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밀레니엄 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 - 교묘히 얽힌 큐브를 짜맞추는 기분

효준선생 2012. 4. 1. 00:19

 

 

 

 

스웨덴의 소설가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3부작의 그 마지막 시리즈가 나왔다.  1부와 2부를 거치며 퍼즐 조각을 흩뜨려놓았다면 3부인 벌집을 발로 찬 소녀는 그 퍼즐 조각을 다시 한곳에 모아서 전체적인 틀을 완성시키는 결정체다.


147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말해주듯 군데군데 장황하다 싶기도 하지만 결말을 얻어내기 위해 당연히 필요한 장치임에 공감을 했다. 이 시리즈는 1부는 스웨덴 재벌가의 비리와 음모를 파헤치는데 두 남녀 주인공을 투입시켜 그들의 캐릭터를 보여주고자 했다면 2부와 3부에선 여자 주인공 리스벳의 과거 아픔을 투영시켜 권력의 거대한 음모와 그로인해 개인의 일상이 어떻게 망가지고 회복될 수 있는지 그려내고 있다.


워낙 잘 알려진 원작소설을 기반으로 하고 포스터등을 통해 영화의 분위기를 금새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도발적인 이미지의 리스벳이지만 그녀가 안고 있는 아픔이라는 건 유무죄를 떠나 가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녀 곁에는 조력자들도 많이 등장한다. 우선 1부에서 거의 주인공으로 나왔던 밀레니엄 잡지사의 에디터 미카엘과 그의 아내이자 리스벳의 변호사, 그리고 죽음 직전에 갔던 그녀를 치료해주며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아끼지 않았던 담당의사, 천부적인 해커출신답게 그를 도와주는 역시 해커 친구, 그리고 형사. 물론 반대로 리스벳을 못살게 굴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노리는 정체 불명의 조직과 조직원들, 그리고 배다른 형제이자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소위 “괴물”, 거기에 자신을 성폭행 했던 보호감찰사와 엉터리 소견으로 리스벳을 정신병원에 넣게 만든 정신과 의사등의 등장은 이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인물들이 늘어나면서 선한자 악한자의 편가르기가 애매하긴 한데 결말에선 친절하게도 자세히 설명을 해줌으로써 그 애매함이 풀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냉전시기 정보를 얻기 위한 국가 권력의 일탈행위가 여전하고, 마치 신화속 이야기처럼 딸을 죽이기 위해 이복형제를 동원하려다 오히려 딸에 의해 죽음을 맞게 된다는 설정, 그리고 자신을 함부로 범하려는 기성세대의 추악한 범죄행위에 대해 이 영화는 칼날을 들이밀고 있다.


1부에서처럼 히피스러운 복장과 크로테스크한 화장으로 주목을 끌었던 노미 라파스로서는 자신의 필모그래프 최상단에 이 영화를 넣어도 손색이 없는 자신의 영화를 만들어냈다. 처음엔 스릴러에서 시작해 액션을 가미하고 나중엔 법정 드라마처럼 이어지는 이 영화는 통쾌한 추리극으로 마무리지으며 지나긴 영화여행의 종지부를 찍었다.


요즘 북유럽의 영화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영화카피가 안되면 그곳 출신 감독 초빙이 붐이라고 하는데, 이 영화도 이 와중에 선택된 산물이다. 엔딩장면으로 등장한 스웨덴 스톡홀름 인근의 항구마을, 저녁노을이 깔리고 하나둘 전등이 켜지며 보여지는 조감이 그럴 듯 해보인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린 리스벳이 또 만들어져서는 안될텐데.

 

 

 

 

 

 

 

 


밀레니엄 : 제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 (2012)

Millennium - the film part3 - The Girl Who Kicked The Hornet’s Nest/ Luftslottet som sprangdes 
10
감독
다니엘 알프레드슨
출연
누미 라파스, 미카엘 뉘크비스트, 레나 엔드레, 애니카 할린, 안데르스 알봄
정보
범죄, 스릴러 | 스웨덴, 덴마크, 독일 | 147 분 | 2012-04-05