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비버 - 우울증은 마음이 앓는 감기라네요

효준선생 2012. 4. 11. 00:36

 

 

 

세상이 빨리 돌아갈수록 그 안에 존재하는 사람들은 미칠 지경이다. 누구라도 먼저 타임을 외치면 좋으련만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말들 같으니 나만 뒤처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탈진해 잠시 주저 앉아 쉴라치면 바로 등뒤로 날아드는 채찍같은 강요들.


현대인에게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같은 것이라고 한다. 몸이 아프면 약을 먹고 좀 쉬면 낫겠지만 정신에 병이 들면 미친 놈이라며 수군거리는 것도 싫다. 그래서인지 스스로가 우울증에 걸렸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혼자 끙끙앓을 수 밖에 없다.


몇 해 전 유명 배우들이 스스로의 목숨을 놓았을때 한결같이 그들이 우울증에 걸렸었다고 말한 바 있다. 진위여부를 떠나 우울증에 걸리면 다들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선택한다는 것은 큰 사회적 문제였다. 유명인의 행동을 따라 한다고 해서 베르테르 신드롬이라고 하기에 몇 몇 사람들이 위축되었다.


한때는 잘나가는 장난감 제조회사 오너의 아들, 엉겹결에 사장의 자리에 올랐지만 중년남자는 오래 전부터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급기야 가족과도 따로 떨어져 살며 삶을 마감하려고 했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만난 비버의 활약은 그에게 제2의 인생을 꾸리게 한다. 근데 이 비버는 살아있는 생물이 아닌 주인공 월터의 복화술과 손장난에 의해 만들어진 가공의 인형이다.


다시 말해 웥터는 기존의 자신을 버리고 비버인형의 입을 통해 자신의 본심을 얘기한다. 가식과 치장에 치우쳤던 과거의 삶을 토로하자 세상은 그걸 순수라고 받아 들인 모양이다. 그가 기획한 비버인형은 불티나게 팔리며 파산 직전의 회사도 되살리지만 가족들은 여전히 그를 경원시한다.


가장인 월터와 비교되는 인물은 아들이다. 늘 아버지와 다른 점을 포스트잇에 적어 警句처럼 방안에 잔뜩 붙여 놓은 정도로 극단적인 반감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 다른 친구들의 숙제 대필을 해가며 그 또한 대리인생을 경험하고 있다.

 

영화 비버는 한 중년남자의 우울증의 원인을 말하고 치유방법을 얘기하는 의학드라마는 아니다.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세상의 조언이 어쩌면 하나도 필요없으며 결국엔 스스로의 결단만이 유일한 치료제라고 말한다. 그 결단을 하기엔 엄청난 후유증과 상처를 남기지만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가족이 필요없다며 소동을 치는 남자의 모습에서 얼마나 힘들면 저럴까 싶은 공감이 생겼다.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울하다. 계절탓도 있고 사회적 분위기 탓도 있다. 경쟁에 지쳐 잠시 쉬다가도 불안감 때문에 더더욱 그런 생활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자신에게 도움을 줄거라 믿었던 비버가 사실은 환각에 다름아니었음을 말한다. 영화 마지막 비버의 등장때 인형의 눈이 그렇게 무섭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환각이나 피상적인 관심이 아닌 스스로의 자각만이 유일한 우울증 치료약임은 알겠는데 그 과정이 너무 힘이 들어 보였다. 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오늘밤 비버의 눈이 꿈에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비버 (2012)

The Beaver 
7.2
감독
조디 포스터
출연
멜 깁슨, 안톤 옐친, 조디 포스터, 제니퍼 로렌스, 재커리 부스
정보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91 분 | 2012-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