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다크 섀도우 - 여자가 한을 품으면 200년도 길지 않다

효준선생 2012. 5. 14. 00:16

 

 

 

 

 

나는 엔젤리크다. 영국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여자아이다. 미국으로 가면 좀 살만할까 싶어 3등석 배를 타고 가던 중, 잘 생긴 남자 아이를 보았다. 그러나 1등석에 탄 그애를 보는 순간 엄마는 어두운 낯빛을 하고 나의 어깨를 지긋이 눌렀다. “네가 넘 볼 수준의 아이가 아니다” 우울해졌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성에 대한 호감을 신분차이를 이유로 허락받지 못하는 걸까 오기가 생긴다. 운좋게도 그 집 하녀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남자 아이의 눈에 들기 위해 갖은 교태를 다 부렸다. 어느날 그 남자 아이가 나에게 호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나 엔젤리크도 이제 사랑을 하게 될 모양이다.


나는 바나바스 콜린스다. 우리 집안은 영국을 떠나 신천지인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마을 이름도 콜린스포트고 대저택은 콜린스우드라 명명했다. 그 일대 최고의 명망가다. 당연히 그 집의 장남인 난 목에 힘을 주고 산다. 주변에 나를 좋아하는 여자아이는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 여자는 아니다. 우리 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여자아이에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좋아한다고 했더니 내게 푹 빠진 모양인 듯 싶은데 내가 좋아하는 여자는 따로 있다. 근데 어느날 내가 좋아하는 조세트가 과부 절벽에서 떨어져 죽고 나 역시 그녀를 따라 뛰어 내렸다가 죽지도 않고 뱀파이어가 된 채 관속에 갇혔다. 그리고 200년이 지났다.


영화 다크 섀도우의 오프닝 장면이다. 무디 블루스의 인상적인 노래와 함께 시대가 훌쩍 건너 뛰어 1972년을 가르키고 있다. 당시엔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대로 히피문화가 창궐하고 데카당스한 사회적 분위기가 일소하던 때였다. 그러니 창백한 얼굴에 붉은 입술, 검은 옷을 갖춰 입은 뱀파이어의 등장이 그리고 어색해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관속에서 다시 깨어난 바나바스는 타임슬립 후의 조상님의 엄숙한 모습과는 그 궤를 달리했다. 짓궂은 농담도 잘하고 시대차이로 인한 문화적 갭도 별로 의식치 않았다. 오히려 몰락한 양반 수준인 콜린스 가문을 위해 사업수완을 발휘하려는 순간, 과거의 연인이자 자신을 뱀파이어로 만든 엔젤리크의 등장앞에서 절절매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엔젤리크는 이를 테면 콜린스포터의 신흥졸부라 할 수 있다. 물론 그녀의 수명이 얼마나 되는 줄은 모르겠지만 바나바스가 관속에 묻혀있는 동안 그녀는 죽지도 않고 주변에서 벌어진 일을 소상히 알고 있다는 정황이 있다. 심지어 콜린스 가문의 숟가락 개수까지 알고 있는 듯 싶었다.


그런데 여전히 바나바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으니, 게다가 새로온 가정교사에서 흑심을 품고 있는 바나바스를 향한 마음은 도대체 무엇이냐 말이다. 육탄 공격에도 갖은 협박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 바나바스가 혹시 고자가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정도였다.


이 정도가 되면 바나바스의 의중을 헤아려 포기하려만, 마녀라는 지적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집착한다. 심지어 자신의 피부가 삶은 달걀 껍질처럼 조각이 나는데도 개의치 않고. 아, 여인의 사랑에 대한 집착도 이 정도면 열녀문 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만의 독특한 배우관을 가진 조니 뎁과 그를 페르소나 삼은 지 오래된 감독 팀 버튼의 고의적인 유머가 곳곳에서 묻어났다. 알고도 웃을 수 밖에 없는 장면들이 경쾌해보였다. 생각보다 여러 군데에서 등장하는 올디스 밧 구디스의 70년대 음악들은 매우 인상적이었으며, 심지어 앨리스 쿠퍼라는 쇼크 락의 대명사 격인 가수가 전격적으로 등장하는데, 그의 이름이 원래 중세의 마녀의 이름이라 바나바스를 그를 보고 참으로 못생긴 여자라고 하는 것도 재미있는 설정이었다.


영화는 콜린스 저택을 중심으로 도는데, 세트였지만 돈을 많이 들였을 법한 장면들이 많다. 엔딩 즈음에 가서는 그 집안 사람들과 엔젤리크 사이에 육박전이 벌어지는 장면이 액션물에 목말랐던 감독의 지르기 전법이 아닐까 싶었다. 아무튼 그동안 그로테스크하고 조니 뎁의 분장에서 많은 점수를 따고 들어갔던 일련의 작품 선상에 놓고 봐도 좋을 영화라는 생각이다. 부기하여 팀 버튼 영화에 주연급으로 출연하기 위해선 이목구비가 일단 커야 된다는 법칙은 이 영화에서 또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에바 그린과 클로이 모레츠의 인상적인 연기를 팀 버튼 감독의 후속작에서 심심치 않게 볼 것 같은 예감이다.   

 

 

 

 

 

 

 

 

 


다크 섀도우 (2012)

Dark Shadows 
7
감독
팀 버튼
출연
조니 뎁, 에바 그린, 미셸 파이퍼, 조니 리 밀러, 클로이 그레이스 모레츠
정보
로맨스/멜로, 공포, 코미디 | 미국 | 112 분 | 2012-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