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더 박스 -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

효준선생 2012. 4. 21. 03:47

 

 

 

 

1976년 내세울 것은 없지만 평화로운 한 가정에 낯선 물건 하나가 배달된다. 버튼이 달린 유닛, 박스다. 이튿날 불쑥 찾아온 초로의 한 남자, 그는 그 집 아내에게 귀가 솔깃한 제안을 하나 한다. 하루 안에 버튼을 누르면 당신에게 1백만 달러를 지급하겠다고 그 대신 당신이 아는 누군가가 죽는다는 조건이다. 이쯤되면 영화 더 박스는 리얼리티보다는 가상의 미스테리 스릴러물임을 직감하게 된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유혹을 받는다. 무엇을 해줄테니 무엇을 달라는 식이다. 회원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내놓은 다양한 경품들, 기념품 하나를 위해 예상외의 금전을 지출했던 경험들, 누군가는 당첨될 것이라는 망상에 매주 사게되는 복권들도, 결국은 인간이라는 간사한 존재가 수도 없이 머리를 굴려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불과하지만 인간은 스스로가 만든 함정에 발을 들여놓기 십상이다. 하물면 겨우 버튼 하나 누르고 1백만 달러라니, 누가 죽는 다는 사실에 잠시 망설이기도 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 안에 누르고 말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 죽는 다는 사실이 바로 그런 시스템에 의한 것이라면? 놀랍지 않은가? 하루에 태어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겨우 하루 한 명 죽는게 뭐가 대수냐고? 만약 그 박스가 수없이 많고 초로의 남자와 같은 메신저 역할을 하는 사람도 박스 개수만큼 많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영화에선 묘한 맥거핀 하나가 등장한다. 몸의 흉터다. 여자는 어린 시절 의료 사고로 한쪽 발에 큰 흉터가 있어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한다. 그리고 초로의 남자 역시 벼락 사고로 얼굴 한쪽이 움푹 패인 상태다. 영화 초반부 둘의 만남과 후반부 여자의 대사에서 나온 것처럼 나에게 장애가 있었기에 당신의 외모에 긍휼을 갖게 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흉터는 영화 전개와 별 연관이 없어 보였다.


그 보다 강렬한 메시지는 "당신의 선택이 아주 짧은 현실 문제를 해결해주는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 대신 며칠 뒤 당신을 알고 있는 불특정의 누군가가 박스의 버튼을 누른다면 당신은 돈 가치 그이상의 것을 잃어버릴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금전앞에 무너지더라." 라는 교훈을 말하고 있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에다 후반부에 공상과학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시퀀스들이 등장하면서 삶과 죽음의 교차에서 과연 주인공의 운명은 어떤 길로 가게 될까가 궁금해 졌다.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사람 목숨이 달렸다는데 그까짓 돈이 대수냐고 당장 돌려주라고, 하지만 12억이라는 큰돈이 현찰로 손에 들어오고 실업자 직전에 서있는데 망설임없이 물리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리고 내가 안한다고 해도 또 누군가가 한다면 나의 거부 또한 부질없는 짓이다. 혹시 누가 알겠는가 사형수에게 돌아갈 운명인지.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광고 카피가 떠올랐다. 아니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내 이웃이 누른 버튼에 내 목숨이 날아가버릴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카메론 디아즈의 열연이 돋보인 영화 더 박스였다.

 

 

 

 

 

 

 

 


더 박스 (2012)

The Box 
7.2
감독
리처드 켈리
출연
카메론 디아즈, 제임스 마스던, 프랭크 란젤라, 제임스 렙혼, 홈즈 오스본
정보
스릴러 | 미국 | 115 분 | 2012-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