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너무 밝히는 소녀 알마 - 남녀열다섯살지남철

효준선생 2012. 4. 25. 00:27

 

 

 

 

 

소녀가 수음을 하고 있다. 자기 입으로 말했다. 몇 달 지나면 열여섯이라고 이팔 청춘인 그녀가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요상야릇한 남성의 목소리에 반응해가면 벌건 대낮부터 주방 바닥에 누워 마스터베이션을 하는 장면에서 무엇을 연상하는가.


영화 너무 밝히는 소녀 알마의 오프닝이다. 숨넘어가는 교성이 화면보다 먼저 들리면서 어랏,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의 묘미를 처음부터 보여주나 싶어 긴장을 하게 된다. 얼굴만 보면 아직도 앳되어 보이는 소녀 알마, 그녀는 하고 싶은 거, 알고 싶은 게 많은 청춘이다. 근데 또래 애들과 달리 유난히 성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며 나름 힘들어 한다.


우연히 만난 동년배 남자애, 그녀를 건물 뒤 으슥한 곳으로 데리고 가더니 자신의 물건을 그녀에게 내보인다. 멀뚱한 표정의 소녀, 웬만하면 소리라도 지르거나 손으로 눈이라도 가릴텐데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아무 일 없다는 듯 절친에게 그 사실을 말해준다. 그러나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를 헤픈 애로 따돌린다.

 

전혀 모르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성기를 보여준다는 것은 성 도착증이나 다름아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소녀에게 보여준 것이 섹슈얼의 도구 "성기"라는 것에 매몰되지 않고 잘생긴 남자애가 자기가 관심을 둔 여자에게 소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것이라고 치환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고무줄 놀이를 하는 여자애들의 놀이를 방해하기 위해 고무줄을 끊고 도망가는 사내놈들이나 아이스께끼를 외치며 여자애들 치마를 들추는 행동등은 그녀들의 관심을 끌어내려고 하는 일종의 성징이라는 설명이다.


남성성기가 등장하는 바람에 졸지에 청불영화가 된 셈이지만 그 사건 이후 이야기 되어지는 것들은 모두 청소년기에 한번쯤은 겪었던 질풍노도의 일들이다. 편모 슬하의 딸과 엄마와의 소통부재, 학교내에서의 왕따문제,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겼는 심리적인 충동과 우울증세등.


이 영화는 노르웨이의 어느 한적한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특히 소녀 알마가 자주 가는 간이 정류장은 그녀가 고민하고 스스로 해결을 찾게 되는 중요한 아지트다. 알마가 거짓말을 했다며 등을 돌린 절친 친구와 다시 가까워지는 계기도 이곳에서 만들어 진다. 좁은 배경공간에서 반복되는 듯한 소녀의 이야기는 엄마의 새로운 사랑, 그리고 친구들과의 화해등으로 어느새 훌쩍 자란 아이들의 뒷모습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야한 장면으로 시작해서 경계심을 갖고 볼 필요는 없다. 누구든지 그런 과정 한번 안겪었다고 해서 훌륭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알마가 不淨하거나 不貞하다고 손가락질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빨리 자란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이 영화는 나름 유쾌하다. 물론 아이들이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그렇기에 어른이 아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는 영화로 보면 좋을 것 같다.  

 

 

 

 

 

 

 

 

 


너무 밝히는 소녀 알마 (2012)

Turn Me on, Goddammit 
7.6
감독
야니케 시스타드 야콥센
출연
헬레네 베르그스홀름, 아르투르 베르닝, 줄리아 샤흐트, 율리아 바케-비, 마티아스 미렌
정보
코미디 | 노르웨이 | 76 분 | 2012-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