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믹막: 티르라리고 사람들 - 버려진 것으로 버려야 할 것들을 제거하다

효준선생 2012. 5. 7. 00:03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무기를 양산하고 그걸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가 강대국의 기준이 되어 버린 건, 인류의 등장과 그 궤를 함께한다. 역사 시간에 배운 석기시대에서 청동기와 철기 시대로 발전해왔는 이야기 속에는 인류가 얼마나 상대를 무찌르는 도구를 좀 더 강한 재료를 사용했는냐 하는 문제로 보며 적확하다. 석기시대 유물을 보면 대개가 사냥과 수렵 그리고 바느질 용으로 사용되었지만 그 후 무기로 쓰여진 청동기 이후의 유물을 보면서 그 만큼 인류는 다툼과 약탈에 민감해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무기의 첨단화가 마치 국력의 하나로 인식되는 시각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맨날 패션과 와인만을 얘기 할 것 같은 프랑스는 몇 되지 않는 강력한 무기 수출국이다. 물론 무기를 팔아서 돈을 벌어 나라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 측면을 강조하는 위정자들과 그것도 산업발전에 일조하는 것이니 타박말라는 군수업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마치 신성불가침한 영역이 된 느낌도 들지만 누군가는 바로 그 무기 때문에 인생이 엉망이 될 수 있다는 상상력이 영화소재로 등장했다.


영화 믹막 티르라리고 사람들의 주인공 바질은 어릴 적 지뢰 사고로 아버지를 여의고 혼자 비디오 가게 알바를 하며 사는 30대 남자다. 하루는 가게 앞 총격사건으로 머리에 총알이 박히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를 당하는데 더 말도 안되는 건 총알을 빼낼 경우 사망할 수 도 있으니 그냥 살라고 하는 의사들의 소견이었다. 사고를 당한 뒤 직장에서도 짤린 그는 우연한 기회에 티르라리고라고 부르는 슬럼을 찾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다양한 캐릭터의 사람들과 복수를 향한 첫 발을 내딛게 된다.   

 

이 영화는 등장인물간의 대립구도가 확연하다. 당하며 살아왔던 사람들과 자신들의 탐욕을 위해 그 어떤 짓도 할 수 있는 사람들의 대결이다. 처음엔 가진 자들의 풍요로움에 질식할 것 같던 바질과 친구들은 자신들이 가진 보잘것 없는 무기들로 대응해가는 모습에서 조금씩 동화된다. 영화 속에서 자신의 삶을 엉망으로 만든 무기제조상에 대한 복수라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은 바질이지만 그를 서포터 해주는 타르라리고 사람들은 어찌보면 바질 이상으로 억압받은 사람들로 나온다.


심지어 단두대에 올라갔다가 단두대 고장으로 약간의 부상만 입고 살아난 감빵맨, 말도 안되는 사건으로 자식을 다 잃은 빅마마, 서커스단에 있어야 맞을 것 같은 유연한 몸매의 고무여인, 그리고 기네스북에 등재되는 것이 꿈인 인간탄환, 고철을 이용해 예술품에 가까운 작품을 만드는 발명가,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타자기와 계산기등. 재활용품 창고안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현대의 루저들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그들의 꿈이란 무엇일까? 무기 제조상이란 거대해서 도무지 이길 수 없는 상대와 맞서 싸우는 그들의 형상은 무엇과 치환될 수 있을까? 비단 무기 제조상이 아니어도 좋다. 서민들의 알짜만 쏙쏙 뽑아먹는 재벌이라고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은 자들이 자신들의 힘만으로 개개인으로 보면 별거 아닌 재주이지만 한데 뭉치면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이단 헌트와 친구들이나 영화 <오션스> 시리즈의 멤버들 이상의 힘을 발휘 할 수 있음에 관객들은 환호를 한다. 바질과 친구들의 면면을 보면 외모상으로 각양각색이다. 백인, 아프리카 흑인, 알제리 출신 혼혈인, 노인, 여자, 뚱뚱이, 홀쭉이등, 편견에 가득찬 표준이라는 가치관과 동떨어진 스타일의 이들이 뭉쳐 가진 자들을 무장해제 시키는 과정을 통해 웃음과 해학, 그리고 통렬함을 맛볼 수 있는 영화다.  

 

 

 

 

 

 

 

 

 

 


믹막 : 티르라리고 사람들 (2012)

Micmacs 
9.3
감독
장 피에르 주네
출연
대니 분, 오마르 사이, 장 피에르 마리엘, 욜랭드 모로, 줄리 페리에르
정보
코미디, 범죄 | 프랑스 | 105 분 | 2012-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