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멜랑콜리아 - 지구종말이라는 거대담론과 개인의 정신병리적 현상

효준선생 2012. 5. 21. 00:01

 

 

 

 

 

영화 멜랑콜리아는 꼭 봐야 하는 영화고 보고 싶었던 영화이지만 두 번 보기 좀 힘든 컨셉이다. 8분 정도 되는 인트로는 생경하고 본편에선 시종일관 헨드 헬드로 찍고 있음을 주지시켜 주기 위해 흔들고 있는 카메라워크로 인해 약간의 어지러움마저 느꼈기 때문이다. 거기에 지구의 몇 배나 되는 행성이 지구로 돌진하고 있다는 설정을 깔고 그 시점까지 주인공 자매의 거의 정신분열증적 행위를 들여다 보고 있노라니 이건 행동심리학 범주를 벗어나 만든 이의 정신 상태까지 의심할 수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이 영화는 배우의 영화가 아니라 감독의 영화기 때문이다. 라스 폰 트리에, 덴마크 출신의 그는 영화팬들에겐 명장의 반열에 오르기 충분한 실력파 감독이지만 그가 만든 영화속의 정서들이 보편적이고 안온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 영화 역시 영화제 당시 감독의 구설수 때문에 힘들어했다는 전언이었는데, 물론 영화 내용과는 관련이 없다.


지구의 종말을 말하는 영화는 많다. 그러나 대개는 슈퍼 히어로에 의해 위기상황이 극복되며 인류는 영생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희망찬가에 불과했지만 이 영화는 아니다. 그리고 절대 잊을 수 없는 엔딩장면처럼 끝은 끝인 셈이다라고 말한다.


사람은 죽는 다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만약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한다고 한다면 어떤 죽음의 방식을 선택할 것인가. 영화처럼 사랑하는 가족이 손을 꼭잡고 순순히 운명에 맡기겠는가 아니면 땅굴이라도 파고 들어앉아 실낱같은 희망을 기대하겠는가 이 영화가 묵시록 같은 냄새를 풍기는 건, 희망은 전혀 없다. 그러니 보는 너희들도 희망을 갖지 마라며 가벼운 조소를 보내는 느낌을 받게 된다. 살 길이 도무지 없다는 데 마음이 무거워지지 않을 리 없다. 그런 심리는 1부라고 명명된 동생의 에피소드에서 보여진다. 평소에 우울증을 앓고 있던 동생, 사람들을 모아놓고 결혼식을 하고 피로연을 하지만 어째 그녀의 행동은 이상하다. 중간에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욕조에 들어앉거나 갑자기 사라져 골프장에 오줌을 싸고 돌아오기도 한다. 심지어 갓 결혼한 남편을 놔두고 외간남자와 정사를 나누기도 한다.


2부는 언니의 이야기다. 언니도 동생 못지 않다.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멜랑콜리아라고 불리는 행성이 등장하는데 천문학자인 남편의 말을 믿지 못하고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보며 심리적 갈등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들 자매의 행동거지는 전형적인 공황장애로 보인다. 물을 무서워 하여 목욕을 제대로 못하는 동생, 혹시나 마지막을 맞게 될까봐 극약을 사다 서랍안에 넣어두는 언니의 모습등이 그렇다.


장 주네의 연극 하녀들에서 모티프를 따왔다는 이들 자매의 모습에서 인간은 과연 마지막이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다 이렇게 행동을 하게 될까에 대해 궁금증을 유발하게 했다. 오히려 평소보다 차분하게 주변을 정리하거나 살아오는 과정에서 가장 편했다고 느꼈던 자세로 마지막을 맞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미치면, 이건 과장이요, 개인적인 취향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게 된다.


뒤로 갈수록 주변인물들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자매와 미래 세대를 대표하는 언니의 아들만 남겨진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이들 말고도 마지막을 함께 할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텐데 그들은 동시간대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엄청난 파괴력의 충돌 순간, 마치 보는 관객역시 같은 충격을 받게 되는데, 그 또한 두려움이었다. 그리고 한숨이 나왔다. 살아있지만 언젠가 이런일 겪지 않을까하는 두려움, 감독에게서 고의로 전이된 것은 아니겠지 라는 작은 무서움이 생겼다. 연기력을 의심할 필요가 없는 샬럿 갱스부르와 커스틴 던스트가 자매로 분했다.  

 

 

 

 

 

 

 

 

 

 

 


멜랑콜리아 (2012)

Melancholia 
7.1
감독
라스 폰 트리에
출연
커스틴 던스트, 샬롯 갱스부르, 키퍼 서덜랜드, 샬롯 램플링, 존 허트
정보
미스터리, 판타지 | 덴마크, 스웨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 135 분 | 2012-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