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간기남 - 그 여자의 향기에 잠시 홀리다

효준선생 2012. 4. 12. 00:05

 

 

 

한자 간(姦)에는 계집 녀(女)가 세 개나 들어간다. 부수로 쓰는 계집 녀는 대략 부정적인 의미의 단어가 많지만 특히 이 글자의 경우, 상대 남자가 있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행위를 의미하면서도 어디에도 사내 남(男)은 없다. 정을 통한다. 만리장성을 쌓는다. 운우지정(雲雨之情)등 남녀의 교합을 의미하고 상징하는 표현들이 많지만 姦에는 은밀하거나 건전하지 않은 남녀간의 관계를 말한다. 입에 올리는 것조차 상서롭지 못한다 하여 꺼린다.


영화 간기남은 축약어다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 어찌 이런 망측한 구절이 영화제목으로까지 나왔는지 모르지만 영화 속 내용은 제목을 어느 정도 잘 반영하는 있는 것으로 보였다. 간통범죄 전문 처리 형사가 따로 있는지는 모르지만 본인 스스로가 상사의 부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고 해서 2년 정직을 먹은 상황이고 부인과도 별거상태로 지금은 남들 뒷조사나 해주며 먹고 사는 처지인 남자.


그의 앞에 묘령의 여인이 나타나 자신의 남편의 뒤를 캐달라하니 이 남자 덥석 물었다가 제대로 엮였다. 이 영화는 사건에 휘말린 전직 형사의 고달픈 며칠을 그리며 여인이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딱히 어떤 장르의 영화라고 말하기 애매하다는 것이다. 에로틱 스릴러에 애드립이 강하게 반영된 코미디요소도 있는 수사극이라고 말하면 옳을 듯 한데 너무 길다. 그리고 구분이 모호하다. 다시 말해 주인공 강형사가 대면하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이 장르 구분도 왔다 갔다 한다. 예를 들어 미모의 미망인과 함께 있으며 에로물처럼 보이다가도 다른 형사들과 있으면 코믹 수사극이 되는 식이다. 두어 차례 세 인물들이 한 장소에 대면한 경우가 나오는데 아이러니하게 주인공은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말이 없다.


극의 흐름은 강형사의 시선에서 흘러가는 듯 싶지만 전체적인 틀은 미망인이 짜놓은 셈이다. 다른 인물들은 그 이야기 구조안에서 애드립을 통해 웃기거나 뛰다가 넘어지거나 실없는 소리로 배꼽을 잡게 한다. 그렇다고 3류 말장난만 있는 것은 아니다. 꽤나 머리를 써야 결말을 이해할 수 있는 추리방식은 상당히 마음에 든다. 끝까지 범인(?)의 의중을 확인 사살할 길이 없어 추정만 하면서 극의 흐름을 쫒다보니 한결 재미진다.


모두에서 말한 것처럼 남녀의 부적절한 관계를 姦이라고 한다면 婚은 허락받은 남녀, 즉 결혼한 사이의 부부가 되어야 하는데, 이 영화 속 부부, 남편은 오히려 외도를 하는 남녀보다도 못한 망나니짓을 하고 있다.


이 영화의 원래 제목이 여인의 향기였던 것처럼 향수가 주요한 단서로 등장하지만 향수는 일종의 맥거핀으로 작용한다. 다른 여자에게서 내 남자의 향수냄새가 난다는 어느 광고의 얄궃은 카피가 떠오르듯, 여자가 사용하는 향수는 남자들에게는 매혹의 그 자체인 모양이다. 하지만 향수보다 거울이 더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아주 의심스런(?) 미망인 역으로 나온 박시연은 몸매로는 그 어느 여배우도 능가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데 이 영화에 손에 꼽을 만한 장면은 그녀의 몸매가 아니라 혼자 화장대앞에 앉아 거울을 보며 표정연기를 하는 모습이었다. 슬픈 듯 미간을 찡그리다 이어서 초등학생처럼 백치미를 보이고 이내 팜므파탈의 妖氣를 보여준다. 이 하나의 시퀀스가 이 영화 전체의 맥락이 된다.


또 한 장면 거울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강형사가 유족실에서 욕정이 발동해 미망인을 덮치는 장면에서 건너편 거울 속의 자신을 보고는 놀라 주섬 주섬 옷을 걸치는 모습등을 통해 거울은 남자들의 속내를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작용을 한 셈이다.


도화살이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이 여자가 만만치 않아 보였다. 그런 와중에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가는 강형사의 행보는 아내가 보기엔 참으로 밉기도 하지만 제대로(?) 자지 않았다는 말에 다시 한번 면죄부를 받은 모습을 보니, 운이 좋은 건지, 여복이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동안 작품 운이 유독 따르지 않았던 박희순의 분기탱천을 기대해본다.

 

 

 

 

 

 

 


간기남 (2012)

8.3
감독
김형준
출연
박희순, 박시연, 주상욱, 김정태, 이한위
정보
스릴러, 코미디 | 한국 | 117 분 | 2012-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