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엄마에게 - 눈에 밟히는 그리움이 가득하다

효준선생 2012. 5. 24. 02:16

 

 

중국어로 가족사진을 全家福이라고 한다.

 

 

 

 

1남 3녀의 자식을 둔 부모, 설 차례 준비를 하는 어느 평범한 가정이 비춰진다. 그 리고 개량한옥 안에서 온 가족이 한데 모여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윷놀이와 화투를 치다 언제 그랬냐는 듯 헤어진다. 그들은 가족이다.


영화 엄마에게는 참 짧은 장편영화다. 영화를 보기 전 70여분동안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싶었던 것이 사실이다. 등장하는 인물들도 한 두명의 배우를 연극과 독립영화에서 본 기억을 제외하면 초면이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엔 마치 다큐멘타리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대신 누군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의 목소리가 나레이션으로 흘러나왔다. 아마 설 차례에 찾아올 수 없는 아들이나 사위의 목소리 쯤으로 간주되었다. 그리고 인물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간헐적으로 들리던 목소리도 잠겨져 버렸다.


새해가 되면 일년 내내 얼굴 한번 보기 힘든 가족들, 친척들이 운집한다. 이 집도 그렇다. 그래봐야 촌수로 따지면 멀어야 4촌인데도. 꼬마들끼리도 별로 친한 척도 안한다. 한때는 어린 시절 오빠 동생하며 살갑게 지냈을 형제지간이었을 텐데 다들 제짝을 찾고 제 새끼를 낳고 하더니만 남 보듯 한다.


차례상을 차리고 역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남자들만의 제례가 이어진다. 여자들은 뒷자리에서 생경하다는 듯 물끄러미 바라만 본다. 이래서 출가외인이라는 소리를 듣는 걸까? 아니면 시댁에서도 그랬으니 친정에서도 그래도 된다는 것일까? 어쩌면 어렸을때 바쁜 부모대신 자기들을 키워준 할아버지 할머니일지도 모르는데, 모른 척하다니.


차례가 끝나고 세배의 순서가 되면 이젠 아이들 차지가 된다. 어린 애들은 어린 애들대로 수염이 나기 시작한 장손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 세배돈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한 녀석이 이상했다. 외손자가 아닌, 그 집 장손이라는 걸 티라도 내려는 것일까 그리고 이 집 장남이 보이지 않는다. 며느리만 수고를 한다.


영화 제목인 엄마에게 라는 제목을 곱씹어 보면 "TO"의 의미가 아니라 "누구 누구에게 있어" 의 의미로 보인다. 즉, 엄마에게 있어 아들이란, 그런 주제다. 이 집 아들 하나 있는 건 어디로 간 것일까 차례에 아내와 아이들만 보낼 정도로 바쁜 가 싶었건만, 엄마가 그 아들을 위해 젯밥을 따로 준비해 장롱위에 얹어 놓는 것을 보니 그제서야 이 가족의 결핍을, 이 엄마의 허전함을, 그 나레이터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모든 일련의 행사가 끝났다. 약간의 신경전도, 미묘한 갈등도 여느 가정에서 다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엄마는 여전히 할 일이 남아있는 듯 싶었다. 짙게 패인 쌍거풀은 힘겨워도 내색조차 하지 못한 채 남은 가족을 위해 살아온 상념의 흔적일 듯 싶었다. 아무도 따라 붙는 이 없는 발걸음이 옮겨 간 곳은 아들의 자리.  아들이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누구보다 먼저 찾아 뵙고 싶었다던 아들, 딸도 사위도 어린 손자 손녀들도 있지만 그래도 눈에 밟히는 건 아들이었던 모양이다. 이 영화는 슬픔을 강요하는 언사는 단 한마디도 없다. 그러나 한국인이기에 통하는 그 무엇인가가 체에 걸러 남겨진 채였다. 사람들은 그걸 그리움이라고 한다. 

 

 

 

 

 

 

 

 


엄마에게 (2012)

Still St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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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홍재
출연
장시원, 김수웅, 이소희, 최지혜
정보
가족, 드라마 | 한국 | 72 분 | 2012-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