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듀엣 - 사랑한다의 반대말은 사랑했었다

효준선생 2012. 4. 18. 00:38

 

 

 

 

사랑에 잠시 머뭇거리다 놓쳐버린 여자가 인터넷으로 알게 된 지인만을 믿고 영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공항에서 라면박스 뒤에 대충 갈겨 쓴 글자, 하이 낸시라는 것으로 한국 여자 낸시와 영국 남자 주드는 만난다. 영화 듀엣은 이들 청춘 남녀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고 영국과 한국을 말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 영국이 주는 이미지와 한결 많이 닮았다. 미국 문화의 뭔가 들떠있는 분위기와는 달리 안개속 그 아래를 더듬거리며 천천히 뭔가를 찾는 듯한 사람들의 모습, 영어로 된 가사에 붙인 음악이 거기서 거기인 듯 싶지만 단순히 팝송이라고 부르기엔 운치가 있다.


둘 다 음악인은 아니다. 음악적 소양을 키워보기 위해 영국에 왔다는 낸시의 입을 빌면 그녀가 찾는 건 놓쳐버린 사랑의 함몰을 대체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할 정도로 주드에 빠진 것 같아보였다. 피앙세가 있다는 주드의 입장은 다소 어색하다. 임자있는 그이지만 유독 낸시를 향한 눈빛이 형형할 정도다.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살짝 끌리는 것은 방금 사랑을 잃어버렸다는 여자라 해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둘의 심심한 러브라인은 급격하게 상승되거나 하락하지 않는다. 정말 말그대로 가이드나 해줄 요량으로 따라붙는 주드지만 이 여행의 종착역이자 낸시가 가장 가고 싶어하는, 물론 영국인들에게도 이상향같은 곳 아일 오브 스카이에서의 하룻밤은 그들에겐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영국 올로케 영화이자 영국에서 가볼 만한 곳은 죄다 한 필름안에 모아둔 것처럼 아름다운 풍광이 차례로 비춰졌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지만 도시의 답답함이 아닌 오로지 그들만이 피사체가 되는 풍경이 세상에 어디 흔한 일인가. 너른 들판에, 드넓은 구릉위에 그들은 한없이 달리고 소리를 질렀다. 자유로와 보였다. 부럽기까지 했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마치 새장안에서 살다 시피하는 내겐 시각적 안락을 위한 보너스처럼 느껴졌다. 청춘 남녀의 로드무비지만 심각한 갈등구조나 사건전개를 통해 기승전결의 구조로 된 영화가 아니라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고 가는 곳에선 1분짜리 멋진 CF처럼 보이고, 뮤직비디오의 배경처럼 찍어냈다. 한때는 카메라 광고처럼, 한때는 커피광고처럼, 또 한때는 고급 세단 자동차광고처럼 보였다.


이 영화는 음악영화제에라도 출품하면 좋을 법했다. 여러 가지 버전의 오리지널 송과 이미 귀에 익숙한 넘버들이 배우들을 통해, 플레이어들을 통해 선사되고, 음악을 하는 직업인으로서 등장하는 낸시의 입을 통해 불려졌다. 뭐라도 재주하나 있으며 밖에 나가서도 굶어죽지는 않는다는데, 낸시처럼 자유로운 삶을 꿈꿀 청춘은 얼마나 될까


모든 화면이 사진이 되고 그림이 되는 영화, 부드럽다 못해 달달한 카페오레같은 영화, 영국을 처음 찾을 때 하이 낸시에서 이제 굿바이 낸시로 바뀐 종이를 들고 있는 주드의 모습을 보면서, 저런 외국친구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영화속 대사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사랑한다의 반대말은 사랑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사랑했었다라고...

 

 

 

 

 

 

 

 


듀엣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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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상빈
출연
고아성, 제임스 페이지
정보
드라마 | 한국 | 96 분 | 2012-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