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멋진 악몽 - 승소보다 중요한 자신감을 얻다

효준선생 2012. 4. 23. 00:07

 

 

 

 

 

영화 멋진 악몽은 유령을 결정적 증인으로 채택해 법정에 세우려는 초보 변호사의 좌충우돌 억척분투기다. 아내를 죽였다는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위해 그가 묵었던 허름한 산장에서 유령을 데려다 살인 사건이 발생했던 그 시점에 유령의 농간이 있었다는 걸, 유령 스스로 법정에서 밝히게 한다는, 어떻게 보면 다소 허망하고 황당한 설정이지만 결국 이 영화는 재판의 승패와 상관없이 이제 갓 법조계에 들어선 여자 변호사의 험난한 "인생극복"을 말하고 있다. 2시간 넘게 법정 장면과 그 이면의 모습이 반복되고 실제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지만 영화가 말하려는 핵심포인트는 엔딩 10분에 걸려있었다.


음서제도니, 태자당이니, 본인의 노력 이상으로 세상은 누구의 아들, 딸들에 대해 수월하게 제도권으로 받아 들여 하나의 카르텔의 인원으로 만드는 것을 용인한다. 그렇게 하다보니 결국 실력은 있지만 돈 없고 빽 없는 재인들은 도약하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을 하게 된다. 사실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변호사 에리도 역시 법조인이었던 아버지의 후광으로 선배들의 인식하에는 있지만 그 능력에 대해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었다. 그녀의 보스인 수석 변호사인 하야미 조차도 그녀에겐 큰 희망을 갖고 있지 않았고 골치아픈 수임을 하나 던져주고는 무시해 버린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에미가 할 수 있는 것은 맡은 일처리를 완벽하게 해내서 인정을 받는 것인데, 영화 초반에 등장한 악몽장면은 결국 그녀의 한 뼘 더 크려는 성장통이 아니었나 싶다.


말도 안되는 장소에 있는 송장장이라는 여관, 겉보기에도 귀신이 나올 것 같은 그곳에서 결국 유력한 용의자인 올해 481세의 로쿠베 유령과 만나고 그를 억울하게 옥살이 해야 할 지도 모르는 의뢰인을 위해 법정에 서도록 한다. 그리고 법정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해프닝과 사건 해결의 조짐과 또 거기에 맞서는 반대 세력들.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유령을 볼 수 있는 사람의 공통점, 우선 최근에 되는 일이 없어야 하고, 둘째, 최근 죽음과 관련된 일을 겪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시나몬 차를 좋아해야 한다. 과연 이런 조건이라면 유령을 만날 수 있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영화속에서 유령을 인식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던 것을 보면 어쩌면 유령은 진짜 존재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유령이 나온다고 무서운 영화는 절대 아니다. 사무라이 시절 패전무신의 캐릭터로 등장하는 로쿠베는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그런데 그는 왜 그토록 자기와 별로 관계도 없는 남자의 변호를 위해 증인으로 나서는 걸까


그리고 의뢰인이 진범이 아니라면 대체 여자는 누가 죽인 걸까? 법정 드라마이니만큼 비기는 게임은 없다. 한편은 이기고 한편은 졌다. 그런데 들리는 말이 의미가 있다. 재판은 지고 이기는 게 별 의미가 없다고. 무슨 말일까?


승소한 초보 변호사에겐 한건의 승소로 인지도는 올라갈지 모른다. 그러나 그녀가 시도했던 방법들은 현실에선 불가능해 보였다. 거기에 재판과정에서 모든 일은 조력자의 도움들이 컸다. 그녀 혼자 나서서 한 일은 상대적으로 많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이제 무사히 첫발을 뗀 그녀의 법조인생은 행복할까? 사진 속으로만 보이던 그녀의 아버지 초난강이 카메오로 실제 등장해 반갑게 해준다.


그리고 유령 로쿠베는 자신의 원혼을 구슬려 이제 진정한 의미의 저 세상으로 갈 수 있을까? 우리의 조상님들이 이승으로 가지 못한 채 후손들 근처에서 어슬렁거린다는 가정은 좀 무섭다. 

 

 

 

 

 

 

 

 

 


멋진 악몽 (2012)

Once in a Blue Moon 
8.7
감독
미타니 코키
출연
후카츠 에리, 니시다 토시유키, 아베 히로시, 타케우치 유코, 아사노 타다노부
정보
코미디, 드라마 | 일본 | 142 분 | 2012-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