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딱따구리와 비 - 베테랑과 신참이 보여주는 인생의 앙상블

효준선생 2012. 5. 4. 00:03

 

 

 

 

 

일본 중부의 기후현, 바다에 면해 있지 않은, 한국으로 치면 충청북도 같은 입지조건으로 이곳에 임가공용 벌목장들이 많다. 영화 딱따구리와 비의 배경인 기후의 어느 산골마을, 한 남자가 열심히 전기톱을 사용해서 나무를 쓰러뜨리고 있다. 그런데 낯선 사람이 찾아와 아래에서 영화 촬영중이니 잠시 조용히 해달라고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접해본 적이 없는 일에 대해 호기심을 갖다가 본격적으로 자신이 스탭이라도 된 솔선수범하는 남자의 모습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과 자기가 좋아하는 일의 갭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아내의 죽음과 철없는 아들과의 동거, 남자에겐 돈도 필요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일엔 자고로 정의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동네에 들어와 영화 촬영을 하는 일군의 무리들. 그중에선 감독 같지도 젊은이가 타인을 경계하듯 남자를 대한다. 나중에 알켜주었지만 벌목공 남자가 예순, 영화감독이 스물 여섯이라면 이들은 어떤 소재로 소통을 할까


처음 영화를 한다길래 도와주다 영화제작 스탭들과 함께 다닌다는 설정과 메이킹 필름을 만들어 내듯 생동감 있게 찍어낸 영상들은 우리가 극장에서 편하게 장면 뒤에서 얼마나 수고가 많았을지 궁금하다.


처음엔 못마땅해 하다가 영상 속에 자신의 엑스트라 출연 장면이 비춰지고 영화 스탭들이 보조연출자를 구한다고 하자 마을 사람들을 죄다 동원한 남자의 오지랖 속도는 평생을 나무만 쪼아대는 딱따구리처럼 살았던 자신의 인생에 대한 회환이자 아쉬움의 피력으로 보였다. 그는 왜 그들을 도와주려고 하는 걸까?


벌목공과 상대적인 캐릭터는 젊은 감독이다. 현장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혼자 탈출을 감행하고 컷과 액션소리 내기가 너무 힘들다. 벌목공에게는 감독 나이의 아들이 있지만 믿음을 주지 못하는 상태인지라 아마도 감독에게 더욱 관심을 쏟았는지도 모른다. 특히 두 차례에 걸친 목욕탕 장면을 통해 알몸으로 좀 더 가까이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의욕이 읽혀졌다.


영화속 영화가 좀비가 나오는 영화인지라 대다수 배우들은 좀비복장과 메이크업을 하고 돌아다녔고 그중에서도 벌목공도 들어 있었다. 평생 단 한번도 해보지 못한 일에 호기심을 가진 초로의 남자, 그에게 카메라 앵글에 비춰지는 모습은 인생의 반추였을 것이며 입봉하려는 초보 감독에게는 세상과 타협하며 살 수 있는 작은 가이드가 되어준 것이다.  


이 영화는 유난히 김을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바다가 면해있지 않아서 생선류를 보기 힘들지만 그곳 사람들은 김으로 대체하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손님을 불러다 놓고 먹을 게 이것밖에 없다며 김을 내놓는 남자. 우걱우걱 씹어 먹는 모습이 왠지 부담스러워 보이면서도 김이 먹고 싶다는 느낌도 받았다.


영화 제목 딱따구리는 벌목공을 비는 마지막 크랭크 업 시점에 내린 소나기를 의미한다. 비록 소나기 때문에 모든 촬영이 중단된 채 그 수많은 좀비 분장의 엑스트라들이 비를 피하고 선 모습은 우스꽝스럽기 그지 없었다. 일본의 국민배우인 야쿠쇼 코지와 매니아들에게 유독 인기가 높은 오구리 슌이 부자지간 그 이상의 끈끈한 정을 나누는 벌목공과 초보감독을 연기했다.

 

 

 

 

 

 

 

 


딱따구리와 비 (2012)

The Woodsman and the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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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오키타 슈이치
출연
야쿠쇼 코지, 오구리 슌, 코라 켄고, 우스다 아사미, 후루타치 칸지
정보
드라마, 코미디 | 일본 | 129 분 | 2012-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