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머신건 프리처 - 전도사님, 총들고 뭐하시게요?

효준선생 2012. 5. 24. 01:54

 

 

 

 

 

아프리카 동부 내륙 국가인 수단, 오랜 내전의 이유중엔 부족간의 반목과 질시도 한 몫하고 있지만 드물게 종교적인 문제가 내재해왔다. 즉, 북부의 이슬람교도들과 남부의 기독교도들은 생존을 위한 투쟁을 서로 다른 믿음에서 찾았다. 아무래도 이슬람 문화에 대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서방국가들을 위시한 국제 사회는 평화 유지라는 명목을 내세워 남수단을 북수단으로부터 독립 시키려는 시도를 해왔고 북수단 정권은 이를 국가훼멸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면엔 대부분의 천연자원이 남수단에 매장되어 있는 바 이를 둘러싼 열강의 눈독도 만만치 않았다. 남수단의 존 가랑이 수 십년동안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싸우다 의문의 비행기 사고로 죽고 우여곡절 끝에 친서방 경향의 남수단이 독립했지만 북수단과 남수단의 대치 상황은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전쟁이 지속되는 순간, 총을 든 군인들의 목숨은 그래도 지킬만한 명분과 방책이 있지만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못한 아이들과 여자들에겐 그야말로 하루 하루가 지뢰밭인 셈이다. 수단의 현실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했다. 아이들은 부모를 잃은 고아가 되기 십상이며 여자들을 대상으로 한 성적 착취는 일상다반사였다. 국제 사회가 이들에게 던지는 시선은 어찌보면 일회성인지도 모른다. 그나마 자원이라는 “떡”이 있었기에 그것도 가능한 게 아니었을까 미국인 샘 칠더스는 남수단과 북부 앙골라를 기반으로 고아가 된 아이들을 위해 총을 들었다. 누구든지 아이들과 전쟁의 피해자들을 위협하는 자가 있으면 총을 난사했고, 살육의 현장에서 그는 흰 피부의 람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런데 그의 직업은 전도사다. 종교인과 살상무기라는 게 도통 언밸런스 한 일이지만 그는 한사코 강변한다. 자기의 아이가 테러리스트에게 납치되었다면 어떤 행동을 하겠는가?


실존 인물 샘 칠더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머신건 프리처는 제목 그대로 총을 든 전도사다. 헐리웃 짐승남 계열의 배우로 각광을 받고 있는 제라드 버틀러는 그 자신이 미국 펜실베니아의 개척교회 전도사면서 남수단에서 아이들을 보호해주는 수호신으로 자임하고 있다. 영화는 그의 행적과 오늘날의 분규의 현장을 조명하며 과연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으로 평화를 유지하는 것인지 반문하고 있다.


샘 칠더스의 인생은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았다. 마약을 해서 감옥에 다녀오고 출옥 후에도 조금도 그 성격이 바뀌지 않았던 무뢰한이었다. 하루는 늙은 인디언을 죽일 뻔 한 일을 겪고 난 뒤 심한 자괴감을 느끼고 아내를 따라 “예수쟁이”의 길로 들어서며 참회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어느날 아프리카에서 온 목사의 간증을 듣고는 그냥 “둘러나 보려고” 간 수단에서의 참혹한 현실에 그는 수단의 어린이를 위해 모든 것을 투자하기로 한다.


영화는 미국의 펜실베니아의 샘의 고향집과 수단의 허름한 학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수시로 반복되는 것을 보면 왕래도 많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마이크를 잡는 그의 눈빛이 형형해졌고 강연도 좀더 노골적이며 직설적으로 변했다. 심지어 악마와 싸워 이겨야 한다고까지 했으니, 친한 동생의 죽음에서 절정에 이른다.


원래 총에 조예가 깊고 다소 폭력적 성향의 남자가 개과천선을 하고 종교인이 되었다 한들, 배운 도둑질은 버리지 못하는 법이다. 터질 것 같은 근육남이 아프리카 반군들과 총격전을 버리는 모습이 이른 반영한다면, 이유없이 아이들이 죽어야 하는 현실에서 심하게 자책하는 그의 모습은 천사의 재림과 다름 없어 보였다.


아프리카의 고아로 분한 여러 아이들 중, 윌리엄이라는 꼬마가 있다. 부모는 일찌감치 죽고 동생마저 실종된 그 아이에겐 남겨진 건 실어증에 가까운 무기력감이었다. 샘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지만 아이는 별 말이 없었다. 극 후반 샘이 광분모드로 돌변하는 순간, 아이는 나지막히 그에게 속삭이듯 말을 한다. “가슴속에 증오가 가득차면 지는 거에요.” 그랬다. 어느새, 총을 든 투사의 모습을 보였던 그, 아이들을 위한 방법이 살상에만 있음이 아님을 깨닫게 되는 중요한 장면이다.


아프리카 남수단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이 영화는 안전문제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촬영을 했다고 한다. 미국의 종교인이 마치 구세주나 되는 것처럼 활보하는 장면과 유난히 많이 삽입한 샘의 종교적 연설장면이 상당히 부담스러웠지만, 쓸모없던 인간에서, 누군가의 수호신으로 급부상한 한 남자의 진정성은 분명 읽히는 바가 있었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씩 강단에 올라 사랑과 평화를 입에 올리며 인류애를 반복하는 수많은 종교인들이 있다. 그들은 결코 진정으로 사랑과 평화가 절실하게 필요한 곳의 현실을 모른다. 샘이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내가 두려운 건, 눈 딱감고 이곳의 비참한 현실을 외면해버리는 것이다”라고, 행동이 없는, 실천이 없는 입으로만 나불거리는 그들보다, 어쩌면 샘의 모습은 그래서 종교인이 총을 들 수있냐는 논란에 면죄부를 주기 충분해 보였다. 샘은 목숨을 걸었기 때문이다.


평화는 누가 거저 던져 주는 게 아니다. 끊임없이 투쟁하여 쟁취하는 것이다. 그 와중에 희생이 따르고 무고한 생명이 죽어나간다. 그래도 끊임없이 투쟁을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평화라는 거짓 이름표를 붙이고 그들을 착취할 세력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교도, 구조활동도 제멋대로인 것 같지만 샘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오늘도 그의 곁엔 머신건이 놓여져 있다. 끝으로 수단에 진정한 평화가 오기를 기원한다.      

 

 

 

 

 

 

 

 

 


머신건 프리처 (2012)

Machine Gun Preacher 
8
감독
마크 포스터
출연
제라드 버틀러, 미셸 모나한, 마이클 섀넌, 매들린 캐롤, 캐시 베이커
정보
액션, 드라마 | 미국 | 123 분 | 2012-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