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컬러풀 - 당신의 인생은 얼마나 다채로운가요?

효준선생 2012. 5. 13. 01:08

 

 

 

 

 

 

이제 겨우 중학교 3학년이지만 마치 甲年을 맞은 초로의 노인처럼 상당한 삶의 부담을 안고 사는 모습이었다. 무능한 아버지, 바람난 어머니, 나를 상대조차 하지 않는 형 그리고 학교에선 친구 하나 없는 완벽한 왕따. 그 모든 걸 상쇄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짝사랑하는 여자 후배마저도 원조교제에 나선 모습을 보고 소년 고바야시 마코토는 좌절했다. 그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사람이 죽으면 하늘나라로 간다는 말이 있는데 바로 가는 건 아닌 모양이다. 추첨을 거쳐 한 번 정도 다시 살아볼 기회를 준다고 하는데, 한 사람이 이번에 행운(?)의 당첨자가 되었다. 그를 가이드하는 “프라프라”의 설명을 들은 그 사람의 대답이 걸작이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하고 싶은 일도 없는데 그냥 안가면 안되나요?” 어쨌든 한 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그 사람에게 선택되어진 몸이 바로 고바야시 마코토다.


영화 컬러풀은 길지 않은 삶은 살았던 한 소년이 다시 환생해 가족과 사회가 던져준 부담을 극복하고 새로운 인생의 좌표를 설정해나간다는 큰 주제하에 현재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적 병폐를 심도있게, 한편으로는 유쾌하게 그려낸 애니메이션이다. 죽음, 왕따, 불륜, 원조교제이라는 소재가 다소 버겁지만 그렇다고 우울하거나 비관적이지는 않다. 어떻게 해서든 모두 이겨낼 것이라는 희망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좋은 이유는 단순히 죽기 직전의 환자가 의술의 도움으로 되살아났다가는 클리셰한 설정이 아니라 타인의 몸을 빌어 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유하면서 한 걸음 나갈 수 있는 여지를 모색해보자는 취지가 보여서 였다. 물론 이런 설정자체가 극적 효과를 노릴 수 있는 반전의 토대였음을 알게 되면서 다소 허탈하지만 그게 더 맞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코토의 가족들은 많지 않은 가족 구성원들이 대표적인 사회문제를 모두 하나씩 가지고 있다. 실업, 해고, 재취업의 어려움으로 대변되는 아버지, 가정을 소홀히 하고 외간남자와 바람이 난 어머니, 그리고 오로지 대학입시만이 인생의 목표인 듯 사는 형까지, 그런 가족속에서 소년이 숨쉴 곳은 전무해 보였다.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간 뒤 가족들이 보여준 환대는 단순히 죽다 살아온 막내 아들의 환영만은 아니었다. 마치 가족이 함께 밥을 먹는다는 사실을 어색해 하는 모습이었다. 더 큰 문제는 학교다. 다시 학교로 돌아간 마코토, 그를 보는 교사와 학생들의 시선은 차갑다 못해 메말랐다. 본인이 왕따였는지 그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학교생활을 해가면서 느끼는 소외감, 미술반 활동을 통해 만난 같은 처지의 여학생과 예전엔 말도 붙이지 못했던, 공부보다 살고 있는 지역의 옛날 노면전차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 친구와의 수다만이 소년이 숨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한국의 스탭들의 노고가 여러 군데 들어간 영화 컬러풀의 타이틀이 올라가면서 재미있는 효과가 보여졌다. 처음에는 알록달록 꽃무늬 였다가 나중에 무채색의 단색으로 변했다. 그것만 봐도 이 영화의 주제의식은 알 수 있다. 그리고 엔딩즈음에서 소년이 하는 말들, “여러분은 다채로운 인생을 살고 계신가요?” 상급학교에 가서도 왕따가 될까봐 미술학교로의 진학을 권하는 가족들 앞에서 당당히,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같은 학교로 진학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마코토의 모습을 보면서 다들 눈시울이 붉어졌을 것이다. 


순응하는 인생이 될지 아니면 내 스스로가 바꿀 만한 인생을 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면 극단적인 선택대신 이 영화를 보라고 하고 싶다. 남의 몸을 빌어 사는 그 남자의 정체가 밝혀지는 마지막 반전과 함께 고바야시 마코토처럼 사는 우리 주변의 많은 학생들에게도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 추천을 해본다.

 

 

 

 

 

 

 

 


컬러풀 (2012)

Colorful 
8.2
감독
하라 케이이치
출연
토미자와 카자토, 미야자키 아오이, 미나미 아키나, 아소 쿠미코, 타카하시 카츠미
정보
애니메이션, 드라마, 판타지 | 일본 | 126 분 | 2012-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