린, 드럼, 판소리등 다양한 음악수업을 비롯해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실용수업까지, 그들의 일상이 남다를 건 없었다. 대신 보다 더 집중을 하는 것 같아보였고, 그 결과물도 만만치 않았다.


그들은 세상엔 보는 것 말고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으며 하지 않는 건 삶에 대한 직무유기라고 웅변하고 있었다. 개개인의 아픔이라고 할 수 있는, 어쩌다 앞을 보지 못하게 되었니? 라는 질문과 대답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에겐 과거보다 현재가, 그리고 미래가 더욱 중요했기 때문이다.


학교 지리에 익숙하지 못한 카메라는 학생들 뒷 꽁무니를 따라 고생한 흔적이 역력했다. 어쩌면 원하는 화면이 만들어지지 않아 다시 찍고, 준비하고, 혹은 영화 외적으로 아이들을 달래는 작업도 끼어 있었을 듯 싶었다. 심지어 카메라에 쿵하고 부딪히는 장면까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학부모로 보이는 세 명의 아줌마들의 한담이 길지 않게 섞여있긴 했지만 이 영화는 오롯이 아이들의 영화다. 학교 선생들은 그 흔한 설명 멘트 하나 넣지 않았다. 부모들의 음성도 아주 드물게 나레이션으로 대체했다. 그 외의 몫은 모조리 아이들이 채워넣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스크린에 비춰진 여러 가지 비주얼중에서도 아이들의 눈을 쳐다보게 된다. 초점을 잃어버린 듯한 눈동자, 혹은 아예 절반이상 감겨져있는 아이들의 눈, 그건 바른 영화 읽기가 아님에도 자꾸 그곳으로 시선을 쏠리는 건, 여전히 내 눈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인 모양이다.


영화를 보는 중간 중간 눈을 감고 들어만 보았다. 동작들이 잘 떠오르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의 말이 진심으로 다가왔다. 시각장애를 가졌다고 모든 것이 불편하거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그저 보이지 않는 것인데, 두 눈을 멀쩡히 뜨고 사는 사람들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사는 처지임에 보고 안보이는 것의 차이는 어떤 사고로 사는 지에 대한 차이일 뿐이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단순한 지식뿐 아니라 그들을 삐딱하게 보는 세상사람들과 어울려사는 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영화를 보고 느끼는 감동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지만 눈에 물기가 고였다. 눈은 보라고만 만들어 놓은 게 아닌 모양이다. 좋은 영화를 보고 눈물을 머금고 있으라고 만든 이유도 있는 모양이다. 제목 “안녕, 하세요?”는 “잘 지내는 것 맞죠?” 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좋을 것 같다. 

 

 

 

 

 

 

 

 

 


안녕,하세요! (2012)

9.7
감독
임태형
출연
이상봉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91 분 | 2012-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