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하늘이 보내준 딸 - 아버지의 사랑, 모든 이를 행복하게 만들다

효준선생 2012. 4. 15. 00:03

 

 

 

 

한 남자가 바닥에 쓰러져 누군가를 부르고 있다. 병원에 옮겨져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 그에게 미모의 변호사가 관심을 보인다. 누굴 찾느냐고 묻자 “닐라”라는 단어만 읊조린다. 인도어로 닐리는 달이라는 뜻이며 그 남자의 딸이다. 대체 남자에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최근 한국에 소개되는 인도영화는 인간적인 감성에 호소하는 편이다. 물량공세적 영화가 판을 치고 관심을 받는 영화판에서 이런 류의 영화가 어느 정도 먹힌다는 건, 그만큼 현실에서 “인간적”이라는 화두가 희소해졌기 때문이다. 극악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서로에게 무관심해 하는 걸 삶의 미덕쯤으로 여기는 오늘날, 이들 인도영화속에서 보여지는 인간미는 예전 언제쯤 우리도 느꼈던 추억같은 것이기에 알싸한 느낌을 준다.


영화 하늘이 보내준 딸은 어느 지적 장애인 아버지가 금지옥엽 딸아이를 놓고 처갓집과의 갈등을 빚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장애인 부모가 아이를 양육하는 문제를 놓고 간혹 마찰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지만 이 영화는 비록 법정 드라마의 형식은 빌어 왔지만 그보다 아버지의 사랑은 결코 신체적 장애로 인해 차별당하거나 덜하지 않음을 강렬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이를 낳다 죽은 엄마를 대신해 아빠는 초코렛 공장에서 비슷한 처지의 장애인들과 일을 하고 일이 끝나고 한 눈 팔지 않고 육아에 매진하는 모습들이 아이가 갓난아이였을때부터 다섯 살 박이로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매우 핍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아무래도 육아에 서투르고 게다가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모든 불편했을 텐데도 동네 아줌마들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훌륭하게 키워냈다. 하지만 까마귀는 왜 까맣게 생겼냐는 말에 하늘을 많이 날아다녀 햇볕에 타서 그랬다는 대답을 하는 등, 지적인 호기심을 채워주지 못하는 아버지 대신 학교는 그 둘의 보충재이자 간섭재가 된다.


소녀에게 학교는 배움의 장이자 또래와 어울릴 수 있는 사회였다. 또 장학사이자 부자인 이모와 외할아버지의 등장으로 세상에 아빠말고는 없을 것 같은 보호막이 또 생겨났음에 아이는 혼란스러워 한다. 아이가 물건은 아님에도 양측이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또한 변호사도 결코 아이를 아버지에게서 떼어놓지 못하게 하려는 일념으로 법정에 선다.


이 영화는 비단 주인공과 딸의 관계뿐 아니라 보호와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곳곳에 설치해 놓았다. 풀밭에 떨어진 새끼 새를 둥지에 그대로 가져다 놓는 남자의 모습이라거나, 감기가 든 피고인의 변호사 아이를 위해 마치 자기 자식이 그런 것처럼 약을 사다 주는 남자의 모습이나, 자신을 데려오려는 이모에게 자기는 아버지와 살면서 왜 나는 아빠랑 살지 못하게 하냐며 떼를 쓰는 모습이나, 자신의 큰딸이 집을 나가 장애인과 살면서도 연락한 번 하지 않음에 서운해 하는 외할아버지의 궁시렁대는 소리들 모두, 온도차는 있지만 사람과 사람의 정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다.


아이의 이름을 짓는 장면에서도 두둥실 떠오르는 달을 보면서 어눌한 발음으로 닐라 닐라를 외치는 모습이 그렇게 진실해보일 수 없었다. 비록 아이의 양육권을 두고 다툼을 벌이는 과정이 나오지만 사실 처갓집 주장도 나쁜 건 아니었다. 일년 뒤면 딸과 아버지의 지적수준이 같아지면 결국 딸이 당신을 부양해야 하는 데, 그걸 감당할 수 있냐, 또 의사로 키우겠다고 말만 하지만 능력이 안되지 않느냐는 말에 남자는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다.


살점을 도려내서 얻은 듯 귀한 딸이지만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아 보이지 않았다. 비록 선량한 이웃들과 변호사의 도움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었지만 남자는 뜻밖의 선택을 한다. 이 영화를 끝까지 봐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그 선택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수긍할 것 같았다. 천륜이지만, 지켜낼 수 없는 보호막임을 알기에, 그래서 슬프고도 안도가 되었다.


따분할 것 같은 휴머니티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곳곳에 유머가 넘쳐나고 인도 영화 특유의 음악과 빈번한 음향효과 때문에 오히려 즐겁게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딸로 나온 아역배우의 앙증맞은 연기와 외모, 그리고 변호사와 이모로 나온 배우들의 완벽에 가까운 미모는 이 영화의 여러 가지 볼거리 중의 하나였다.  

 

 

 

 

 

 

 

 


하늘이 보내준 딸 (2012)

God's Own Child 
8.8
감독
비제이
출연
치얀 비크람, 사라 아준, 아누쉬카 쉐티, 나세르, 산다남
정보
드라마, 가족 | 인도 | 115 분 | 2012-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