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로봇 - 기계인간에게도 사랑할 권리를 다오

효준선생 2012. 4. 13. 00:01

 

 

 

 

 

한국에 소개되는 인도영화의 이미지는 다소 과한 휴머니티를 내포하는 바람에 그 진정성엔 동의를 하면서도 어쩐지 오버스럽다는 느낌을 받는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한결같은 배경음악과 눈물을 기본으로 하는 감동 드라마등 인도영화는 왜 천편일률적일까 다른 장르의 영화는 없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재작년부터 인도 영화 로봇에 대해, 길지만 재미있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드디어 보게 되면서 왜 그런 소문이 돌았는지 확인할 기회를 잡았다.


인도 영화속에서 로봇이라고 하니 목동에게 우주복을 입힌 것처럼 잘 안어울리는 것 같지만 인도의 테크놀로지 기술력을 감안한다면 그리 낯선 건 아니었다. 사람들은 기계문명에 길들여져 타인의 도움을 받아 쉽게 살려는 의지도 적지 않다. 그 중의 하나인 전투에 바로 로봇을 대신 투입한다면 인명살상도 줄이고 소기의 목적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 놓은 로봇에게 인간의 감정까지 세밀하게 심어놓고 보니, 로봇이 사람인지, 내가 로봇인지 구분이 안 가게 생겼다. 바시 박사가 10년의 공을 들어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인 치타가 바로 그런 류 였다. 바시 박사의 외모를 빼다 박은 치타는 처음엔 인간의 커맨드에 따라 이런 저런 동작 구현을 할 정도였으나 스스로 진화를 한 건지, 아니면 정말 인간의 감정까지도 수용한 건지 만든 사람의 최초 의도를 뛰어넘는 행위를 하기에 이른다.


로봇이 인간을 좋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도는 바로 바시 박사의 아름다운 여자친구 사나 때문에 발생한다. 비주얼만으로도 비현실적 외모를 가진 그녀에게 사람뿐 아니라 로봇도 반할 만했지만 실제로 주인을 몰아내고 사나의 옆자리를 차지하려고 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이야기 축인, 한때 자신의 제자였지만 지금은 자기보다 잘 나가는 바시를 시기하는 보라박사의 음모론이다. 로봇을 성공적으로 만드는 것은 기술의 도움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그걸 어떻게 쓰냐는 것은 오로지 인간의 생각에 따라 갈리게 된다. 누군가는 악의 목적으로 누군가는 선의 목적으로 또 누군가는 오로지 돈벌이의 목적으로 로봇을 쓸 생각만 했지, 너무나 사람과 닮은 로봇앞에서 아무도 그를 인격체로 여기는 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살과 피로 이뤄진 사람은 아니지만 스스로가 감정을 갖게 된 후 치타가 보여준 여러 가지 선과 악의 행동을 보면서, 비단 힘이 세서 뿐 아니라, 인간과 공존하며 도움을 주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예를 들어 인공분만을 도와주는 장면과 사나를 지키기 위해 깡패들을 소탕하는 장면들은 선의 행동이라면, 보라박사마저 죽이고 스스로를 클론화 시켜 마구잡이로 말썽을 일으키는 장면은 악의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로봇이라는 소재 때문에 눈에 확 들어오는 아이템과 캐릭터들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1인 2역을 한 바시박사와 그가 만들어낸 다양한 소품들, 그리고 무엇보다 압권은 자기와 닮은 로봇을 마구 만들어내 합체 로봇으로 변신해, 상대를 제압하는 엔딩 즈음의 장면들은 트랜스포머에 버금가는 장면들이었다. 중간 중간 인도영화 특유의 뮤직비디오와 같은 시퀀스가 등장하는 데 그 또한 상당한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러닝타임이 다소 긴 편이지만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 꺼리와 장르를 꼬집어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맛이 녹아든 장편 공상과학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로봇 (2012)

The Robot 
7
감독
S. 샹카르
출연
라지니칸트, 아이쉬와라 라이, 다니 덴종파, 산다남, 카루나스
정보
액션, 어드벤처 | 인도 | 144 분 | 2012-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