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크레이지 호스 - 눈 둘 곳도 없고 눈 뗄 수도 없다

효준선생 2012. 4. 19. 01:43

 

 

 

 

그냥 에로와 에로시티즘의 차이만큼이나 포르노와 아트섹슈얼리티는 다르다고 역설하는 영화가 선을 보였다. 극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 크레이지 호스는 본격 성인들만을 위한 쇼를 선보이며 시작한다. 여성의 몸을 피사체로 삼았지만 남성 호르몬을 자극하는 외설성을 감추고 오로지 몸의 아름다움을 미학적으로 표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걸치는 옷가지를 최소화하고 국부노출까지 서슴지 않았지만 타인의 눈을 의식하며 몰래 보는 동영상 속의 그런 것과는 차원을 달리했다.


아름다운 몸을 화폭에 담는 누드화를 보면서 피사체가 되어준 모델의 실제 모습을 떠올리며 환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연필 끝으로 새롭게 탄생된 예술 작품에 대한 모독임을 알면서도 그(그녀)의 실체를 한 번쯤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사진이나 영상은 좀 다르다. 눈썰미가 없어도 그(그녀)가 누구인지 대번에 알 수 있는 實寫이기에 섣불리 나서려 하지 않을테지만 영화 크레이스 호스 속의 댄서들은 그야말로 개의치 않는 눈치들이다.


아트 섹슈얼쇼라는 게 정확하게 무엇인지를 확인시켜줄만한 프로그램들은 이 영화에서 본전 생각이 나지 않게 상당부분을 공개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프로그램은 우주선 컨셉의 무대에서 두 명의 무희가 보여준 2인무와 빨간 밧줄 하나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고 인체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인 솔로 댄싱이다. 그 외에도 “DESIR”(프랑스 어로 욕망이라는 뜻)라는 글자를 배경으로 한 엔딩군무와 靑一點(?)이라고 할 수 있는 쌍둥이 형제의 쇼도 볼 만했다.


볼거리에 치중한 점이 없지 않지만 그 중에서도 신입무용수를 선발하는 과정에서는 관객들이 마치 오디션 심사위원이 되는 영광을 부여하기도 한다. 반라의 젊은 여성들 앞에서 극히 주관적인 미적 감각으로 누구를 선발할까를 같이 고민하게 하는 장면은 영화속 진짜 심사위원들의 귓속말과 오버랩 되면서 독특한 체험을 하게 만든다.


여성들의 몸매가 과감하게 드러나고 치부조차 가리지 않고 활보하는 그녀들을 보면서 저들의 몸은, 저들의 교태어린 몸동작은 남성들의 말초적 본능을 해속하기 위한 오락거리일까를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여자 매니저가 영화 속 인터뷰를 통해 자신들의 쇼가 여성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무대가 되길 바란다고 하고 또 쇼를 즐기러 온 손님들 중 적지 않은 여성관객들이 있음을 보게 되면서 흔히 생각하는 저급하고 추잡한 뒷골목 바의 스트립쇼와는 다름을 알게 해준다.


공연 장면뿐 아니라 쉬는 시간을 이용해 무희들이 안무를 맞추는 장면과 무대 뒤에서 더 좋는 공연을 위해 쉴새 없이 토론하고 개선하려는 스탭들의 모습까지 보여주며 좋은 무대를 외설이나 선정성의 잣대만으로 재단해서는 안됨을 말하고 있다.


유난히 여성들의 노출에 대해 민감해하면서도 타인의 시선이 없으면 광분모드로 돌변하는 한국인의 관음증적 태도로 말미암아 이 영화가 개봉되면 어떤 반응을 얻을지 모르겠다. 그저 야하고 별 볼일 없는 누드쇼로 급전직하 할지, 가고 싶어도 가기 힘든, 설사 파리에 갔다 해도 쉽게 가볼 수 없는 고급 성인쇼를 한국의 극장에서 넓은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음에 만족할지 좀 더 두고 봐야겠다. 물론 후자의 판단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크레이지호스 (2012)

Crazy Ho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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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프레데릭 와이즈만
출연
데이지 블루, 필리페 카테린느, 필리프 드쿠플레
정보
다큐멘터리 | 미국, 프랑스 | 110 분 | 2012-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