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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맨 인 블랙 3 - 검은 옷의 그들, 과거로 회귀하다

효준선생 2012. 5. 23. 00:27

 

 

 

 

영화 맨 인 블랙 3는 어찌보면 프리퀄의 성격을 가진 듯 싶었다. 2012년을 사는 모습을 잠시 보여주더니만 이내 1969년 7월 16일로 타임 트레블을 시도하며 맨 인 블랙의 두 요원이 탄생하게 된 비화를 살짝 공개하기 때문이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기억을 하얗게 지워버리는 막대의 존재는 여전했다. 그리고 선글라스 하나로 요원들은 무난히 피해나가는 기억상실의 통로로, 이번 영화에선 주인공을 배웅 및 마중한다.


그런데 하고 많은 시간중에 왜 하필 1969년 일까? 우선 미국에서 그 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자. 7월 16일 미국의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는 우주인 닐 암스트롱을 태우고 지구를 떠났다. 나흘 뒤 무사히 달에 착륙한 바로 그 즈음, 맨 인 블랙의 케이 요원은 모종의 작전에 투입되었으니 영화 맨 인 블랙 3는 그 지점을 달 탐사선을 무한한 감동으로 지켜 본 미국인들과는 전혀 상관없이 숨어 있는 비화를 소개하고 있었다. 또 한가지 역사적 사실은 지금 우리가 별 구애없이 사용하는 인터넷의 시작이 바로 이 해부터 시작되었을 거라는 추정이 가능한 아르파넷도 영화속에서 잠깐 언급된다.  


맨 인 블랙의 두 요원이 존재하는 이유는 지구에 와서 살고 있는 외계인들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다. 전편에도 등장했던 양서류와 파충류를 섞어 놓은 듯한 외계인 크리쳐에 식겁하거나 징그러워 하면서도 외계인이란 정말 저렇게 생겼을 지도 모른다는 깊은 각인을 남겨놓았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더하면 더 했지 덜 하지 않은 비주얼의 외계인이 다수 등장했다. 사실 이 영화속 외계인은 미국에 들어와 사는 불법체류자의 또 다른 잔영일지 모른다는 기분이 든다. 특히 중국식당을 배경으로 여러 외계인들이 총에 맞고 장렬히 분사하는 장면에선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중국에선 귀한 요리재료라고 소개하는 흉측한 모습의 식재료를 보면, 서구인들의 동양인을 바라보는 특정한 시각이 느껴진다. 


또 하나는 흑인에 대한 차별을 대놓고 설파한다. 1969년으로 가보겠다고 하자 그때는 흑인에 대한 차별이 심할 것이라면서 언질을 하고 실제로 엘리베이터안에서 백인남성의 의미있는 행동을 보여주는 장면과 교통경찰들이 번듯한 양복 차림에 고급 차량을 탄 흑인을 단속하고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장면은 제 아무리 시대를 반영하는 전제라고 해도 보기에 편치 않았다.


아무튼 현재를 살던 케이 요원이 위험에 처한 1969년의 그날로 돌아가 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은 사실 수많은 타임 트레블 영화에선 금기시 된 일종의 약속이다. 하지만 운명을 거스르며 역사를 바꿔 놓는 데 별 의식이 없는 걸 보면 본질은 타임 트레블에 있는 게 아니라 두 요원간의 파트너쉽과 제이 요원의 정체성을 돋보이게 만들려는 시도에서 나왔다고 감안하고 보는 게 옳겠다.


영화 후반부 그리핀이라는 캐릭터도 주목할 만했다. 그 역시 외계인으로 추정되는 데 미래에 대한 예지력을 가지고 있어 요원들의 활약에 멘토역할을 하고 있으며 결정적인 예언 한마디에 귀가 솔깃해지기도 한다.


죽지 않을 사람은 없다. 하지만 어떻게 죽는 지에 따라 세상은 적절하게 薰染된다. 혼자 남은 아이가 멘토를 만나 능력자로 거듭나는 과정도 어쩌면 인간사 다 정해진 운명은 아닌가 싶다. 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인간들의 일이란 게 일단 저지르고 나서 최선을 다하는 거 아닌가? 요원 케이의 다소 막가파식 행동에 요원 제이가 기막혀 하면서도 잘 따라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서 사수 잘만나야 한다는 말 맞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들이 외계인을 쥐 잡듯 잡아내는 모습에서 오히려 약자에게 동정심을 유발케 해야 함에도 왠지 모를 쾌감을 느끼게 되는 건, 사다스트적 감정 때문은 아닐거라 믿으면서도 이 영화만 보면 그런 느낌을 갖게 만드니, 혹시 비주얼의 美醜에 관련된 선입견의 발로는 아닐까  근데 왜 미모의 외계인은 등장하지 않는 걸까 몇몇 유명인사가 알고보니 지구인의 탈을 쓴 외계인이었다는 가정은 이번에서도 등장한다.

 

 

 

 

 

 

 

 

 


맨 인 블랙 3 (2012)

Men in Black III 
8.5
감독
배리 소넨필드
출연
윌 스미스, 토미 리 존스, 조쉬 브롤린, 엠마 톰슨, 제메인 클레멘트
정보
액션, 코미디, SF | 미국 | 106 분 | 2012-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