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두레소리 - 청춘예찬, 우리가락에 실어 보내다

효준선생 2012. 5. 9. 00:02

 

 

 

 

국립 전통 예술고등학교 아이들에겐 어떤 꿈이 있을까? 일반계 고교생처럼 영어나 수학 사설학원에 다니는 대신 실기연습을 많이 해서 원하는 대학에 수시합격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그런데 친구는 좋은 대학에 가게 되었지만 본인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으니 우정이라는 것도 순간적으로 깨지는 물건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꿈많던 여고시절을 함께 뒹굴며 지내던 친구들, 두레소리라는 교내 합창단에서 호흡을 맞추던 아이들은 대학입시와 동아리 활동이라는 두 개의 축을 병행함에 버거워 한다. 기성세대라고 할 수 있는 교장선생과 학부모 대표인 슬기의 아버지에게 동아리 활동이란 극히 부수적인 것이라는 생각이며, 아이들과 동아리를 운영하는 책임을 진 음악선생은 나름대로 소신을 가지고 활성화 시키려고 애를 쓴다.


예술고등학교 학생들에게는 학과 공부는 좀 못해도 뭔가 기막힌 재주 하나로 타인을 압도하는 기술꾼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예술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薰化가 되는 경우도 있고 경제적 지원없이 타고난 천재성으로 독학수준의 배움을 이어가는 아이도 있다. 영화 두레소리의 두 주인공 슬기와 아름이가 바로 그들이다.


합창단 초반 활동을 들여다보면 양악에서 말하는 몇가지 음악이론과 국악을 배워왔던 아들에게 둘을 접목시켜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일례로 발성을 배우면서도 뒤를 끌어주는 국악의 농음 개념을 이해 못하는 함선생이 답답해하는 모습이 바로 그런 반증인 셈이다. 연습과정이 많이 생략이 되서 아쉽지만 무대위에서 아이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가히 놀라울 정도다. 얼마나 연습을 했으면 저렇게 유려한 화음이 나오는 걸까? 양악의 토대위에 국악을 적절하게 접목시켜 듣는 이로 하여금 조금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기술. 고등학생 수준이 아닌 듯 싶었다.


추레해 보이기까지 하는 함선생과 되바라져 보이기까지 하는 아이들의 신경전과 차츰 서로에 대해 흉금을 털어놓으며 가깝게 지내는 모습에서 진짜 선생의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학교 폭력이 난무하는 요즘, 슬기와 아름이 충돌하는 장면도 들어가 있지만 무엇인가 해결을 목전에 둔 아이들이 보여준 화합의 모습은 기성세대들에겐 작은 교훈처럼 다가왔다. 화려한 미모의 여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꽃미남 남자 배우들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냥 그 또래의 아이들이 나와 선배기수에서 있었던 실화를 연기해냈다고 한다. 이들 여배우들의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니 이전에도 몇몇 영화에 출연한 바 있다고 하니, 아티스트의 끼들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모습이었다.


합창은 결코 혼자 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한때는 등돌렸던 친구와도 호흡을 맞춰야 하는 것이고 누군가에게만 솔로파트가 주어진다고 시기를 해서도 안된다. 그리고 이런 금과옥조를 이 영화가, 그리고 두레소리 합창단이 보여주었다. 열심히 연습해서 동아리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열창을 하는 모습을 보니, 합창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라며 얼쑤 추임새를 넣어가며 광고를 하던 국악인의 사주후가 거짓이 아닌 모양이었다.


비록 국악에 조예도 없고, 귀도 안뚫렸지만 아이들의 꿈이 좀 늦더라도 진득하니 기다려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다들 아마추어에 가까운 배우들인지라 처음엔 낯설어 하는 모습이 진짜(?) 다큐처럼 보였지만 뒤로 갈수록 몇몇 장면에서는 기성배우 못지 않은 연기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두레소리 (2012)

Du-re Sori Story 
9.1
감독
조정래
출연
김슬기, 조아름, 함현상, 최은영, 임하늬
정보
드라마 | 한국 | 108 분 | 2012-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