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미래는 고양이처럼 - 사랑에도 암호가 필요해

효준선생 2012. 5. 19. 00:50

 

 

 

 

고양이는 야생을 돌아다닐 때와 사람들에 의해 길들여질 때 중 어느 때가 더 행복하다고 느낄까 애묘인은 아니지만 유기묘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마치 그것은 사랑은, 혼자 있을 때와 둘이 있을 때 중 언제가 더 절실한 것인지에 대한 물음과 유사하다. 어찌 사랑이 둘이 있을 때가 더 절실하겠냐고 하겠지만 영화 미래는 고양이처럼의 커플을 보면 어느 정도 인정하게 된다.


두 남녀가 폭이 좁은 소파에 반대방향을 향해 기대어서 각자 볼일을 보고 있다. 남자가 일어날 움직임을 보이자 여자는 자신에게 물 좀 가져다 달라고 한다. 그러자 남자는 “아냐 일어나려는 게 아니라 자세를 고쳐 앉으려는 것뿐이야” 라고 대꾸한다. 일반적인 커플이라면 가볍게 눈 한번 흘겨 주고는 이내 사랑스런 미소를 지으며 물을 가져다 주는 게 정상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자는 남자의 반응에 별다른 싫은 기색없이 물을 가져다 먹을 수 있는 기중기를 언급하고 남자는 이에 질새라 텔레파시를 언급한다. 이들은 상대방에게 어떤 존재일까


아이들에게 춤을 가르치는 비정규직 강사인 여자, 집에서 컴퓨터 회사 서비스 센터일을 하는 남자, 재미있는 건 두 배우의 스타일이 파리지엔처럼 보이지만 둘 다 미국 사람이라는 것.  무미건조할 것 같은 이들의 삶에 고양이 한 마리가 끼어든다. 바로 버려진 고양이 遺棄猫다. 수의사 말로는 길어야 6개월 정도 살 것이며 주인이 잘 보살피면 5년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한다. 치료를 더 하고 한 달 뒤 찾아가라는 말에 이들은 그 한달을 알차게 보내리라는 뜻밖의 다짐을 한다. 그런데 그 한 달 동안 이들을 찾아온 이상한 일들은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


이들이 한 일이라고는 지구 환경을 돕겠다며 동네 주민들에게 나무를 팔고, 사설학원 데스크 임시직으로 취업하는 것들이다. 그리고는 인터넷을 끊어버린다. 처음엔 마치 자유라도 얻은 듯 환호하지만 익숙한 것과의 결별속에서 그들은 또 새로운 것들을 갈구한다. 인간은 늘 그래왔다는 것처럼.


남자가 사온 조잡한 펜화 뒤에서 발견한 전화번호로 인해 여자는 엉뚱하게도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면서 이 영화는 결국 사랑은 영속하지 않음속에서 누군가의 끊임없는 관심과 길들여짐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며, 인생은 무엇을 하면서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촉각을 세우며 살고 있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이들 커플은 적지 않은 시간동안 한 공간에 머물러 있었던 것은 맞다. 그런데 인터넷이 끊기기 직전 중요한 것은 검색하자는 말에 여자는 독감 경보가 있는지, 남자는 올해 성탄절이 무슨 요일인지를 확인한다. 그런게 중요하기는 한 것일까,  삶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매우 중요한 일인 것처럼 확대포장하고 그 안에서 괴로워 하거나 고달파 한다.


이 영화 중간 중간 고양이는 사람의 목소리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달 안으로 사람을 만나 인연을 맺을 날만을 기다리는 버려진 고양이다. 그런데 한쪽 발에 깁스를 한 상태다. 문제는 오랫동안 야생생활을 해 왔던 그 고양이가 과연 새로운 주인을 만나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그게 생명연장의 수단은 될지 모르지만 행복할 것이라는 단정은 금물이다. 바람을 핀 새로운 남자에게서 잠시나마 행복을 느낀 여자의 마음은 그 고양이를 닮았다. 옛 남자를 버렸다는 마음의 상처는 깁스를 한 고양이의 한쪽 발과도 같고.


건물이 철거되기 직전 사방이 고요해지는 찰나의 순간이 있다. 이미 사전 발파작업은 다 끝났다. 잠시후엔 요란한 소리를 내며 그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던 건물은 무너져 내릴 것이다. 남자는 떠난 여자를 두고 동네 사람에게 이런 말을 했다. 지금이 바로 그 고요의 시간이라고. 사랑은 그저 두 남녀가 같이 있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암호이며 해독이 필요하다. 그전엔 아무 것도 아니다.


감독이자 주연 여배우로 나온 미란다 줄라이의 단순해 보이면서도 다양한 표정연기와 사랑에 대한 갖가지 설왕설래가 판타지스러운 장치에 덧입혀진 영화 미래는 고양이처럼이었다.   

 

 

 

 

 

 

 


돈의 맛 (2012)

The Taste Of Money 
7.8
감독
임상수
출연
김강우, 백윤식, 윤여정, 김효진, 마우이 테일러
정보
드라마 | 한국 | 115 분 | 2012-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