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열두살 샘 - 이제 네 소원을 말해도 된단다

효준선생 2012. 4. 14. 00:07

 

 

 

열 두 살 짜리 아이에게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없음을 알게 해준다는 것은 어른들로서도 고역이다. 죽는 다는 것에 대해 심각해 본 적 없었을 이제 태어난 지 12년, 영국 소년 샘은 백혈병이라는 잘 알려진 난치병에 걸렸다. 불치에 가까운 난치병이라고 하는 건, 아직도 살 수 있는 희망을 가진 환우들에게 절망을 말하고 싶지 않아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 올 수 있는 것이지만 평생을 살며 무수한 죽음을 떠나보낸 성인과 달리 아이의 생각엔 그저 두려움뿐이 아닐까 그런데 영화 열두 살 샘의 주인공 샘과 그의 친구 펠릭스는 마치 게임 속 주인공의 아바타가 죽는 정도로 겁을 내거나 화를 내거나 무서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 생명의 끝자락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시도와 흔히 말하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를 몸소 실천으로 옮기는 작업을 해가며 길지 않은 그의 인생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영화의 내러티브는 물론 열두 살 샘이지만 그의 행적을 담는 건 감독의 역할이다. 버킷리스트의 항목들은 어쩌면 어른들이 짜놓은 시나리오지만 그걸 대하는 아이들의 발칙한 상상력은 과연 이 아이가 아픈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우중충하지 않다. 간혹 보이는 병세만 아니라면 아이에겐 그 나이또래 아이들에게 걸맞는 발칙한 행동을 보여준다.


샘의 버킷리스트를 보면 과학자가 되어 근사한 연구논문을 쓰기, 공포영화 보기, 에스컬레이터 거꾸로 타기, 비행선 타보기, 술먹고 담배피기, 여자친구와 키스하기, 우주선 타고 별보기등이다. 과연 샘은 이 중 몇 가지나 해보았을까?  아픔과 이별을 동반한 투병기임에도 통곡과 신파는 없다. 기적같은 치유도 없다. 비록 남들과 비교해 오래 살지는 못했지만 가족의 품안에서 영면했으니 그걸로 행복한 인생이었다면 그것도 누군가에겐 부러움이 될까?


샘은 영화가 진행되면서 나레이션을 통해 정답이 없는 질문 여덟가지를 한다. 대부분은 나는 누군가, 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심지어 내가 없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제법 철학적 사유의 범주까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해답을 주변에서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해답이 없는 게 당연한 주관적 질문들이다. 순수의 동심에서 바라본 존재의 가치에 대해 기쁜 마음으로 대답해 주지 못해 미안해 하는 어른들의 마음과 오버랩되면서 그게 좀 안타깝게 보였다. 영화 중간 중간 팝업북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은 샘이 던진 질문에 나름대로의 해답을 내놓고 있다.


또한 아파서 학교도 가지 못하고 홈스쿨링을 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독선생과 함께 공부하는 장면들이 어쩐지 부러워 보이고 어른들도 감히 꿈조차 꾸지 못하는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이뤄가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은 영생을 얻지 못하지만 영원히 남을 기록은 남길 수 있다는 말에서 작은 위안을 가져본다. 이렇게 영화 한 편을 보고 휙 지나쳐 버리지 않고 관람한 영화는 모두 감상으로 남길 수 있으니 소년의 그것처럼 말이다.

 

 

 

 

 

 

 

 


열두살 샘 (2012)

Ways to Live Forever 
8.4
감독
구스타보 론
출연
로비 케이, 벤 채플린, 에밀리아 폭스, 그레타 스카키, 알렉스 에텔
정보
드라마, 가족 | 영국 | 90 분 | 2012-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