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저스트 프렌즈 - 연애, 그 반복되는 일상성에 대하여

효준선생 2012. 5. 10. 00:18

 

 

 

 

 

한번 사랑에 데인 뒤엔, 다들 새로운 사랑을 하기를 겁내 한다. 난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사람도 최소한 며칠 지독한 후유증이 남는다. 헤어짐의 쓰라린 아픔보다 좋았던 시절을 다시는 되돌이킬 수 없다는 서운함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다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순간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고 나면 조금씩 옛사랑은 과거에 안치해둘 용기가 생기게 된다.


영화 저스트 프렌즈는 그림을 잘 그리는 현직 백수 남자와 음악을 잘하는 현직 밴드 보컬인 여자를 중심으로 사랑, 그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위에 언급한 두 사람이지만 각각의 주변인물들의 사랑이야기도 못지 않게 등장한다. 남자의 룸메이트와 연상녀, 여자의 친구와 연하남, 남자의 선배인 미술학원 원장과 누드모델, 심지어 가끔 등장하는 공원 벤치의 남녀등, 이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랑의 여러 가지 전형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극적인 케이스는 없다. 다들 힘들어 하는 듯 싶지만 그래도 소프트한 러브라인들이다. 그래서 보는 내내 부담은 없었다.


남자는 자신이 백수라는 사실에 대해 자격지심을 갖고 있지만 뾰죽하게 해결책을 내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새로 만난 여자친구에게서 밥을 얻어먹는 것도 부담스러워 한다. 영화 초반부에 소개팅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결혼할 여자도 아닌데 밥사주고 영화보고 심지어 모텔비까지 써야할 이유가 뭐냐고 반문하며 극히 현실적인 답을 내린다. 그런 남자에게 호감을 가질 여자가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연애사는 계속 이어진다.


주인공말고 주목할 만한 캐릭터는 함께 방을 쓰는 룸메이트다. 그 역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정규직 연상녀에게 타박을 받고 티격태격하지만 그것도 사랑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지는 이유라는 설정은 가장 설득력이 있다. 관심을 갖게 하려고 미니홈피의 사진들을 지웠고 일부러 전화연락 하지 않았다는, 그리하여 비가 내린뒤 땅이 더 굳어진다는 속설은 이들 커플에게서 보여진다. 그런데 그것보다 이 친구 매력있다. 가난뱅이 얹혀사는 친구가 돈을 꾸어 달라는 대로 꾸어주고 나중엔 카드까지 빌려주는 무모한(?) 선의를 베푼다. 게다가 나중엔 노트북까지 들여놓고 쓰라는 모습을 보니, 여자친구 말고 이런 친구만 있어도 손해보는 인생은 아닌 듯 싶었다.


청춘은 생각보다 짧다. 늘 이성이 꼬일 것 같지만 이내 화양연화의 시절이 지나면 언제 그랬나 싶게 적적해진다. 있을때 잘하라는 말을 실천하는 영화속 커플들이 대다수이지만 정작 주인공 커플에겐 시험무대가 남은 듯 하다.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와,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변함없이 그냥 친구처럼 지낼 수 있을까?


사심은 버려둔 채, 멀찌감치 떨어져 그녀의 성공을 기원할 수 있는 그런 용감함. 영화니까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 영화는 그런 애매함을 결말로 툭 던지고 끝낸 점이 아쉽다. 줄거리말고 여주인공이 밴드의 보컬이라는 설정하에 몇 곡의 노래를 부르는 데 오연서가 부르는 그대 오네요와 장영진이 부른 슈팅스타가 귀에 꽂힌다.

 

 

 

 

 

 

 

 

 

 


저스트 프렌즈 (2012)

7.2
감독
안철호
출연
오연서, 이영훈, 최재환, 황효은, 박인영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한국 | 103 분 | 2012-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