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버니드롭 - 부모처럼 살아보기, 딸처럼 살아보기

효준선생 2012. 5. 5. 00:07

 

 

 

 

 

태어나 자라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해서 아이가 생기면 사람들은 그들을 부모라고 부른다. 아무개 아빠, 아무개 엄마, 하지만 부모로서의 역할은 제 각각이다. 부모로서의 본연의 역할은 어떤 것인지 일본 영화 버니드롭은 즐거운 상황을 통해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를 연출해내고 있다.


생활속 드라마로는 일본 영화를 따라갈 영화가 없다는 평을 받는 만큼 이 영화도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소시민의 일상을 매우 꼼꼼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대신 이야기의 흥미를 높이기 위해 그랬으면 어떨까 하는 상상력을 극대화해서 호기심을 지속시키는 기술은 대단하다. 영화의 요지는 이렇다. 관리직 사무원인 다이키치는 외할아버지 장례식에 갔다가 여섯 살 먹은 여자아이 린을 만나게 된다. 죽은 할아버지가 남긴 데려온 자식이었다는데 문중에서는 아무도 아이를 맡으려고 하지 않았다. 창졸지간에 아이의 보호자가 된 다이키치는 예정에도 없던 아버지 역할을 하게되고 꼬마 린 역시 그와 알콩달콩 동거생활에 들어가게 된다.


이 영화의 배경이 재미있는 것은 외할아버지의 자식이 여섯 살인데 손자인 다이키치는 낼 모레 서른이라는 설정이다. 그러니까 조카가 너무 어린 이모를 모시고 사는 셈이 된 것이다. 보육원과 유치원을 구분하지 못하고 매일 아침 보육원에 맡기며 난리통을 치는 모습이 웃기면서도 자못 비장하기까지 했다. 그 복잡한 일본 지하철안팎에서 아이를 안고 달리는 모습이 반복되고 일을 마치고 밤늦게 아이를 데리러 오는 모습에서 다이키치는 본인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는 것에 회의가 들 텐데도 린이 웃는 모습에 헤벌쭉해진다.


물론 친척들의 지나친 관심과 회사 생활에서 오는 버거움이 약간의 갈등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그럴때마다 조력자가 등장해 이들의 생활에 오히려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모습들이 훈훈하게 비춰졌다. 특히 열이 나서 누워버린 린이 어느날 아침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이키치에게 줄 주먹밥을 만드는 모습에선 다들 가슴이 먹먹해질 것 같다.


린 역할을 맡은 아역배우(아시다 마나 분)의 순수하고 귀여운 모습에 다들 반할 것이 틀림없으며 최근 다양한 역할을 통해 한국 영화팬들에게도 인기높은 마츠야마 켄이치가 다이키치 역할을 소화해 냈다.


부모가 아니지만 부모처럼 사는 것을 미리 경험해본 이야기, 아이의 실제 부모의 에피소드가 마음이 아프지만 그녀 역시 현대 사회가 만들어낸 그림자가 아닐까 싶었다. 아이가 자라나면 친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에 또 한번의 갈등은 분명히 올 것이다. 그럼에도 몇 시간 실종사건을 통해 아이가 없어졌을때 얼마나 놀랐는지 몰랐다는 다이키치의 모습속에서 누구든지 부모가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부모 역할을 해내는 것은 아니구나 싶었다. 5월 가정의 달에 제법 잘 어울리는 영화 버니드롭이었다. 

 

 

 

 

 

 


버니드롭 (2012)

Usagi Drop 
8.9
감독
사부
출연
마츠야마 켄이치, 아시다 마나, 키리타니 미레이, 카리나, 키타키 마유
정보
드라마 | 일본 | 114 분 | 2012-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