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차형사 - 끊임없이 웃겨도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효준선생 2012. 5. 23. 01:36

 

 

 

 

중국어로 잠복근무를 의미하는 “臥底”는 글자 그대로 밑에 드러눕다는 뜻이다. 범죄현장을 잡기위해 며칠을 꿈쩍도 안하고 있자니 겉모습만 봐서는 거의 노숙자의 본새일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범인을 잡고 나면 그 만큼 소득도, 희열도 있으니 형사로 사는 것도 여간이 아니다. 어린 시절, 연정을 품었던 같은 반 소녀, 손 재주가 있어 견습생 딱지를 떼고 이제 막 자기 이름을 건 패션쇼를 올리려고 한다. 그런데 운이 없는 건지, 아니면 천생의 인연을 만나려는 건지 십 수년만에 떡하고 자기 앞에 나타난 이가 바로 강력계 형사다.


몸 꽝에 더티한 형사와 엣지있는 패션 디자이너의 운명적인 만남을 그린 영화 차형사는 전작 7급 공무원을 통해 요원 액션 코미디라는 자기만의 영역을 만드는 데 성공한 신태라 감독의 신작 코미디물이다. 강지환과 다시 호흡을 맞추고 전작의 몇가지 이미지를 차용해 그 영화에 향수를 가지고 있는 관객들에게 웃음을 소구한다. 특히 영화 스피드의 한 장면이 연상되는 버스 체이싱과 逆 미행 장면은 아는 사람만 아는 웃음코드였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고 평생가도 만날 일 없는 직종에서 일하는 예전이 인연이 다시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렇게 만난 인연이 평생의 연분이 되려면 얼마만큼의 가능성이 존재할까? 하기사 한쪽이 너무 별볼일 없어 보여도, 보고 배운대로 갈고 닦아 놓으니 그런대로 쓸만하다면 그 또한 다행이 아닐까?


이 영화는 굴곡많고 사연많은 줄거리의 재미보다 차형사로 분한 배우 강지환의 비주얼을 극적으로 변화시킴으로써 관객들의 시선을 초장부터 사로잡아 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대충 봐도 상당분량의 비계(?)를 덜어냈을 것 같은 뱃살부터, 제 아무리 분장이지만 정말 악취가 스크린 밖에서도 느껴질 정도의 더러움의 그것들은 고개를 돌리게 하기 충분했다. 그러나 형사로서, 직분에 충실해야 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졸지에 모델이 되어야 하겠기에 빼내고 줄이고 다듬어 새롭게 태어난 그의 애프터 프로필은 같은 남자가 봐도 매력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하기사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데, 먹이고 입히고 꾸미는 것엔 일가견이 있는 그녀의 지극정성 보살핌으로 갱생한 그의 모습을 보니, 설사 런웨이에 오르지 않아도 해피할 것 같았다. 살 쪄보지 않은 자는 그 심정을 잘 이해하지 못할텐데 살빼는 것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고 싶다는 욕구를 다스리지 못하는 심정이 더욱 괴로운 것임을 아는 사람은 잘 알 것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해후한 남자와 여자는 무엇 때문에 모델 만들기에 주력하는 지에 이르면 이 영화는 한바탕 소동을 부린다. 모델계에 잔존해 있는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실제 현역 모델들이 나서고, 멋진 워킹과 화려한 의상이 눈을 현혹시키지만, 영화 속 몇몇 장면에서 시퀀스로 보여주는 드럭의 효과는 그 바닥과 관련해 그동안의 몇몇 사안과 맞물려 상당히 민감할 수 있는 소재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뉴스에서나 다루어질 비루함이나 추악함보다 사필귀정이라는 긍정적인 결말을 보여줌으로서 코미디 장르임을 다시 한번 천명하며 커플의 러브라인으로 대중의 관심을 낚아챈다.


두 시간 동안 마냥 웃길 수도 없고 그렇게 웃었다가는 배꼽이 달아날 수도 있기에 쉬엄쉬엄 가려고 했음에도 지칠 줄 모르고 쏟아지는 화장실 유머와, 어디선가 봤던 유머의 복기, 그리고 그렇게 웃길 것이라는 추측이 맞아떨어질 때의 통렬함. 주 조연의 합이 쨍그렁 소리를 내면서 융화될 때의 웃음은 엔돌핀이다.   


늘상 봐 오던 형사계 사람들의 모습이 식상하다면 이 영화는 패션계 사람들의 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신선했다. 비록 그 이면에 다시 감춰진 비밀이 모두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화려하기만 할 것 같은 모델과 디자이너의 면면이 리얼리티와 판타지에 반씩 섞여 보여졌다.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신진 모델들이 다수 출연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차형사 (2012)

8.6
감독
신태라
출연
강지환, 성유리, 이수혁, 김영광, 신민철
정보
코미디 | 한국 | 110 분 | 2012-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