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파리의 도둑고양이 - 밤과 낮의 이중생활, 소녀에겐 힘이다

효준선생 2012. 4. 20. 01:18

 

 

 

 

 

 

프랑스 파리가 아닌 뽜~리가 주는 이미지는 다소 퇴폐적이다. 예술의 도시라는 칭송이 자자하지만 그건 추함을 감추기 위한 필사적 노력이 마치 원형은 그대로 있고 그위에 실루엣을 여러겹 겹쳐놓은 듯한 기분을 주기 때문에 갖게 되는 선입견이다. 향수의 등장도 악취가 진동하던 파리의 냄새를 중화시켜주기 위해 그토록 프랑스 향수산업이 고도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말은 매우 역설적이다. 프랑스 여자들의 구두굽이 그토록 높았던 이유 중의 하나가 쓰레기로 가득한 파리의 길거리에서 치맛단을 더럽히지 않기 위한 고육책에서 나왔다는 주장도 흥미롭다.


파리엔 고양이가 산다. 낮에는 말을 못하는 소녀에게 말동무로, 밤엔 부잣집만을 털며 파리의 스카이라인을 물들이는 도둑의 조수로, 말 그대로 도둑고양이인 셈이다. 영화 파리의 고양이는 부자도시임에도 소외받은 계층, 뭔가 결여된 계층을 한데 이어주려는 링커의 역할을 고양이에게 부여함으로써 더불어 산다는 것에 대해 두어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가 강한 만화영화다. 도둑과 여자 형사의 딸이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은 탐욕스럽기 그지없는 조직폭력배의 위협에 맞서면서 균열과 새로운 조합으로 탄생한다. 물론 고양이 디노가 그 사이 사이를 메꿔주는 접착제 역할을 충실하게 해낸다.


고양이 디노는 겉모습만 봐서는 사랑스럽지 않다. 오히려 표독스럽다. 하지만 자신이 성깔을 부려야 하는 대상이 누군지는 사람보다 더 확실하게 잘 알고 있다. 그 점에서 디노는 사람보다 더 분별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열길 물속은 잘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속담은 이 영화에도 등장하지만 디노 만큼은 그 한 길 사람속을 꿰뚫어보고 있다. 단지 사람의 언어를 구사하지 못한다는 점 빼고는, 아버지를 잃은 뒤부터 실어증에 걸려버린 소녀 조이도 마찬가지다. 굳이 말을 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라면 불필요한 말이 왜 필요하겠는가. 말은 반드시 필요로 할 때 하면 되는데, 이 영화가 소녀의 입을 통해 그걸 말해주고 있다.


만화영화지만 원화에 가까운 거친 질감 탓에 헐리웃 버전의 깔끔하게 도려낸 듯한 컬러에 익숙한 애니메이션 팬들에겐 낯설겠지만 이야기의 전개나 함축적으로 담겨있는 사회적 메시지, 사실성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판타지적 이미지를 가미해 아이들이 봐도 크게 이해 못할 내용은 아니다. 범죄물이라는 점에서 유아들이 보기엔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60여분으로 러닝타임도 짧고 권선징악을 주요 테마로 삼아 가족들이 같이 보기에 좋다.    

 

 

 

 

 

 

 

 


파리의 도둑고양이 (2012)

A Cat in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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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장-루프 펠리시오리, 알랭 가뇰
출연
도미니끄 블랑, 브루노 살로몬, 오리얀 잔니, 장 방기기, 베르나데트 라퐁
정보
애니메이션 | 프랑스 | 70 분 | 2012-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