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데인저러스 메소드 - 인간의 리비도는 어디서 오는가?

효준선생 2012. 5. 18. 00:02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칼 융은 대략 스무 살의 연배차가 있었다. 정신분석학 이론을 정립하여 당대 심리학의 태두로 존재하고 있던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은 칼 융은 학문 초반기엔 프로이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자신이 토킹큐어(대화 치료)를 만들어 환자들을 돌보았지만 큰 틀안에서 그는 프로이트의 문하생정도였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이론의 핵심은 인간의 수많은 리비도 중에서 꿈은 무의식적 소망이나 기피에서 오는 결과물이며 인간의 폭력과 성적 취향 모두 정신분석학적으로 볼때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요소라고 주장했다. 융 역시 이런 이론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슈필라인이라는 여자를 만나면서 스승과 제자 사이엔 간극이 벌어졌고, 끝내는 스승의 이론을 반박하기에 이른다.


20세기 초반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심리학 이론은 전쟁이었다. 극도의 사회적 혼란기과 곧이어 닥칠 전운을 대변하듯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힘들어 했고 정신병의 이유가 마녀에 의한 것이라는 극히 미신적인 사유가 물러나고서는 이들 심리학자들을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가 있었다. 그 중의 둘, 오늘날 심리학 영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명의 학자가 바로 프로이트와 융이었다.


영화 데인저러스 메소드는 바로 이들과 그들사이에서 윤활유로서 혹은 촉매제로서 역할을 한 슈필라인이라는 러시아계 유대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심각한 표정의 학자들이 주인공인 탓에 웃음기는 하나도 없이 마치 세미나에 온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 중에서도 슈필라인이라는 실존 캐릭터를 보면 상당히 충격적인 장면들이 연출된다. 어려서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고 그 행위를 통해 반발심이나 고통이 아닌 희열을 받았다는 고백, 그리고 그 상태가 성인이 된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며 융의 환자로서, 나중엔 정부로서 이미지화 될 땐, 왜 그녀를 이 영화에넣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영화는 융의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프로이트의 무의식의 잠재성에 대한 고찰이라고 보인다. 인간의 대체적인 행위의 근원을 성과 폭력이라고 본 그의 이론에 따르면 슈필라인의 행동은 그야말로 완벽한 임상실험 대상인 셈이다. 매저키즘에 익숙해 있으며, 그걸 스스로 극복해나갈 수 있는 잠재적 의지, 그리고 제자인 융과의 치료과정을 자신이 파악할 수 있는 모종의 시스템을 통해 프로이트는 자신의 이론에 확신을 갖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융의 경우는 다소 안쓰럽다. 아리따운 아내와 정부, 아이들이 둘이나 있으면서도 다시 슈필라인과는 부적절한 관계를 갖기 시작했으며 스승의 커다란 그림자를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그려진다.


사실 슈필라인과 프로이트는 유대인이며 융은 아리안계 인종이었다. 영화 속 배경이었던 1904년부터 1913년 사이엔 노골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1, 2차 세계대전의 발발 원인 중의 하나인 인종문제는 이미 두 명의 석학사이에서도 불거져 나올 정도였으니 혹시라도 학문적인 이유외적으로 작용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이론에 토를 달기 시작하는 융을 보면서 지적자살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제자를 압박하고 융은 아멘호피스의 일화를 들먹이며 스승을 배제하려고까지 한다. 결국 이 영화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중심에 놓고 제자인 융과의 학문적 충돌, 그 사이에 이론의 실증이라고 할 수 있는 슈필라인의 행위를 보여줌으로서 “위험한 해법”이 대체 무엇인지를 설명해주는 영화라 할 수 있겠다.

 

 

 

 

 

 

 

 


데인저러스 메소드 (2012)

A Dangerous Method 
7.1
감독
데이빗 크로넨버그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비고 모르텐슨, 마이클 패스벤더, 뱅상 카셀, 사라 가돈
정보
드라마, 스릴러 | 영국, 독일, 캐나다, 스위스 | 99 분 | 2012-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