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디바이드 - 밀폐공간에서 인간의 본성을 보다

효준선생 2012. 5. 8. 12:23

 

 

 

 

 

열린 공간에서 살던 인간들이 밀폐된 공간 속으로 내팽겨 쳐진 채 낯선 이들과 기약없는 대피생활을 하는 동안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영화 디바이드는 코너에 몰렸을때 인간 내면에 감춰진 악마성에 대해 노골적으로 피력하는 내용으로 상당히 공포스런 연출을 하고 있다. 주상복합 고층 아파트의 지하공간, 평소엔 거의 갈 일이 없는 그곳이 인간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곳이란 설정은 낯선 곳에 불시착한 비행선의 생존자들처럼 불안하기만 하다.


거기에 안면이 없는 자들의 살기등등한 눈빛과 생존을 위해 한 명씩 제거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돌과 피할 수 없는 희생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멀쩡하던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장면에서는 혀를 차게 만든다. 빠져나갈 수 없는 외부와 간신히 숨어든 공간안에서의 폭력성, 약한 사람은 결국 제거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선택할 수 있는 건 별로 많아 보이지 않는다. 위험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움직일래야 답도 없다. 그들의 최종선택은 무엇이었을까?


이 영화는 어째서 외부의 공간이 차단될 수 밖에 없는 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중요하게 설명하려들지는 않는다. 인물의 입을 통해 아랍인들의 핵무기 공격으로 말미암서라고 하지만 그건 그다지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았다. 갇히게 된 에피소드를 영화 맨 앞부분에 잠시 언급하고 초반에 잠시 우주복같은 것을 입고 등장하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이 영화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결국 인간 대 인간이 제한된 공간영역에서 어떤 행위를 할 것인가에 대한 실험적 고찰이 우선되고 있다.


대피시작 직후 처음엔 다들 핸섬하고 멀쩡해 보이던 비주얼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좀비에 가깝게 변하고 나중엔 사람인지 악마인지 알 수 없는 모습을 변모해가는 장면들, 다소 역겨울 정도로 고어와 슬래셔적인 장치들이 난무하게 되면 비로소 이 영화 심약한 관객들에게는 힘든 시간이 될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공포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건 귀신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말처럼, 이 영화에서도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인간이었다.


이 영화의 공간은 화려한 고층 아파트의 지하공간이다. 보일러실이며 각종 폐자재들이 가득하고 한쪽에는 관리인의 숙소가 마련된 곳이다. 잘사는 아파트 주민이 결코 자주 와볼 곳이 아닌 누추하기 짝이 없는 곳이다. 졸지에 그곳이 생존을 위한 마지막 보루가 되었을 때 911 사건 때의 트라우마로 가족을 모두 잃고 이곳에 자신만의 아지트를 만들어 놓은 관리인의 태도에서 씁쓸하면서도 다들 이 정도 대비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노파심도 들었다. 연명을 위한 장치가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모르지만, 그것들이 서로를 북돋아주며 버틸 수 있는 힘이 될지, 제한된 재화를 두고 서로를 제거하려 하는 강탈의 목적이 될지 영화는 무겁게 보여주고 있다. 


8명의 등장인물 중에서 주인공을 딱히 누구라고 꼬집어 말아기는 어렵지만 마지막까지 혼자 살아남은 사람을 주인공이라고 한다면 그의 앞으로의 인생도 녹록치 않아 보인다. 위험요소를 다 제거하고 세상에 나와보니 그제서야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일이 얼마나 무자비한 일인지를 깨닫게 된다. 폐허속에서 덩그러니 남은 삶, 비루하다. 승리자의 모습이 결코 아니다.  똘똘 뭉쳐도 위기탈출이 어려움에도 서로를 잡아먹으려는 식인적 본성은 정말 인간의 원초적 본능일까? 영화 제목 디바이드는 분리, 분열의 의미다.  

 

 

 

 

 

 

 

 


디바이드 (2012)

The Divide 
7.1
감독
자비에르 젠스
출연
로렌 저먼, 마이클 빈, 로잔나 아퀘트, 마일로 벤티미글리아, 마이클 에크런드
정보
공포, 스릴러 | 독일, 미국, 캐나다 | 110 분 | 2012-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